새벽 두 시, 빌라 3층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경찰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남자가 가스레인지 호스를 뽑아 든 채 들어오면 라이터를 켜겠다고 소리칩니다. 함께 살던 여자친구가 짐을 싸 나간 날이었습니다. 한 시간 뒤 문이 열렸고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겁을 주려던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한 시간 동안 같은 건물 주민들은 잠옷 차림으로 길에 나와 있었습니다. 위협이 목적이었다는 사정이 형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따라가 봅니다.
겁만 주려 했는데 왜 가스 방류죄가 나오나
형법 제172조의2 제1항은 가스, 전기, 증기, 방사선이나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거나 유출, 살포시켜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을 발생시킨 사람을 처벌합니다. 형은 징역 1년부터 10년까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조문에는 목적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누구를 해치려 했는지, 겁만 주려 했는지는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스스로 밸브를 열거나 호스를 뽑아 가스를 내보냈고, 그로 인해 위험이 생겼다면 요건은 채워집니다.
자기 집이라는 사정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문은 가스가 누구 소유의 공간에서 새어 나왔는지를 묻지 않고, 보호하는 대상은 이웃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건물 전체의 재산입니다.
위험이 실제로 생겼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조문은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라고 적었습니다. 가스가 조금이라도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양과 상황이 사람이나 재산에 실제로 위험을 줄 수준이었는지가 따져집니다.
이 판단은 현장의 숫자로 이루어집니다.
- 출동한 소방대나 가스 안전 점검에서 측정한 농도와 측정 시각
- 밸브가 열려 있던 시간과 중간 밸브가 잠긴 시점
- 창문이 열려 있었는지, 환기가 되고 있었는지
- 라이터나 전열기 같은 화기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 다른 세대가 대피했는지, 대피한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밸브를 열었다가 곧바로 잠가 농도가 거의 측정되지 않았다면 위험 발생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제172조의2 제1항은 미수범도 처벌하는 죄이므로, 위험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사건이 그대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협박죄, 방화죄와는 어떻게 겹치나
같은 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두고 여러 조문이 함께 검토됩니다.
| 죄명 | 핵심 요건 | 법정형 |
|---|---|---|
| 협박 | 해악을 알려 겁을 줌 | 징역 3년 이하, 벌금 500만원 이하, 구류나 과료 중 선택 |
| 특수협박 |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협박 |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 |
| 가스 방류 | 가스를 내보내 위험을 발생시킴 |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 |
| 현주건조물 방화 예비 | 사람 사는 건물에 불을 놓으려 준비 | 징역 5년 이하 |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가스를 내보내며 그 상황을 이용해 위협한 것이 한 행위로 평가되면 가스 방류죄의 형이 기준이 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 기소 자체가 막히지만, 가스 방류죄에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여자친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내도 가스 방류 부분은 그대로 남습니다.
라이터를 실제로 켜려 했다면 방화의 실행에 착수했는지까지 따져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 다쳤다면 형은 얼마나 무거워지나
같은 조 제2항은 다친 사람이나 숨진 사람이 생겼는지에 따라 형의 바닥을 높입니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하한이 징역 3년으로 올라가고 상한은 무기징역까지 열리며, 숨진 사람이 있으면 하한이 5년이 됩니다.
여기서 사람은 위협 대상만이 아닙니다. 냄새를 맡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 넘어진 이웃, 문을 열고 진입하던 구조대원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결과 때문에 형이 무거워지는 죄는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다면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15조 제2항의 제한이 있습니다.
진입 과정에서 경찰관을 밀치거나 때렸다면 공무집행방해가 따로 붙습니다.
실수였다면, 혹은 제정신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호스를 뽑고 위협까지 한 사건에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가스레인지를 켜 둔 채 잠들어 가스가 샌 경우라면 과실 방류의 문제이고, 형의 상한은 금고 5년 또는 벌금 1천500만원으로 낮아집니다. 같은 가스 누출이라도 고의냐 과실이냐에 따라 벌금형의 선택 여부부터 달라집니다.
위협 사건에서 실제로 많이 다투는 것은 행위 당시의 정신 상태입니다.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면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을 예견하면서 일부러 술을 마셔 스스로 그 상태를 불러온 때에는 이 감경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치료 이력이 있다면 진료기록을 일찍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수사와 재판에서 무엇을 준비하나
체포 직후 며칠이 신병과 방향을 정합니다.
- 소방과 가스 점검 기록을 확보해 측정 수치와 시각을 확인합니다.
- 신고부터 진입까지의 시간 흐름을 정리하고, 그사이 밸브를 잠갔는지 등 본인이 위험을 줄이려 한 행동을 찾아 둡니다.
- 대피한 세대와 피해 범위를 확인하고,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합니다.
-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진료를 시작하고 재발 방지 계획을 서면으로 만듭니다.
주의
풀려난 뒤 위협의 대상이었던 사람에게 직접 연락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사과의 뜻이었더라도 회유나 보복으로 비칠 수 있고, 신병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사과와 합의는 변호인을 통해 전달하십시오.
정리
가스 밸브를 열어 둔 채 위협했다면 협박죄를 넘어 가스 방류죄가 중심에 서고, 이 죄에는 징역형만 있어 벌금으로 끝낼 길이 없습니다. 겁만 주려 했다는 동기는 성립을 막지 못하며, 협박 피해자의 처벌불원도 이 부분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다툴 지점은 위험입니다.
측정 수치, 누출 시간, 환기와 대피 상황, 행위 당시의 정신 상태까지 다툼의 재료가 대부분 사건 직후 기록에 남아 있으므로, 조사에 앞서 변호사와 함께 그 기록부터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0조, 제15조, 제40조, 제136조, 제172조의2, 제173조의2, 제174조, 제175조, 제283조, 제284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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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가스가 거의 새지 않았는데도 처벌됩니까?
가스 방류죄는 위험이 실제로 발생해야 기수가 됩니다. 측정 수치가 낮아 위험 발생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 죄는 미수범을 처벌하므로, 밸브를 연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위협을 받은 여자친구가 처벌불원서를 내면 사건이 종결됩니까?
피해자의 뜻에 따라 기소가 막히는 것은 협박죄 부분뿐입니다. 가스 방류죄에는 그런 규정이 없어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어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되고, 그 서면은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이 됩니다.
제 집 안에서 제 가스레인지로 한 일인데도 죄가 됩니까?
조문은 가스가 누구 소유의 공간에서 나왔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같은 건물 이웃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이 생겼다면 자기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이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은 없습니까?
가스 방류죄는 징역형만 둔 죄로, 그 범위는 1년에서 10년입니다. 위험 발생이 부정되어 협박죄만 남는 경우라면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위험 발생 여부가 결론을 크게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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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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