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둘째 날 오후, 검사 측 증인의 진술이 거의 끝나 갈 즈음 재판장이 한 가지를 더 물었습니다. 배심원석에서 올라온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은 사람도, 방청석의 가족도 그 순간 처음 알게 됩니다. 판결에 의견을 낼 시민들이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것을 묻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배심원에게 법이 허락한 일과 금지한 일, 그리고 그것이 피고인 쪽 준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배심원이 증인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나
직접은 아닙니다. 재판장을 거칩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1항은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이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신문해 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질문의 주인은 배심원이지만, 법정에서 그 질문을 꺼내는 사람은 재판장입니다. 배심원이 증인석을 향해 바로 말을 거는 구조는 아닙니다.
요청 대상에 피고인이 들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증인만이 아니라 피고인신문 때에도 배심원 쪽 의문이 질문의 형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요청을 받은 재판장이 그 질문을 그대로 할지, 표현을 다듬을지, 하지 않을지는 소송지휘의 몫으로 남습니다.
신문 요청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이 피고인 또는 증인에게 물어볼 사항을 재판장에게 전달해 대신 신문해 달라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질문을 실제로 하는 사람은 재판장이며, 배심원이 소송 당사자처럼 직접 신문하는 권한은 아닙니다.
들은 내용을 메모해 두는 것은 허용되나
허가를 받으면 됩니다. 제41조 제1항 제2호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각자 필기를 하고 그 내용을 평의에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심리가 2~3일씩 이어지는 사건에서는 이 차이가 작지 않습니다. 첫날 들은 증언과 셋째 날 들은 증언이 서로 어긋나는지를 기억에만 맡기면 인상이 강한 쪽이 남기 마련입니다. 필기가 허락되면 숫자, 시각, 장소처럼 세부가 갈리는 대목을 평의실까지 가져갈 수 있습니다.
법정 기록은 따로 남습니다. 같은 법 제40조는 심리를 속기하거나 녹음 또는 영상녹화하도록 하고,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은 비용을 부담하고 그 사본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배심원의 메모와 별개로 피고인 쪽도 증언을 다시 확인할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배심원에게 금지된 행동은 무엇인가
권리 바로 아래에 금지가 네 가지 붙어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입니다.
| 구분 | 내용 |
|---|---|
| 할 수 있는 일 | 피고인·증인 신문을 재판장에게 요청, 재판장 허가를 받은 필기와 그 필기의 평의 활용 |
| 금지 ① 자리 이탈 | 심리 도중 법정을 떠나는 것, 평의·평결·토의가 끝나기 전 허락 없이 그 장소를 떠나는 것 |
| 금지 ② 이른 의견 표명 | 평의가 시작되기 전에 사건에 관한 자기 견해를 밝히거나 의논하는 것 |
| 금지 ③ 법정 밖 조사 | 재판절차 밖에서 사건 정보를 수집하거나 조사하는 것 |
| 금지 ④ 비밀 누설 | 평의·평결·토의에 관한 비밀을 밖으로 알리는 것 |
제2항 제3호의 법정 밖 조사 금지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됩니다.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로 사건 기사를 찾아보거나 현장 지도를 검색하는 것도 법정 밖 조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금지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풀리지 않습니다. 평의실에서 오간 이야기를 나중에 지인에게 옮기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법률에 따로 적혀 있습니다.
배심원의 질문은 피고인에게 무엇을 알려 주나
배심원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은 평의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변론 도중 배심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이 바로 이 신문 요청입니다. 증인이 사건 당일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묻는다면 목격 가능성을, 피고인에게 그날 밤 왜 그 길로 갔는지를 묻는다면 동기를 따져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그 신호를 받아 이후 신문과 최종변론의 무게를 옮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고인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즉석에서 답하다가 앞선 진술과 어긋나는 말을 하면 그 장면이 배심원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피고인신문 때 피고인은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겨 배심원과 마주하게 되므로 더 그렇습니다. 그날 한 대답은 속기나 녹음으로 고스란히 기록에 남습니다. 나중에 고쳐 말하기 어렵습니다.
