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 골목 끝에 창문이 모두 깨진 단층집 한 채가 몇 해째 비어 있습니다. 새벽에 술을 마시고 지나가던 남성이 그 집 마루에 쌓인 폐지에 라이터를 댔고, 불은 지붕까지 번진 뒤에야 소방차에 잡혔습니다. 다음 날 조사실에서 그는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라 큰일인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형법은 그 말을 어디까지 받아 줄까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사실은 적용 조문을 바꾸지만, 그것으로 가벼워지는 폭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빈집에 불을 놓으면 어느 조문이 적용되나
형법은 불을 놓은 대상에 따라 방화죄를 네 단계로 나눕니다. 사람이 주거로 쓰거나 사람이 안에 있는 건조물, 공용이나 공익에 쓰이는 건조물, 그 밖의 건조물, 그리고 건조물이 아닌 물건입니다.
아무도 살지 않고 아무도 없던 폐가라면 세 번째 칸인 제166조 제1항의 일반건조물 방화에 해당합니다.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의 폐가에 불을 놓은 사건은 처음부터 징역형만 놓고 형을 정하게 됩니다. 정상이 좋아도 결론이 집행유예냐 실형이냐로 좁혀진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합의서와 피해 회복 자료가 그 갈림길에서 쓰입니다.
정말 아무도 없었나, 이 질문이 형을 가른다
폐가에 노숙인이 잠들어 있었다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이 되어 제164조 제1항의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 기준이 되고, 그 사람이 다치거나 숨지면 형은 더 무거워집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있는 줄 몰랐던 경우는 어떨까요. 형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더 무거운 죄가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한 행위는 그 무거운 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정말 몰랐다면 제166조의 범위에서 판단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몰랐다는 말을 어떻게 뒷받침하느냐입니다. 마당에 놓인 신발, 깔린 이불, 켜져 있던 촛불처럼 사람의 흔적이 보였다면 수사기관은 알 수 있었다고 볼 것입니다. 주인이 이따금 들러 머무는 집이었다면 폐가라는 전제부터 흔들립니다. 현장 사진과 출입 흔적을 일찍 확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구 집이냐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나
같은 빈집이라도 소유자가 누구인지, 남은 것이 건물인지 잔해인지에 따라 조문이 바뀝니다.
| 상황 | 조문 | 추가 요건 | 법정형 |
|---|---|---|---|
| 남의 빈집 | 제166조 제1항 | 없음 | 2년 이상 유기징역 |
| 내 소유 빈집 | 제166조 제2항 | 공공의 위험 발생 |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 내 소유이나 압류되었거나 보험에 든 집 | 제176조, 제166조 제1항 | 남의 물건으로 봄 | 2년 이상 유기징역 |
| 건조물로 보기 어려운 남의 폐자재 | 제167조 제1항 | 공공의 위험 발생 |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
| 같은 경우 내 소유 | 제167조 제2항 | 공공의 위험 발생 |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
철거 비용을 아끼려 자기 집을 태우는 경우가 두 번째 줄입니다. 이웃 주택과의 거리, 그날의 바람, 골목의 폭처럼 공공의 위험이 생겼는지가 성립을 가릅니다.
주의
화재보험에 든 집이라면 소유자 본인이 불을 붙여도 남의 집을 태운 것과 같은 조문이 적용됩니다. 그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방화와 별개로 사기 문제까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건조물이 무엇인지는 조문에 따로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벽과 지붕이 남아 있는지가 실제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불이 옆집으로 번졌다면
제168조는 자기 소유 건조물이나 물건에 불을 놓았다가 남의 건조물 등으로 번진 경우를 따로 다룹니다. 사람이 사는 집이나 남의 건조물로 번지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남의 빈집에 불을 놓았는데 바로 붙은 주택까지 탔다면 이 연소 조항이 아니라 다른 질문이 나옵니다. 옆집이 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불을 놓았느냐입니다. 그렇게 평가되면 사람이 사는 건조물에 대한 방화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번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우라면 과실의 문제가 남습니다.
지붕까지 타기 전에 꺼졌다면
제166조 제1항은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폐지에 불을 붙였는데 기둥으로 옮겨붙기 전에 지나가던 사람이 껐다면 미수범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타야 불태운 것으로 볼지는 사건마다 다툼이 생기는 지점이라, 소방 기록에 남은 연소 범위가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자기 소유 빈집입니다. 미수를 처벌하는 제174조의 목록에 제166조 제2항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내 집에 불을 붙이다 스스로 꺼 버렸다면 방화 미수로 처벌할 조문이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보험에 든 집이라면 앞의 표처럼 남의 집으로 보므로 이 결론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불을 놓기 전 단계도 처벌됩니다. 남의 건조물을 태울 목적으로 기름통을 준비해 두었다면 예비죄로 5년 이하의 징역이 문제 되고, 실행 전에 자수하면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됩니다.
술에 취해서, 혹은 실수로 그랬다면
만취 상태는 흔히 형을 줄여 달라는 사유로 주장됩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이 생길 것을 예견하면서 스스로 그런 상태를 만든 경우에는 감경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던진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되었다면 실화입니다. 과실로 남의 건조물을 태우면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면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게가 확 달라집니다. 고의냐 과실이냐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이유입니다.
폐가에 들어간 행위 자체도 따로 따져집니다. 울타리와 출입금지 표지가 있는 관리 중인 건조물이었다면 건조물침입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수사 초기에 정리할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건물의 소유자와 화재보험 가입 여부, 압류 등기가 있는지
- 당시 사람이 머문 흔적이 있었는지, 그것이 밖에서 보였는지
- 불을 붙인 물건과 위치, 실제로 탄 범위
- 인접 건물까지의 거리와 소방 출동 기록, 주변 CCTV
정리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에 불을 놓으면 제166조 제1항의 일반건조물 방화로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기준이 되고, 벌금형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형은 훨씬 무거워지며, 그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현장의 흔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결론을 바꿉니다.
자기 집인지, 보험에 들었는지, 불이 어디까지 번졌는지, 고의였는지 과실이었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여러 갈래로 나뉘므로 조사에 나가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사실관계를 하나씩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0조, 제15조, 제164조, 제166조, 제167조, 제168조, 제170조, 제171조, 제174조, 제175조, 제176조, 제319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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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폐가 마당에 쌓인 쓰레기 더미만 태웠다면 어떻게 됩니까?
건조물이 아닌 물건을 태운 것이므로 제167조가 검토됩니다. 이 조문은 공공의 위험이 실제로 생겨야 성립하므로, 불이 번질 만한 거리에 건물이나 사람이 있었는지가 핵심이 됩니다.
빈집인 줄 알았는데 안에 노숙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됩니까?
형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더 무거운 죄가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한 행위는 그 무거운 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의 흔적이 밖에서 보였다면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니 현장 상황을 정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내 소유 빈집에 불을 붙였다가 바로 끈 경우에도 처벌됩니까?
자기 소유 건조물 방화를 정한 제166조 제2항은 미수범 처벌 목록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집이 압류되었거나 보험의 목적물이라면 남의 물건으로 보게 되어 미수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피해를 모두 배상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까?
방화죄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배상과 합의는 형을 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으로 참작되는 사유이므로, 처벌 여부보다 형의 무게를 줄이는 자료로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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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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