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철거 현장 앞, 이주를 거부하는 주민과 지지자 수십 명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쌓아 둔 채 모여 있습니다. 용역이 들어오면 막아 내자는 말이 오가는 사이 경찰 지휘관이 확성기로 해산하라고 알립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사람들은 자리를 지켰고 몇 시간 뒤 일부가 연행됩니다. 그중 한 명은 그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 누구도 때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형법 제116조는 바로 그런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조문입니다. 요건을 하나씩 짚어 보면 다툴 지점도 함께 드러납니다.
아무도 때리지 않았는데 무슨 죄가 되나
제116조의 이름은 다중불해산죄입니다. 폭력이 실제로 벌어지기 전 단계, 흩어지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 자체를 처벌합니다. 형은 징역이나 금고 2년 이하, 또는 벌금 300만원 이하입니다.
조문을 쪼개면 네 가지 요건이 나옵니다.
-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할 목적이 있을 것
- 다중이 집합했을 것
- 그 집합을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에게서 3회 이상 해산명령을 받았을 것
- 그럼에도 해산하지 않았을 것
네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이 죄는 성립하지 않으므로, 방어도 이 순서를 따라 짜게 됩니다.
목적이 없으면 처음부터 이 죄가 아니다
가장 먼저 볼 요건은 첫 번째, 목적입니다. 의견을 알리려 모인 평화적인 자리였다면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았더라도 제116조의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그런 경우의 해산명령 불응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따로 다루어지는 문제입니다.
수사기관은 목적을 현장의 정황으로 증명하려 합니다. 쌓아 둔 도구, 사전에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말, 현장의 구호와 복장 같은 것들입니다. 사례의 각목과 쇠파이프가 바로 그런 자료가 됩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도구가 놓인 곳과 떨어져 앉아 있었는지, 대화방에 들어가 있지 않았는지, 언제 현장에 도착했는지처럼 개인의 사정이 목적을 공유했는지를 가르는 재료가 됩니다.
해산명령 세 번은 어떻게 세나
조문은 3회 이상의 해산명령을 받고도 해산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적었습니다. 받았다는 말에 무게가 실립니다.
명령을 내린 사람이 그 집합을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었는지가 먼저입니다. 철거 용역 직원이나 조합 관계자가 외친 해산 요구는 숫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음은 전달입니다. 수십 명이 구호를 외치는 현장 뒤쪽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 사람에게 명령이 전달되었는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명령 사이에 흩어질 시간이 있었는지도 함께 따져 볼 대목입니다. 몇 초 간격으로 연달아 세 번 외친 것을 세 번의 기회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 경찰 채증 영상에 해산명령 음성이 몇 번, 몇 시 몇 분에 녹음되어 있는지
- 명령한 사람의 소속과 지휘 권한
- 본인이 서 있던 위치와 확성기 사이의 거리, 주변 소음
- 명령 뒤 실제로 빠져나갈 통로가 열려 있었는지
실제 충돌이 벌어지면 무엇이 달라지나
해산하지 않은 채 몸싸움이 시작되면 무게중심이 제115조의 소요죄로 옮겨 갑니다.
| 구분 | 다중불해산 | 소요 |
|---|---|---|
| 처벌하는 행위 | 폭행 등의 목적으로 모여 3회 이상 해산명령에 불응 |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손괴의 행위를 함 |
| 실제 폭력 | 필요 없음 | 필요 |
| 법정형 |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개별 행위에 따라 붙는 죄도 있습니다. 진압하는 경찰관을 밀치거나 때리면 공무집행방해가 되고, 여럿의 위력을 보이며 그렇게 했다면 특수공무방해로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현장의 펜스나 장비를 부순 경우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인 특수손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도 받는 죄명이 제각각입니다.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는 말은 어떻게 다루어지나
집단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사람들을 한 덩어리로 보기 쉽습니다. 방어는 그 덩어리에서 본인을 떼어 내는 작업입니다.
언제 도착했는지가 첫 질문입니다. 세 번째 해산명령이 내려진 뒤에 도착했다면 명령을 받지 못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명령을 듣고 떠나려 했지만 출구가 막혀 있었다면 그 사정도 해산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흔드는 재료가 됩니다.
도구를 손에 든 적이 있는지, 구호를 주도했는지, 사전 모의에 참여했는지는 반대 방향의 자료입니다. 휴대전화의 사진 촬영 시각과 위치 기록, 교통카드 승하차 기록, 함께 간 사람의 진술이 본인의 동선을 증명하는 데 쓰입니다.
연행된 뒤 무엇부터 해야 하나
조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같은 현장에 있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신문을 받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신문 전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
기억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으로 답하면 그 진술이 다른 사람의 조서와 어긋나 불리하게 쓰입니다. 변호인 참여를 요청하고, 도착 시각과 위치처럼 확실한 사실부터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휴대전화에 현장 사진이나 영상이 남아 있다면 지우지 말고 그대로 두십시오. 본인에게 유리한 장면이 그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풀려난 뒤 다른 참가자들과 진술 내용을 맞추려는 연락은 피해야 합니다.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를 없앨 염려로 비칠 수 있고, 각자의 사정이 달라 오히려 서로에게 불리해지기도 합니다.
정리
해산명령을 세 번 듣고도 흩어지지 않았다면 폭력을 쓰지 않았더라도 다중불해산죄가 검토되고,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는 죄입니다. 다만 폭행, 협박, 손괴의 목적과 권한 있는 공무원의 명령, 그 명령의 실제 전달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충돌로 번지면 소요죄가 됩니다.
집단 사건일수록 개인의 도착 시각, 위치, 손에 든 것이 결론을 가르므로 조사에 앞서 변호사와 함께 본인의 동선과 현장 영상부터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15조, 제116조, 제136조, 제144조, 제369조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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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해산명령을 두 번 듣고 떠났다면 어떻게 됩니까?
제116조는 3회 이상의 해산명령을 받고도 해산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합니다. 세 번째 명령 전에 현장을 떠났다면 이 요건을 채우지 않으므로, 떠난 시각을 보여 줄 사진이나 교통 기록을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철거 용역 직원이 흩어지라고 한 것도 해산명령에 들어갑니까?
조문은 그 집합을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의 해산명령을 요구합니다. 용역 직원이나 조합 관계자의 요구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몇 번을 들었더라도 횟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평화적으로 모인 자리였는데도 이 죄로 조사받을 수 있습니까?
다중불해산죄는 폭행, 협박, 손괴의 목적을 요건으로 합니다. 그 목적이 없었다면 이 죄는 성립하지 않고, 평화적인 집회의 해산명령 불응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따로 판단됩니다.
벌금형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까?
다중불해산죄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있습니다. 실제 충돌로 소요죄가 적용되더라도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택지에 있지만, 공무집행방해나 특수손괴가 함께 문제 되면 형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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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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