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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9일조회 0

외국 대사관 앞에서 그 나라 국기를 찢었다면

어느 나라의 외교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그 나라 대사관 건너편에서 열렸습니다. 구호가 거세지던 중 참가자 한 명이 경찰 통제선을 넘어 대사관 정문 쪽으로 달려가고, 게양대 옆에 걸린 국기를 끌어내려 찢어 버립니다. 영상은 그날 밤 퍼져 나가고, 며칠 뒤 그는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습니다. 친구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지만 본인은 어떤 죄명이 붙을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형법은 외국의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국교에 관한 죄」라는 장에서 따로 다룹니다. 어떤 국기여야 하는지, 어떤 목적이 필요한지, 그 나라 정부의 뜻이 왜 중요한지를 차례로 따져 봅니다.

외국 국기를 찢으면 어떤 조문이 적용되나

제109조는 외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행위 유형이 셋으로 나뉩니다. 찢거나 불태우는 손상, 게양대에서 끌어내려 치워 버리는 제거, 오물을 묻히거나 짓밟는 오욕입니다. 앞의 사례는 끌어내린 뒤 찢었으니 제거와 손상이 함께 있습니다.

이 조문이 들어 있는 형법 제4장은 외국 원수나 외교 사절에 대한 폭행·모욕과 나란히 외국 국기 모독을 규정합니다. 개인의 물건이 아니라 외교 관계를 보호하려는 장이라는 점이 해석의 출발점입니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란 무엇인가

이 요건이 사건의 방향을 크게 가릅니다. 조문은 아무 외국 국기가 아니라 그 나라의 공용에 쓰이는 국기만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국기의 출처제109조 대상 여부함께 검토할 죄
대사관·영사관에 게양된 국기공용에 공하는 국기로 볼 여지가 큼재물손괴, 외국사절 모욕
그 나라 정부 행사장에 공식 게양된 국기공용 여부를 개별 판단재물손괴, 업무방해
집회 참가자가 직접 사 온 국기공용에 공하는 국기로 보기 어려움다른 법률 위반 여부
상점에 진열된 판매용 국기공용에 공하는 국기로 보기 어려움재물손괴

시위 도구로 미리 사 둔 국기를 불태우는 장면은 언론에 자주 나오지만, 문언대로라면 제109조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대사관 게양대의 국기는 그 나라가 공식적으로 내건 것이라 정반대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국기가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모욕할 목적은 어떻게 판단되나

제109조는 목적범입니다. 국기를 훼손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로 외국을 모욕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목적은 마음속 일이라 직접 증명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행위 당시의 정황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회에서 외친 구호, 들고 있던 피켓 문구, 행위 직후 SNS에 올린 글, 국기를 다룬 방식 같은 것들입니다.

반대 사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넘어지면서 게양줄을 잡아당겨 국기가 떨어진 경우, 다른 사람을 막으려다 국기가 찢어진 경우라면 모욕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사정을 뒷받침할 현장 영상을 확보해 두는 것이 조사의 첫 준비가 됩니다.

그 나라 정부가 문제 삼지 않으면

제110조가 이 죄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제107조부터 제109조까지의 죄는 그 외국정부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반의사불벌의 구조입니다.

의사의 주체가 피해를 입은 개인이 아니라 외국정부라는 점이 독특합니다. 대사관 직원 개인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 정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그런 뜻이 확인되면 이 죄로는 재판에 넘길 수 없습니다. 수사가 이미 진행되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의자가 직접 대사관을 찾아가 사과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합니다. 또 다른 마찰로 번질 수 있습니다.

사과와 반성의 뜻은 서면으로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출하고, 외교 경로로 의사가 확인되는 절차는 그 흐름에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주의
제110조는 제107조부터 제109조까지의 죄에만 적용됩니다. 같은 행위가 재물손괴나 다른 법률 위반에도 해당하면, 외국정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그 부분은 별도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습니다.

국기 말고 함께 문제 되는 죄는

앞의 사례처럼 통제선을 넘어 대사관 시설에 접근했다면 죄명이 하나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 재물손괴(제366조): 남의 재물을 손괴한 것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 외국사절 모욕(제108조 제2항): 대한민국에 파견된 외국사절을 모욕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입니다.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신고 범위를 벗어난 행위나 질서유지선 침범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한 개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면 제40조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국기 하나를 찢은 행동이 몇 개의 조문에 동시에 걸리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대응의 우선순위가 보입니다.

우리 국기를 훼손한 경우와는 무엇이 다른가

제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오욕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형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외국 국기의 경우보다 법정형이 무겁게 정해져 있습니다.

두 조문은 구조도 다릅니다. 제105조에는 「공용에 공하는」이라는 한정이 없고, 제110조 같은 반의사불벌 규정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외국 국기 쪽은 외교 관계를 고려해 대상을 좁히고 상대국의 뜻을 존중하는 장치를 둔 셈입니다.

정리

대사관 앞에서 외국 국기를 찢으면 제109조의 외국 국기 모독이 문제 됩니다. 다만 그 국기가 그 나라의 공용에 쓰이는 것이어야 하고, 외국을 모욕하려는 목적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외국정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이 죄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재물손괴나 집회 관련 법률 위반은 따로 남을 수 있습니다. 국기의 출처, 행위 당시의 정황, 함께 걸리는 죄명을 먼저 정리한 뒤 진술 방향을 정해야 하니,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면 조사 전에 변호사와 함께 사실관계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조, 제40조, 제105조, 제107조, 제108조, 제109조, 제110조, 제36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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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집회에 쓰려고 직접 산 외국 국기를 불태운 것도 처벌됩니까?

제109조는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를 대상으로 합니다. 개인이 구입한 국기는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집회 장소와 방식에 따라 다른 법률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으니 행위 당시의 상황을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외국정부의 처벌불원 의사는 어떻게 확인됩니까?

제110조는 외국정부의 명시한 의사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피의자 개인이 받아 올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므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공식 경로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국기를 찢은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사람도 처벌됩니까?

촬영과 게시만으로 제109조의 손상·제거·오욕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행위자와 사전에 계획을 함께 세웠다면 공범 여부가 따져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자기 나라 대사관 국기를 훼손한 경우에도 같습니까?

형법 제2조에 따라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형법이 적용됩니다. 국적과 관계없이 제109조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로 판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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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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