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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9일조회 0

변압기를 부숴 아파트 단지가 정전됐다면

관리비 문제로 관리사무소와 몇 달째 다투던 입주민이 한밤중 지하 전기실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공구로 변압기 배선을 끊어 놓고 나오자 1,200세대 단지 전체의 불이 꺼집니다. 엘리베이터 두 대에 주민이 갇히고, 지하 주차장 배수펌프가 멈추고, 집에서 산소발생기를 쓰던 노인 가구에는 구급차가 옵니다. 다음 날 아침 경찰이 찾아왔을 때 본인은 관리사무소 물건 하나 망가뜨린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법은 이 장면을 재물손괴보다 훨씬 무겁게 봅니다. 제173조가 어떤 요건으로 이 행위를 묶는지, 단지 변압기와 한전 설비가 어떻게 다르게 다루어지는지를 하나씩 따져 봅니다.

변압기를 부순 행위에 왜 제173조가 거론되나

제173조는 형법 제13장 「방화와 실화의 죄」 안에 있습니다. 불이나 폭발처럼 한 사람의 물건을 넘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모아 둔 장입니다.

조문의 대상은 가스, 전기, 증기의 공작물입니다. 그 공작물을 손괴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급이나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배선을 끊는 것은 손괴의 전형이고, 차단기를 내려 잠가 버리는 것도 「그 밖의 방법」으로 공급을 막은 것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보호하려는 것은 변압기라는 물건의 값이 아닙니다. 전기가 끊겼을 때 생기는 사람들의 위험입니다.

제1항과 제2항, 무엇이 갈리나

같은 조문 안에 두 개의 문이 있습니다.

구분대상 공작물추가 요건법정형
제1항가스·전기·증기 공작물 일반공공의 위험이 실제로 발생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제2항공공용 공작물없음(손괴·공급방해로 성립)제1항과 같음
제3항 전단제1·2항의 죄로 사람이 다침상해 결과2년 이상 유기징역
제3항 후단제1·2항의 죄로 사람이 사망사망 결과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제1항은 결과로 생긴 공공의 위험을 증명해야 성립합니다. 제2항은 공작물이 공공용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하고, 위험이 실제로 생겼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같은 배선을 끊어도 그 배선이 누구의 것이고 무엇에 쓰이는지에 따라 증명해야 할 사실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벌금형은 어느 쪽에도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 변압기는 공공용일까

여기서 사례가 갈림길에 섭니다. 한국전력이 전신주 위에 설치해 동네 여러 건물에 전기를 나누어 보내는 배전 설비라면 공공용으로 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면 아파트 지하 전기실의 수전 설비는 단지 소유이고, 그 단지 주민에게만 전기를 공급합니다.

조문은 「공공용」의 뜻을 따로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그 판단은 설비의 용도와 공급 범위를 보고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단지 설비를 두고는 제2항이 아니라 제1항으로 접근하는 길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제1항이라면 공작물이 누구 것이든 상관없는 대신, 공공의 위험이 생겼다는 점을 따로 따져야 합니다.

사례의 단지에서는 그 증명이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엘리베이터 고립, 배수펌프 정지, 의료기기 사용 가구의 위급 상황은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미치는 위험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상가 한 칸의 전기만 끊겼고 별다른 위험이 없었다면 제1항이 성립하기 어렵고, 재물손괴 같은 다른 죄의 문제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정전으로 누군가 다쳤다면

제3항은 결과에 따라 형을 끌어올립니다.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면 2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정전과 피해 사이의 연결이 쟁점이 됩니다. 어두운 계단에서 넘어진 주민, 멈춘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진 주민, 산소 공급이 끊긴 환자처럼 원인이 정전으로 이어지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합니다. 당일 119 출동 기록과 관리사무소 민원 일지, 병원 진료 기록이 이 연결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피의자 쪽에서는 이 연결고리를 꼼꼼히 다투는 것이 형의 하한을 가릅니다.

끊으려다 실패했거나, 준비만 했다면

제174조는 제173조 제1항과 제2항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전기실에 들어가 배선을 자르다가 경비원에게 붙잡혔다면 미수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보다 앞 단계도 처벌 대상입니다. 제175조는 같은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하거나 음모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고 정했습니다. 절단 공구를 사 두고 전기실 열쇠를 몰래 복제해 둔 단계라면 이 조문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자수 감면은 실행 전이어야 합니다.

공공의 위험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이 미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173조 제1항은 이 위험이 실제로 발생해야 성립합니다.

실수로 끊었거나 내 소유 설비라면

고의가 없었다면 제173조의2로 넘어갑니다. 과실로 제173조 제1항·제2항의 죄를 범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면 7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굴착 공사 중 지중 전선을 건드려 동네 전체가 정전된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상가 건물주가 자기 건물 변압기를 망가뜨린 경우는 어떨까요. 제176조는 자기 소유 물건이라도 압류 등 강제처분을 받았거나 타인의 권리 또는 보험의 목적물이 되었다면 이 장의 적용에서 타인의 물건으로 본다고 정했습니다. 경매가 진행 중이거나 보험에 들어 있는 설비라면 내 것이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둘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손괴한 설비의 소유자와 공급 범위(단지 내부인지, 외부 배전망인지)
  • 정전 지속 시간과 복구 경위
  • 정전 중 발생한 고립·사고·출동 기록
  • 행위 당시 공급 중단을 의도했는지, 다른 목적이었는지

정리

변압기를 부숴 정전을 일으키면 재물손괴가 아니라 가스·전기 공급방해죄가 거론되고,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공공용 설비라면 손괴만으로, 단지 설비처럼 공공용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공의 위험이 실제로 생겼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성립합니다.

누군가 다치면 형은 더 무거워집니다.

미수와 예비도 처벌되고, 과실이라면 별도의 조문이 적용됩니다. 어느 항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다툴 사실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수사 초기부터 설비의 성격과 정전의 실제 영향을 자료로 확인해 두고 변호사와 함께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73조, 제173조의2, 제174조, 제175조, 제17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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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배선을 끊었지만 비상 발전기가 바로 돌아가 정전이 몇 초에 그쳤다면 어떻게 됩니까?

제173조 제1항은 공공의 위험이 실제로 발생해야 성립합니다. 비상 전원이 즉시 공급되어 위험이 생기지 않았다면 제1항이 성립하기 어렵고, 미수(제174조)나 다른 죄의 문제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공용 설비라면 제2항은 위험 발생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전기 계량기를 조작해 요금을 덜 내는 것도 이 죄에 해당합니까?

제173조는 공급이나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문입니다. 요금을 피하려는 계량기 조작은 공급을 막는 것이 아니라 대가 없이 쓰려는 것이어서 주로 다른 재산범죄의 문제로 다루어집니다.

관리사무소가 단전 조치를 한 경우에도 문제가 됩니까?

정당한 권한과 절차에 따른 조치인지가 먼저 따져집니다. 관리규약이나 계약상 근거 없이 공급을 끊어 위험을 발생시켰다면 제173조나 업무방해 등이 문제 될 수 있으니, 단전 전에 근거 규정과 통지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정전으로 냉동식품이 상한 피해도 처벌 대상에 포함됩니까?

공공의 위험에는 재산에 대한 위험도 포함될 수 있지만, 형사 처벌의 무게를 가르는 제3항은 사람의 상해와 사망만 규정합니다. 재산 피해는 형사 절차와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로 회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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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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