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교체 공사 견적이 이웃 단지보다 훨씬 높게 잡혔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몇몇 주민이 자료를 모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특정 업체와 가깝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만들었고, 각 동 승강기 게시판에 붙이고 단지 단체 채팅방에도 올렸습니다. 일주일 뒤 회장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관리비를 함께 내는 사람으로서 할 말을 했을 뿐인데 처벌까지 받느냐는 물음에, 형법 제307조와 제310조가 어떻게 답하는지 따져 봅니다.
단지 게시판 공고도 공연히 한 것인가
대개는 그렇게 평가됩니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드러낸 경우에 성립합니다. 승강기 게시판은 그 동에 사는 모든 세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는 자리이고, 단지 전체 채팅방은 수백 명이 한꺼번에 읽는 공간입니다. 읽을 사람을 미리 고르지 않은 게시이므로 이 요건을 다투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고문에 회장의 이름을 직접 쓰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직함만으로 누구인지 단지 안에서 바로 알 수 있다면 특정성도 충족됩니다.
사실을 적었다면 처벌받지 않는 것 아닌가
우리 형법은 사실을 적은 경우도 처벌합니다.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했습니다. 내용이 거짓이면 제2항으로 넘어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됩니다. 진실이냐 거짓이냐는 처벌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 조문 | 행위 | 법정형 | 제310조 적용 |
|---|---|---|---|
| 형법 제307조 제1항 | 사실 적시 | 2년 이하 징역·금고, 500만원 이하 벌금 | 대상 |
| 형법 제307조 제2항 | 허위사실 적시 |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1천만원 이하 벌금 | 대상 아님 |
|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 비방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서 사실 적시 |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 문언상 대상 아님 |
| 형법 제311조 | 공연한 모욕 | 1년 이하 징역·금고, 200만원 이하 벌금 | 대상 아님 |
채팅방에 올린 부분은 따로 봐야 합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에는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되어 형이 무거워집니다.
의혹이라고만 썼다면 사실 적시가 아닌가
단어 하나로 피해 가기는 어렵습니다.
공고문 끝에 물음표를 달거나 의혹이라는 말을 붙여도, 읽는 사람이 회장이 업체에서 대가를 받았다는 식의 구체적인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표현 형식보다 글 전체가 독자에게 전달하는 인상을 기준으로 사실 적시인지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견적 비교표와 회의록 같은 객관적 자료를 그대로 옮기고, 판단은 주민에게 맡기면서 설명을 요구하는 방식이라면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생깁니다. 무엇을 단정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제310조는 어떤 경우에 처벌하지 않나
두 요건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적은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어야 하고,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사 계약과 관리비 집행은 단지 주민 모두의 돈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 사용이 적정한지를 알리는 일은 공공의 이익과 닿아 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문제는 오로지라는 말입니다. 공고문에 공사 문제와 상관없는 회장의 사생활이나 가족 이야기, 감정 섞인 비난이 들어가면 그 부분이 공익 목적을 흐리게 만듭니다.
적용 범위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제310조는 문언상 제307조 제1항의 행위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허위사실을 적은 제2항에는 처음부터 이 조문이 닿지 않습니다.
진실이 먼저입니다.
사실이라고 믿었는데 틀린 부분이 있었다면
허위사실 명예훼손은 적은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면서 게시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진실이라고 믿고 썼다면 제307조 제2항의 고의가 문제 되고, 다툼은 제1항과 제310조 쪽으로 옮겨 갑니다.
그때부터는 근거 자료가 전부입니다. 견적서를 어디서 받았는지, 업체와의 관계를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회장에게 해명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가 하나하나 확인됩니다. 소문을 옮겨 적은 수준이라면 진실이라고 믿었다는 주장도 힘을 잃습니다.
공고 전에 관리주체에 장부 열람을 요청하거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감독을 요청하는 등 공동주택관리법상의 공식 경로를 먼저 밟아 두었다면 그 기록 자체가 공익 목적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고소가 들어왔다면 어떻게 대응하나
제312조 제2항에 따라 제307조의 명예훼손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도 같은 구조입니다. 회장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사건은 거기서 끝납니다.
다만 사과의 방식이 또 다른 다툼을 낳기도 합니다. 정정 공고를 어디에 얼마 동안 붙일지, 채팅방 글을 언제 지울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처벌불원 의사를 서면으로 받아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고소는 사법경찰관에게 하도록 형사소송법이 바뀌었으므로, 조사도 경찰에서 시작됩니다. 첫 조사 전에 아래 자료를 정리해 두십시오.
- 공고문 원본과 게시 장소, 게시 기간, 채팅방 참여 인원
- 견적서, 회의록, 관리비 부과 내역 등 공고 내용의 근거
- 공고 전 회장이나 관리주체에 해명을 요구한 기록
- 공고를 함께 작성한 주민과 각자의 역할
주의
고소 소식을 듣고 채팅방에 반박 글이나 추가 폭로를 올리면 새로운 게시 행위가 됩니다. 이미 붙은 공고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대응 방향을 정한 뒤에 결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
단지 게시판과 채팅방에 비리 의혹을 올리면 공연성은 대개 인정되고, 내용이 사실이어도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살아남는 길은 제310조입니다.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야 하며, 허위사실이라면 이 조문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관리비와 공사 계약을 묻는 일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공고의 문장과 근거 자료, 그 전에 밟은 공식 절차가 결론을 가릅니다. 고소가 들어왔다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추측이었는지를 변호사와 함께 먼저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07조, 제310조, 제311조, 제312조 · 정보통신망법 제70조 · 형사소송법 제237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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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회장 이름을 쓰지 않고 회장이라고만 썼는데도 명예훼손이 됩니까?
단지 안에서 회장이 누구인지 누구나 알 수 있다면 직함만으로도 피해자가 특정됩니다. 이름을 빼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공고 내용이 모두 사실이면 무조건 처벌받지 않습니까?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이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만 처벌하지 않습니다. 사실이더라도 공사와 관계없는 사생활이나 감정적인 비난이 섞여 있으면 공익 목적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채팅방 글을 지우면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까?
이미 여러 사람이 읽은 뒤라면 삭제만으로 범죄 성립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확산을 막았다는 사정은 이후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으므로, 대응 방향을 정한 뒤 정리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회장이 고소를 취소하면 사건이 끝납니까?
제307조의 명예훼손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입니다. 회장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그 의사를 서면으로 받아 수사기관에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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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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