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 이틀째 자기 자리를 차지한 낯선 SUV 앞에서 한 남성이 끝내 참지 못합니다. 트렁크에서 골프채를 꺼내 들고 앞유리 쪽으로 다가가 팔을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내리고 돌아섭니다. 차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차주가 블랙박스 영상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는 연락이 옵니다. 부순 게 없으니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형법은 손괴죄의 미수도 처벌합니다. 어디서부터 죄가 되고, 멈춘 사정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단계별로 나눠 봅니다.
부수지 못했는데도 처벌하는 조문이 있나
있습니다. 형법 제371조는 재물손괴, 공익건조물파괴, 특수손괴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정했습니다. 차를 부수려다 실패했다면 이 조문이 출발점입니다.
기본이 되는 재물손괴죄는 남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을 처벌하며, 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700만원 이하입니다. 그런데 사례처럼 골프채를 들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손괴하면 특수손괴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가 기준이 되고, 이 죄 역시 미수가 처벌됩니다.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습니다. 감경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팔을 들어 올린 순간이 실행의 착수일까
미수가 되려면 먼저 실행에 착수해야 합니다. 착수 전 단계는 예비인데, 형법은 예비를 처벌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했고 손괴죄에는 예비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결국 어디서 선을 긋느냐가 유무죄를 가릅니다.
| 행동의 단계 | 다툼의 방향 | 손괴죄 처벌 |
|---|---|---|
| 차를 보며 욕만 함 | 착수 전 | 안 됨 |
| 트렁크에서 골프채를 꺼내 듦 | 예비 단계로 다툴 여지가 큼 | 예비 처벌 규정 없음 |
| 앞유리를 겨냥해 휘두르려 함 | 착수로 볼 여지 | 미수 가능 |
| 내리쳤지만 흠집이 나지 않음 | 착수 후 결과 불발생 | 미수 |
| 유리가 깨지거나 도장이 벗겨짐 | 결과 발생 | 기수 |
착수 시점은 조문에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행동이 손괴의 결과로 곧바로 이어질 만큼 가까워졌는지를 놓고 다투게 되고, 그래서 영상 속 몇 초가 중요해집니다.
스스로 멈춘 것과 들켜서 멈춘 것은 다르다
착수가 인정되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왜 멈췄는지가 형을 크게 바꿉니다.
중지미수
실행에 착수한 사람이 스스로의 뜻으로 행위를 그만두거나 결과가 생기는 것을 막은 경우입니다. 형법 제26조는 이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정했고, 법원은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반면 경비원이 다가오거나 차의 경보음이 울려 멈췄다면 외부 사정에 막힌 장애미수로 평가됩니다. 이때 감경은 법원이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계가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블랙박스의 녹화 표시등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멈췄다면 들킬까 봐 그만둔 것인지, 마음을 고쳐먹은 것인지가 다투어집니다. 본인이 기억하는 멈춘 이유를 처음부터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술이 바뀌면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블랙박스 영상 하나로 무엇이 증명되나
차주가 낸 주차 녹화 영상은 대개 시간, 행동, 도구를 한 화면에 담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 영상으로 착수 여부를 판단하려 할 것이고, 피의자 쪽도 같은 영상에서 유리한 장면을 찾아야 합니다.
- 골프채가 차체에 실제로 닿았는지, 닿지 않고 멈췄는지
- 팔을 내린 직전에 주변에서 사람이나 소리, 불빛 같은 변화가 있었는지
- 멈춘 뒤 다시 다가가거나 다른 차를 건드렸는지
- 영상의 앞뒤가 잘려 있지 않은지, 원본 파일이 보관되어 있는지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쟁점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골프채를 들고 다가간 행동이 사람에게 겁을 준 것으로 평가되면 특수협박이 함께 검토될 수 있고, 이 죄의 형은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입니다. 빈 차였는지가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이미 작은 흠집이 생겼다면
골프채가 스치며 도장에 긁힌 자국이 남았다면 미수가 아니라 기수로 다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효용을 해했는지는 흠집의 크기와 수리의 필요성을 놓고 판단됩니다.
수리비를 물어 주면 사건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조심해야 합니다. 손괴의 죄를 모은 형법 제42장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합의는 처벌 여부가 아니라 형의 무게를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대상이 차가 아니라 버스 정류장 유리벽처럼 공익에 쓰이는 건조물이었다면 공익건조물파괴가 문제 되고, 이 죄의 형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크게 무겁습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하나
손괴 미수 사건은 다툴 사실이 단순한 대신 하나하나가 결론을 바꿉니다.
- 조사 전에 영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지 요청하고, 어느 장면이 문제 되는지 파악합니다.
- 주차 분쟁의 경위를 관리사무소 민원 기록,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정리해 둡니다.
- 멈춘 이유를 시간 순서대로 적어 두고, 조사에서 그 내용과 다르게 말하지 않도록 합니다.
- 차주에게 사과하고 싶다면 혼자 찾아가기보다 변호인을 통해 뜻을 전합니다.
준비 없이 출석하면 착수 시점을 스스로 앞당기는 진술을 하게 되기 쉽습니다.
정리
남의 차를 부수려다 그만뒀어도 실행에 착수한 뒤였다면 손괴 미수로 처벌될 수 있고, 골프채처럼 위험한 물건을 들고 있었다면 특수손괴의 미수가 검토됩니다. 착수 전이라면 손괴죄로는 처벌할 조문이 없습니다.
멈춘 이유도 형을 가릅니다.
스스로 그만뒀다면 형이 반드시 감경되거나 면제되고, 들켜서 멈췄다면 감경은 법원의 재량입니다. 이 경계가 영상 몇 초와 진술의 일관성에 달려 있으므로 조사 전에 변호사와 함께 영상과 경위를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5조, 제26조, 제28조, 제284조, 제366조, 제367조, 제369조, 제370조, 제371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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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골프채를 꺼내 들기만 하고 차 쪽으로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 단계는 실행의 착수 전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손괴죄에는 예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손괴죄로 처벌하기는 어렵고, 주변에 사람이 있어 겁을 주었는지 같은 다른 사정이 따로 검토될 뿐입니다.
차주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납니까?
손괴의 죄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 의사는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양형에서 참작되는 자료로 쓰입니다.
맨손으로 차를 걷어차려다 그만둔 경우도 같습니까?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지 않았다면 특수손괴가 아니라 일반 재물손괴의 미수가 문제 됩니다. 재물손괴의 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700만원 이하이고, 미수범은 이보다 감경될 수 있습니다.
이웃 땅과의 경계 말뚝을 뽑으려다 그만두면 어떻게 됩니까?
경계침범죄는 제371조의 미수범 처벌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말뚝을 실제로 뽑거나 옮겨 경계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기 전에 그만두었다면 경계침범죄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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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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