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술집 앞 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회사원은 그 시각 70킬로미터 떨어진 처가에 있었다고 처음부터 말해 왔습니다. 고속도로 통행 기록과 처남의 증언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이 현장부재를 주장하자 검사가 곧바로 그 자료 목록과 증인 명단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검사의 수사기록을 보는 것은 피고인의 권리라고만 알았는데, 왜 이쪽 패까지 먼저 보여 줘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1이 정한 상호 열람의 구조를 살펴봅니다.
검사는 어떤 때 피고인 쪽 자료를 요구할 수 있나
요구할 수 있는 시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판기일 또는 공판준비절차에서 현장부재, 심신상실, 심신미약 등 법률상·사실상의 주장을 한 때입니다. 공소사실을 단순히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이 조항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런 주장은 검사가 미리 대비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시각에 다른 곳에 있었다는 주장이 공판 중에 처음 나오면 검사는 확인할 시간이 없고 재판은 길어집니다. 그래서 법은 피고인이 검사의 기록을 볼 수 있게 한 것과 짝을 맞추어, 이런 주장을 내놓은 피고인에게도 그 근거를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현장부재 주장 (알리바이)
범행 시각에 피고인이 범행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으므로 범인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위치 기록, 결제 내역, 목격자 진술처럼 시간과 장소를 함께 보여 주는 자료로 뒷받침됩니다.
무엇까지 내놓아야 하나
제266조의11 제1항이 정한 범위는 검사의 공개 의무를 정한 제266조의3과 거의 같은 모양입니다.
| 구분 | 검사 → 피고인 측 (제266조의3) | 피고인 측 → 검사 (제266조의11) |
|---|---|---|
| 언제 | 공소제기 후 언제든 신청 | 현장부재·심신상실 등 주장을 한 때 |
| 증거로 낼 것 | 검사가 증거로 신청할 서류등 | 피고인 측이 증거로 신청할 서류등 |
| 증인 | 증인 명단과 그 사람의 기존 진술 | 증인 성명과 사건과의 관계를 적은 서면 |
| 그 밖에 | 증명력 관련 서류, 피고인 측 주장 관련 서류 | 증명력 관련 서류, 피고인 측 주장 관련 서류 |
| 거부되면 | 법원에 허용 신청 (제266조의4) | 법원에 허용 신청 (제266조의11 제3항) |
증인 쪽은 성명과 사건과의 관계를 적은 서면이 대상입니다. 처남을 세우려 한다면 이름과 함께 처남이라는 관계가 검사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친족 증인은 신빙성 공격을 받기 쉬우므로, 통행 기록처럼 객관적인 자료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미리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면, 사진, 녹음 파일, 영상 같은 특수매체도 제5항에 따라 서류등에 들어갑니다. 블랙박스 영상이나 휴대전화 위치 기록 화면을 따로 빼 둘 수는 없다는 뜻이고, 다만 특수매체의 등사는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됩니다.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제2항은 검사가 피고인 측의 제266조의3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했다면 피고인 측도 검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한쪽만 보여 주는 불균형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단서가 붙습니다. 피고인 측이 검사의 거부에 맞서 법원에 허용 신청을 했다가 법원이 그 신청을 기각했다면 더는 이 이유로 거부하지 못합니다. 법원이 검사의 거부가 정당하다고 본 이상 맞대응의 근거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
검사는 제3항에 따라 법원에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고, 이 신청에는 제266조의4의 절차가 준용됩니다.
- 법원은 공개로 생길 폐해와 방어·신속한 재판을 위한 필요성, 자료의 중요성을 저울질합니다.
- 결정 전에 상대방에게 의견을 낼 기회를 줍니다.
- 필요하면 해당 자료를 제시하게 하거나 관계인을 심문합니다.
- 공개를 명하더라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여 줄지 정하고 부수 조건을 달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무겁습니다. 준용되는 제266조의4 제5항은 법원의 공개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은 쪽에 무거운 대가를 지웁니다. 그 증인과 서류는 법정에 내놓을 길이 막힙니다. 처남을 증인으로 세우려 했다면 그 길이 막히는 셈입니다.
알리바이는 언제 꺼내는 것이 좋은가
공판 막바지에 깜짝 증거로 내놓으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준비기일이 끝난 뒤에 처음 꺼낸 증거는 제266조의13 제1항의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재판을 현저히 늦추지 않는다는 점이나, 큰 잘못 없이 미리 내지 못한 사정을 소명하는 경우에만 받아들여집니다. 준비절차를 거친 사건이라면 알리바이 증거를 묵혀 두었다가 증거 신청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주의
위치 기록이나 통신 기록은 보존 기간이 지나면 다시 받기 어렵습니다. 공개 시점을 고민하기 전에 자료부터 확보하고, 공개 범위는 변호인과 함께 정하십시오.
반대로 일찍 공개하면 검사가 반박 자료를 찾을 시간을 얻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자료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먼저 따지고, 증인의 진술이 흔들릴 여지가 없도록 사전에 정리한 뒤 준비기일에 내놓는 흐름이 일반적입니다. 공개 범위를 좁히는 것보다 증거의 질을 높이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현장부재나 심신상실처럼 검사가 예상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면 검사도 그 근거 자료와 증인 명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먼저 공개를 거부했다면 맞서 거부할 수 있지만, 법원이 허용을 명하면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그 증거를 쓸 수 없습니다. 상호 공개는 한쪽만의 의무가 아닙니다.
알리바이는 숨기는 것보다 단단하게 다듬어 제때 내놓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 확보와 공개 시점을 변호인과 미리 맞추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제266조의4, 제266조의5, 제266조의11, 제266조의13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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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단순히 범행을 부인만 해도 검사가 제 자료를 요구할 수 있습니까?
제266조의11 제1항은 현장부재·심신상실·심신미약 등 법률상·사실상 주장을 한 때로 요건을 정했습니다. 공소사실을 다투는 것만으로 곧바로 요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가 수사기록 일부를 안 보여 줬다면 저도 거부할 수 있습니까?
제2항에 따라 검사가 제266조의3의 열람·등사를 거부했다면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거부를 다툰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면 이 이유로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했는데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법원 결정을 곧바로 따르지 않은 대가로 해당 증인과 서류를 법정에 낼 기회 자체를 잃게 됩니다. 제266조의4 제5항이 피고인 측에도 준용되기 때문입니다.
공판준비기일 뒤에 알리바이 증인을 새로 찾았다면 신청할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하지만 문턱이 있습니다. 재판 진행이 크게 늦어지지 않는다는 점, 또는 준비기일까지 증인을 찾지 못한 데 잘못이 없었다는 사정을 소명해야 제266조의13 제1항에 따라 받아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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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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