재판장은 배심원에게 무엇을 미리 설명하나
두 번에 걸쳐 설명합니다.
처음은 선서 직후입니다. 제42조 제2항에 따라 재판장은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에게 권한과 의무, 재판절차를 알려 주어야 하고, 신문 요청이나 필기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이때 전달됩니다.
두 번째는 변론을 마친 뒤입니다. 무엇이 기소되었고 어느 조문이 걸려 있는지, 양쪽이 무엇을 다투는지가 이 자리에서 다시 정리됩니다. 다만 어떤 증거를 쓸 수 있는지를 가리는 심리에는 배심원이 들어가지 못하므로, 배심원이 듣는 설명은 이미 걸러진 증거를 전제로 합니다.
몇 명이 앉는지도 사건마다 다릅니다. 법정형에 사형이나 무기형이 있으면 9인, 그 밖의 사건은 7인이 원칙이고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한 사건은 5인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결원에 대비한 예비배심원은 5인 이내로 둡니다.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습니다.
선고는 변론을 마친 그날 하는 것이 원칙이고, 따로 기일을 잡아도 제48조에 따라 변론 종결 뒤 14일을 넘기지 못합니다.
피고인 쪽은 무엇을 준비해 두면 좋은가
질문은 언제든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 전제로 순서를 짜 둡니다.
- 수사 단계부터 공판 직전까지 남긴 진술을 날짜순으로 모아 서로 어긋나는 곳을 먼저 찾아 둡니다.
- 시각, 거리, 금액처럼 숫자로 답해야 하는 질문을 예상해 근거 자료와 함께 정리합니다.
- 우리 쪽이 신청한 증인에게는 법정 구조와 신문 순서를 미리 설명해 두되 답의 내용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 공판 중 배심원 쪽에서 나온 질문을 그날그날 기록해 변호인과 다음 기일 전략을 조정합니다.
- 필요하면 속기록이나 녹음의 사본을 청구해 증언 내용을 다시 확인합니다.
주의
배심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가족을 통해 사정을 전하려는 시도는 재판에 대한 부정한 영향으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배심원과의 접점은 오로지 법정 안의 절차뿐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정리
참여재판의 배심원은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재판장을 통해 피고인과 증인에게 질문을 던지게 할 수 있고, 허가를 받으면 메모를 해서 평의에 가져갈 수 있습니다.
동시에 자리 이탈, 이른 의견 표명, 법정 밖 조사, 비밀 누설은 금지되며 누설에는 형벌까지 붙어 있습니다. 피고인 쪽에서는 배심원의 질문을 그들의 의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단서로 받아들이고, 진술의 일관성을 처음부터 점검해 두는 것이 준비의 중심입니다.
참여재판을 신청할지 고민 중이라면 그 판단부터 변호사와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4조, 제39조, 제40조, 제41조, 제42조, 제44조, 제46조, 제47조, 제48조, 제58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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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배심원이 질문지를 써서 내면 재판장은 반드시 그대로 물어야 합니까?
법률은 배심원이 재판장에게 신문을 요청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질문을 어떤 표현으로 할지는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맡겨져 있으므로, 질문이 그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비배심원도 질문을 요청할 수 있습니까?
제41조 제1항은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을 함께 적고 있어, 예비배심원도 신문 요청과 허가받은 필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배심원이 쉬는 시간에 사건 기사를 검색했다면 어떻게 됩니까?
재판절차 밖에서 사건 정보를 수집하거나 조사하는 행위는 금지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 사정을 알게 되었다면 변호인을 통해 바로 재판부에 알리는 것이 맞고, 피고인이나 가족이 직접 배심원에게 따지는 방식은 피하셔야 합니다.
평의 내용을 나중에 배심원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까?
평의실 안의 논의는 배심원이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비밀이고, 그 의무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이어집니다. 왜 그런 결론이 났는지는 선고 때 재판장의 설명과 판결서로 확인하시는 편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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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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