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구형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법정이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재판장이 피고인을 보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습니다. 피고인은 주머니 속 메모지를 만지작거리다 결국 꺼내지 못했고, 죄송하다는 말만 두 번 하고 앉았습니다. 법정을 나서며 그는 준비한 말의 절반도 못 했다고 후회했습니다. 최후진술은 피고인이 재판부에 직접 건네는 마지막 발언입니다. 언제 오는지,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무엇은 빼야 하는지를 사건 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최후진술은 재판의 어느 지점에 오나
공판의 끝자락입니다.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이 마무리되면 제302조에 따라 검사가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한 의견을 진술합니다. 흔히 말하는 구형이 이 의견에 담깁니다.
그다음이 제303조입니다. 재판장은 검사의 의견을 들은 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변호인이 최종변론을 하고, 이어서 피고인이 직접 말하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그 뒤에는 변론이 종결됩니다. 제318조의4에 따르면 판결은 변론을 종결한 그 기일에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고, 따로 선고기일을 잡더라도 변론종결 후 14일 이내여야 합니다.
말할 기회는 사실상 이번 한 번입니다.
재판장이 이 기회를 건너뛸 수 있나
제303조의 문언은 「주어야 한다」입니다. 재량이 아니라 의무라는 뜻이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보장된 권리입니다.
만약 최종 의견을 진술할 기회 없이 변론이 종결되었다면 소송절차가 법률을 어긴 것이 됩니다. 제361조의5 제1호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을 항소이유로 삼을 수 있게 했으니, 이런 일이 있었다면 공판조서에서 해당 기일의 진행을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다만 기회가 주어졌는데 피고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경우는 다르며, 침묵 역시 피고인이 고를 수 있는 선택입니다.
혐의를 인정한 사건이라면 무엇을 말해야 하나
재판부가 이 시점에 듣고 싶어 하는 것은 형을 정할 사정입니다. 반성한다는 말 자체보다 그 반성이 무엇으로 드러나는지가 중요합니다.
막연한 사과는 어느 사건에서나 들립니다. 판사의 기억에 남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입니다. 피해자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과했고 배상은 어디까지 했는지, 범행의 원인이 된 음주나 도박을 끊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시작했는지, 앞으로 누구와 어디에서 지낼지를 짧게 담는 편이 낫습니다.
피해자 탓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은 빼야 합니다. 상대도 잘못이 있었다는 취지가 한 문장이라도 섞이면 앞서 한 사과 전체가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습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무엇이 달라지나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라면 최후진술은 반성의 자리가 아닙니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쓰기 전에 다시 떠올려 주었으면 하는 의문 하나를 남기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아래 표처럼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담을 말과 피할 말이 갈립니다.
| 사건 성격 | 담을 말 | 피할 말 |
|---|---|---|
| 공소사실 전부 인정 | 피해 회복 경과, 재범 방지 계획, 가족·직업 상황 |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표현 |
| 공소사실 전부 부인 | 핵심 쟁점 한두 가지, 재판부가 꼭 봐 주었으면 하는 증거 |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들리는 사과 |
| 일부 인정, 일부 다툼 | 인정하는 부분에 대한 사과와 다투는 부분의 이유를 구분 | 둘을 뒤섞어 무엇을 인정하는지 흐려지는 말 |
부인 사건에서 자주 생기는 실수가 있습니다. 법정 분위기에 눌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본인은 예의로 한 말이어도 듣는 쪽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길이와 방식은 어떻게 정하나
변론은 말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제275조의3). 최후진술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직접 말해야 하고, 서면을 대신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길게 말한다고 유리하지도 않습니다. 판사는 이미 기록을 다 읽은 상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299조는 재판장이 중복되거나 사건과 관계없는 진술을 제한할 수 있게 했습니다. 증거조사 때 이미 한 주장을 처음부터 반복하면 중간에 끊길 수 있습니다.
- 분량은 소리 내어 읽었을 때 1~2분 안팎으로 맞춥니다.
- 메모는 핵심 단어 위주로 적고, 문장을 통째로 읽기보다 재판부를 보며 말합니다.
- 변호인 최종변론과 겹치는 법리 설명은 빼고 본인만 할 수 있는 말을 남깁니다.
- 공판 전날 변호인 앞에서 한 번 말해 보고 시간을 재 봅니다.
최후진술 뒤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변론이 종결된 뒤에도 제305조에 따라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변론 재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선고 전에 합의서나 새 자료가 생겼다면 재개 신청과 함께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정리
최후진술은 검사의 구형 직후, 변론이 끝나기 전에 피고인에게 반드시 주어지는 마지막 발언 기회입니다. 혐의를 인정한 사건이면 반성을 보여 주는 사실을, 다투는 사건이면 핵심 쟁점을 짧게 담고, 오해를 부를 사과나 피해자 탓은 피해야 합니다.
선고는 대개 그날이나 14일 안에 이루어지므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칩니다. 사건 성격에 맞는 문장은 변호사와 함께 다듬고 한 번 소리 내 연습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75조의3, 제296조의2, 제299조, 제302조, 제303조, 제305조, 제318조의4, 제361조의5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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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최후진술을 하지 않고 넘어가도 불이익이 있습니까?
최후진술은 피고인의 권리이므로 하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성이나 핵심 주장을 직접 전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니, 할 말이 없더라도 짧게라도 입장을 밝히는 편이 대부분 유리합니다.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어도 됩니까?
조문에 원고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변론은 구두로 하면 됩니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읽기만 하면 전달력이 떨어지므로 핵심 단어만 메모해 재판부를 보며 말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검사의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까?
검사의 구형은 제302조에 따른 의견일 뿐 법원을 묶지 않습니다. 법정형 범위 안에서 법원이 따로 정하므로 구형 숫자만 보고 안심하거나 낙담할 일은 아닙니다.
최후진술에서 깜빡한 내용을 선고 전에 알릴 방법이 있습니까?
변론이 종결된 뒤라도 제305조에 따라 변론 재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재개 여부는 법원이 정하므로, 새로 생긴 합의서나 자료처럼 판단에 영향을 줄 사정을 구체적으로 적어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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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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