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합병 등기를 마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이미 해산된 옛 회사 이름이 적힌 벌금 납부 안내가 존속법인 사무실로 왔습니다. 인수한 쪽 재무 담당자는 당황합니다. 그 회사는 법적으로 없어졌는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형사소송법은 이 상황을 정면으로 다루는 조문을 하나 두고 있습니다. 그 조문이 무엇을 넘겨받게 하는지, 재판이 끝나기 전에 합병한 경우와는 어떻게 다른지, 합병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없어진 회사의 벌금을 왜 남은 회사가 내나
조문이 그렇게 정해 두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79조는 법인에 벌금 등을 명한 재판이 확정된 뒤 그 법인이 합병으로 소멸하면, 합병 후 존속한 법인이나 합병으로 새로 설립된 법인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흡수합병이면 남은 회사, 신설합병이면 새로 만든 회사가 집행의 상대방이 됩니다.
형벌은 원래 행위자 본인에게만 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법인은 합병이라는 방식으로 권리와 의무를 통째로 다른 법인에 넘기며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 틈으로 확정된 재산형이 빠져나가지 않게 막아 둔 장치가 이 조문입니다.
합병 후 법인에 대한 집행
재판이 확정된 뒤 법인이 합병으로 소멸한 경우, 그 법인에 선고된 벌금·과료·몰수·추징·소송비용·비용배상을 존속법인이나 신설법인의 재산에 대하여 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79조가 근거입니다.
재판 도중에 합병했다면 결론이 달라지나
달라집니다. 핵심은 확정 전이냐 후냐입니다.
제479조는 재판확정 후 합병으로 소멸한 경우만 적었습니다.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일 때 피고인인 법인이 합병으로 사라지면 제328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됩니다.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에는 법원이 결정으로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 합병 시점 | 적용 조문 | 결과 |
|---|---|---|
| 재판 진행 중 (확정 전) |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2호 | 공소기각 결정, 이 결정에는 즉시항고 가능 |
| 재판 확정 후 | 형사소송법 제479조 | 존속법인 또는 신설법인에 대하여 집행 |
| 분할, 영업양도 등 | 제479조 문언에는 없음 | 조문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개별 검토 필요 |
공소기각으로 법인 사건이 끝나더라도 행위를 한 임직원 개인의 사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양벌규정으로 법인과 개인이 함께 기소된 사건이라면 개인 부분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벌금 말고 무엇이 함께 넘어오나
여섯 가지입니다.
제479조가 열거한 것은 벌금, 과료, 몰수, 추징, 소송비용, 비용배상입니다. 금액이 큰 사건에서는 벌금보다 추징이 더 무거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범죄로 얻은 이익을 몰수할 수 없을 때 그 값을 돈으로 거두는 것이 추징이므로, 인수하는 쪽이 놓치면 예상하지 못한 부담이 됩니다.
가납 재판이 붙어 있었다면 그 처리도 확인해야 합니다. 제481조는 가납 재판을 집행한 뒤 벌금이나 추징의 재판이 확정되면 그 금액의 한도에서 형의 집행이 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습니다. 옛 회사가 이미 가납금을 냈다면 그만큼은 다시 내지 않습니다. 납부 영수증이 있어야 합니다.
집행은 어떤 방식으로 들어오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입니다.
벌금은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안에 내야 하는 것이 형법 제69조의 원칙입니다. 그 기간이 지나도록 납부가 없으면 제477조에 따라 검사의 명령으로 집행이 시작됩니다. 이 명령은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와 같은 효력이 있어 민사집행법의 강제집행 규정이 준용되고,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집행할 수도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재판 집행의 지휘를 각급 공소청과 지청의 검사가 맡도록 바꾸었습니다.
집행 전에 재판서를 따로 송달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존속법인 입장에서는 계좌나 매출채권 압류가 먼저 들어오고 나서야 사정을 알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합병하면 시효가 새로 시작되나
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형법 제78조는 벌금, 몰수, 추징의 형의 시효를 재판 확정 후 5년으로 정했습니다. 그동안 집행을 받지 않으면 시효가 완성되어 집행이 면제됩니다. 다만 제80조는 벌금, 과료, 몰수, 추징의 경우 강제처분을 개시한 때 시효가 중단된다고 했습니다. 옛 회사 시절에 이미 압류가 한 번 들어왔다면 그 시점부터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합병 자체가 시효를 멈추거나 늘린다는 문언은 형법에도 형사소송법에도 없습니다. 언제 확정되었는지와 마지막 강제처분이 언제였는지, 이 두 날짜가 계산의 출발점입니다.
합병 전 실사에서 무엇을 확인하나
인수하는 쪽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확인해 둘 순서입니다.
- 소멸할 법인이 피고인인 형사사건이 있는지, 각 사건이 확정되었는지 진행 중인지를 나눕니다.
- 확정된 사건은 판결문으로 벌금, 추징, 소송비용의 금액과 확정일을 확인합니다.
- 납부 내역, 가납금 납부 여부, 분할납부나 납부연기 신청 내역을 받습니다.
- 압류 등 강제처분이 있었다면 그 날짜를 적어 시효 계산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 진행 중인 사건은 합병 일정에 따라 공소기각으로 끝날 가능성과 임직원 개인 사건의 경과를 함께 봅니다.
확인할 것
· 형사판결 확정증명과 판결문 사본
· 벌금·추징 납부 영수증과 미납 잔액
· 압류 통지서 등 강제처분 관련 서류
· 합병계약서의 우발채무 진술·보장 조항
정리
재판이 확정된 뒤 법인이 합병으로 사라지면 그 벌금과 추징, 소송비용은 존속법인이나 신설법인에 대하여 집행됩니다. 확정 전에 사라졌다면 법인 사건은 공소기각으로 끝나지만 임직원 개인의 사건은 남습니다.
결국 날짜 싸움입니다.
확정일, 합병 등기일, 마지막 강제처분일을 한 장에 정리해 두면 무엇을 떠안는지가 보입니다. 이미 집행이 들어왔다면 납부 내역과 시효를 다시 계산한 뒤 대응 방법을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459조, 제460조, 제477조, 제479조, 제481조 · 형법 제69조, 제78조, 제8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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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흡수합병이 아니라 신설합병이었는데도 새 회사가 내야 합니까?
제479조는 합병 후 존속한 법인과 합병으로 설립된 법인을 함께 적었습니다. 두 회사가 모두 소멸하고 새 법인이 세워진 신설합병이라면 그 새 법인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습니다.
항소심 진행 중에 합병 등기를 마쳤다면 어떻게 됩니까?
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므로 제479조가 아니라 제328조 제1항 제2호의 공소기각 결정 사유가 문제 됩니다. 법원에 합병 등기사항증명서를 내 사정을 알리고, 함께 기소된 임직원 개인 사건은 따로 대비하셔야 합니다.
옛 회사 대표이사 개인 재산으로 집행할 수도 있습니까?
제479조가 정한 집행 대상은 존속법인 또는 신설법인입니다. 대표이사 개인에게 별도의 형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그것은 개인의 형으로 따로 집행되는 것이며, 법인의 벌금을 개인 재산에서 거두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벌금을 한 번에 내기 어려우면 나눠 낼 수 있습니까?
형사소송법 제477조 제6항은 벌금 등의 분할납부와 납부연기에 필요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집행 담당 검사에게 신청하는 절차이므로 회사의 자금 사정 자료를 갖추어 미리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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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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