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를 마치고 나온 지 몇 해가 지나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그때 법정에서 했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고백이 적혀 있고, 보낸 사람은 유죄 판결의 핵심 증인이었습니다. 위증으로 고소하겠다고 마음먹은 무렵, 그 증인이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처벌받을 사람이 사라졌으니 재심도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422조는 바로 이런 막다른 상황을 위해 놓인 조문입니다. 확정판결 대신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어디서 길이 다시 막히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거짓 증언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재심이 열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420조 제2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이 거짓이라는 점이 다른 확정판결로 증명된 경우를 재심 사유로 정했습니다.
두 겹의 요건입니다. 먼저 그 증언이 유죄 판결의 증거로 쓰였어야 합니다. 판결문의 증거 목록에 그 증인의 법정 진술이 올라 있는지가 출발점입니다. 다음으로 그 증언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다른 형사재판의 확정판결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보통은 증인을 위증죄로 처벌한 유죄 판결이 그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고백 편지 한 장으로 곧장 재심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
재심 사유가 다른 범죄의 확정판결을 요구하는데 그 판결을 얻을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 그 범죄 사실 자체를 직접 증명해 재심을 청구하는 방법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22조에 근거가 있습니다.
증인이 숨지면 왜 길이 끊긴 것처럼 보이나
사망한 사람은 처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증죄로 기소되기 전에 숨졌다면 수사기관은 공소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에 숨졌다면 제32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법원이 공소를 기각합니다. 어느 쪽이든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선언하는 유죄 판결은 끝내 나오지 않습니다. 제420조 제2호의 문언만 놓고 보면 요건을 채울 방법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시간도 비슷한 벽을 만듭니다. 형법 제152조 제1항의 위증은 법정형이 징역 5년 이하이므로 제249조에 따라 공소시효가 7년입니다. 증인이 살아 있더라도 시효가 지나면 위증 판결은 얻을 수 없습니다.
제422조는 어떤 길을 열어 두었나
조문은 짧습니다. 확정판결로 범죄가 증명됨을 재심 이유로 삼아야 하는데 그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증인의 사망은 이 조문이 상정한 전형적인 장면입니다. 위증 판결이 나올 수 없게 된 이유가 증언의 진위와 무관한 사정이라면, 판결 대신 증언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재심 법원에서 직접 증명하는 길이 열립니다.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도 같은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짐은 무거워집니다.
위증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해 주었을 증명을 재심을 청구하는 쪽이 스스로 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강제 조사 없이 모은 자료만으로 법원을 설득해야 하고, 숨진 증인을 법정에 다시 세울 수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 조문도 쓸 수 없나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는 예외입니다.
예를 들어 증인이 생전에 위증 혐의로 고소되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되었다면, 그 뒤 숨졌다는 사정만으로 제422조를 쓰기는 어렵습니다. 판결을 얻지 못한 원인이 사망이 아니라 증명 부족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수사가 진행되던 중 숨져 처분이 내려지지 못한 경우라면 단서가 걸리지 않습니다.
| 위증 판결을 얻지 못한 이유 | 제422조 활용 |
|---|---|
| 기소 전 증인 사망 | 가능, 허위 사실을 직접 증명 |
| 재판 중 증인 사망으로 공소기각 | 가능, 허위 사실을 직접 증명 |
| 위증의 공소시효 7년 경과 | 가능, 허위 사실을 직접 증명 |
|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또는 무죄 | 제422조 단서에 걸림 |
무엇으로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증명하나
재심 법원이 보는 것은 고백의 진정성보다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맞는지입니다. 숨진 증인이 남긴 말은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다른 자료로 받쳐 주어야 무게가 실립니다.
- 증인이 남긴 자필 진술서나 편지의 원본, 작성 경위를 아는 사람의 진술을 확보합니다.
- 고백이 담긴 통화 녹음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원본 파일과 저장 기기를 보존합니다.
- 당시 증언 내용과 모순되는 객관 자료, 예컨대 출입 기록이나 통신 기록을 찾습니다.
- 증인이 거짓 증언을 하게 된 동기나 대가를 보여 주는 정황을 정리합니다.
- 원판결이 그 증언에 얼마나 기대었는지 판결 이유를 다시 읽어 표시해 둡니다.
마지막 항목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거짓 증언이 판결의 여러 증거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면 재심이 열려도 결론이 바뀌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가, 언제, 어디에 청구하나
청구권자는 제424조가 정합니다.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람과 그 법정대리인, 검사가 청구할 수 있고, 선고받은 사람이 사망했다면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서는 제423조에 따라 유죄를 선고한 그 법원에 냅니다. 상급심에서 끝난 사건이라면 어느 판결을 겨냥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항소나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된 사건이라도 제421조 제1항이 제420조 제2호의 사유로 그 기각판결에 대한 재심을 허용합니다.
기한은 따로 없습니다. 복역이 끝났든 집행이 면제되었든 청구권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 제427조의 취지입니다. 출소 뒤 몇 해가 지났더라도 이름을 되찾기 위한 청구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청구했다고 집행이 저절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개정된 제428조는 관할 법원에 대응한 공소청의 검사가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이 있을 때까지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정리
유죄 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이 거짓이었다면 재심 사유가 됩니다. 원칙은 위증의 확정판결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증인이 숨졌거나 위증의 공소시효 7년이 지나 그 판결을 얻을 수 없다면 제422조에 따라 허위 사실을 직접 증명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증거 부족은 예외입니다.
생전에 증명 부족으로 불기소된 이력이 있다면 길이 좁아지고, 고백 하나만으로는 재심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녹음이나 편지 같은 자료는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원판결이 그 증언에 얼마나 기대었는지를 기록과 함께 변호사와 함께 검토한 뒤 청구 시점을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328조, 제420조, 제421조, 제422조, 제423조, 제424조, 제427조, 제428조 · 형법 제15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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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증인이 생전에 위증을 인정하는 녹음을 남겼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까?
녹음은 중요한 자료이지만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은 진술입니다. 재심 법원은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맞는지를 보므로, 당시 증언과 모순되는 출입 기록이나 통신 기록처럼 녹음을 받쳐 줄 자료를 함께 모으셔야 합니다.
위증 고소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된 뒤 증인이 사망했다면 제422조를 쓸 수 있습니까?
제422조 단서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를 예외로 둡니다. 판결을 얻지 못한 원인이 사망 이전의 증명 부족에 있었다면 이 조문을 쓰기 어려우므로, 불기소 이유서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출소한 지 여러 해가 흘렀어도 늦지 않았습니까?
출소 뒤라도 청구는 막히지 않습니다. 법이 기한을 따로 두지 않았으므로, 증거를 원본 상태로 보존하는 일을 먼저 챙기시면 됩니다.
항소심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확정되었다면 어느 판결에 재심을 청구합니까?
제421조 제1항은 제420조 제2호의 사유가 있으면 항소나 상고의 기각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을 허용합니다. 다만 제1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판결이 나온 뒤에는 기각판결에 대해 다시 청구하지 못하므로, 대상 판결을 처음부터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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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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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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