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폭행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날 현장을 본 사람은 친구의 직장 동료 한 명뿐인데, 법원에서 증인 소환장이 나왔다고 합니다. 누군가 그 동료에게 동남아 왕복 항공권과 한 달 체류비를 건네며 재판 끝날 때까지만 다녀오라고 권합니다. 돈을 낸 사람은 친구를 돕는다고 생각했겠지만, 형법은 이 행동에 이름을 따로 붙여 두었습니다. 제155조 제2항의 증인도피입니다. 어디서부터 죄가 되는지, 가족이라면 달라지는지, 그리고 정작 재판에는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살펴봅니다.
증인을 외국에 보내는 일이 왜 처벌 대상인가
재판이 기댈 사람을 법정에서 지워 버리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155조 제2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형은 제1항의 증거인멸과 같아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서류나 물건을 없애는 것과 증언할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을 같은 무게로 본 셈입니다.
조문은 형사사건이라고만 적었고 재판이 시작된 뒤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소환장이 나오기 전이라도 그 사람이 사건의 핵심 진술자라는 사실을 알고 출국을 거들었다면 이 조문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증인도피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서 증인이 될 사람을 숨기거나 달아나게 하는 행위입니다. 증인 본인이 아니라 그 도피를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처벌 대상이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어디까지 하면 도피하게 한 것이 되나
핵심은 증인이 법정에 서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누가 만들었느냐입니다.
증인이 원래 계획대로 해외 출장을 떠났고 그 사실을 알고도 말리지 않았을 뿐이라면 평가가 다릅니다. 반면 아래와 같은 행동은 도피를 적극적으로 가능하게 한 사정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 항공권, 체류비, 숙소를 대신 마련해 준 경우
- 재판 일정이 끝날 때까지 귀국하지 말라고 요청한 경우
- 해외 지사 발령처럼 출국의 명분을 만들어 준 경우
-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지 않도록 연락처를 바꾸게 한 경우
국내에 숨겨 두는 것도 같습니다. 조문은 은닉과 도피를 나란히 적었습니다. 지방의 지인 집에 머물게 하며 소재를 감추는 일도 해외 출국과 같은 조항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범인을 숨긴 것과는 무엇이 다른가
숨긴 대상이 다릅니다. 그래서 조문도, 형도 달라집니다.
| 조문 | 대상 | 법정형 |
|---|---|---|
| 제151조 제1항 범인은닉·도피 |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 |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 제155조 제1항 증거인멸 등 | 타인의 형사·징계사건에 관한 증거 |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
| 제155조 제2항 증인은닉·도피 | 타인의 형사·징계사건에 관한 증인 |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
| 제155조 제3항 모해 목적 | 피고인·피의자·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의 위 행위 | 10년 이하 징역 |
눈여겨볼 점은 증인을 빼돌린 쪽의 상한이 범인을 숨긴 쪽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사람 하나가 사라지면 사건의 진실을 가릴 수단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배치로 읽힙니다.
피고인을 해치려는 목적이었다면
형이 두 배로 뛰고 벌금형이 사라집니다.
제155조 제3항은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증거인멸이나 증인도피를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무죄를 밝혀 줄 수 있는 증인을 일부러 외국으로 보내 피고인이 불리한 판결을 받게 하려 했다면 이 항이 검토됩니다.
방향이 반대일 뿐 구조는 같습니다. 피고인을 돕기 위해서든 해치기 위해서든 증인을 법정 밖으로 빼내는 일 자체가 처벌 대상이고, 그 목적이 해치려는 쪽이면 더 무겁게 다룬다는 뜻입니다.
가족이 도왔다면 처벌받지 않나
조건이 맞으면 그렇습니다. 제155조 제4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이 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했습니다.
여기서 본인은 그 형사사건의 당사자로 읽힙니다. 기소된 남편을 위해 아내가 목격자의 출국을 도왔다면 이 특례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친구나 직장 동료, 거래처 사장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친족이 아니므로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조문은 타인의 사건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피고인 본인이 자기 사건의 증인을 직접 빼돌린 경우에는 이 조항을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피고인이 다른 사람을 시켜 그 일을 하게 했다면 교사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이 아닌 제3자를 끌어들이는 순간 위험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증인이 사라지면 재판은 피고인에게 유리해지나
오히려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증인이 외국에 머물러 법정에 나올 수 없게 되면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움직입니다. 그 사람이 수사기관에서 남긴 조서가 법정 진술 없이도 증거로 쓰일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물론 조서가 작성될 당시의 상황이 믿을 만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문턱은 있습니다.
법정에 세워 반대신문으로 흔들 기회는 사라지고, 수사기관에서 남긴 말만 남을 수 있습니다. 증인을 외국에 보낸 일이 드러나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도 쓰입니다. 증인 본인도 소환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나오지 않으면 과태료나 감치 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의
증인과 연락해 진술 내용을 맞추거나 출석을 미루게 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별도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증인의 일정이 정말 맞지 않는다면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기일 조정을 요청하는 것이 정식 경로입니다.
정리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서 증인이 될 사람에게 항공권과 체류비를 대 주며 출국을 권하면 형법 제155조 제2항의 증인도피가 문제 됩니다. 법정형은 범인은닉보다 높고, 피고인을 해치려는 목적이었다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올라갑니다.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당사자를 위해 한 경우만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증인을 빼낸다고 재판이 유리해지지도 않습니다. 이미 그런 일이 있었거나 의심을 받고 있다면 연락과 송금 내역을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51조, 제155조 · 형사소송법 제151조, 제314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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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증인이 스스로 해외에 나가겠다고 해서 비행기표만 사 줬는데도 처벌됩니까?
증인의 출국 결심이 먼저였더라도 그 사람이 사건의 증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출국 비용을 대 주었다면 도피를 가능하게 한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언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당시 대화와 송금 내역을 정리해 두십시오.
증인이 아직 법원 소환을 받기 전이었다면 괜찮습니까?
제155조 제2항은 형사사건에 관한 증인이라고만 적고 소환 이후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핵심 진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소환장 발부 전이라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피고인의 형이 증인 출국을 도왔다면 어떻게 됩니까?
형제는 친족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을 위하여 한 행위라면 제155조 제4항에 따라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 친족이 아닌 사람이 함께 관여했다면 그 사람에게는 특례가 미치지 않습니다.
증인이 외국에 있으면 그 사람의 진술은 재판에서 쓰이지 않습니까?
외국에 머무는 사람의 수사기관 조서도 작성 당시 상황의 신빙성이 증명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증인이 사라져도 수사 단계 진술이 법정에 들어올 수 있으므로 오히려 반대신문의 기회를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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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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