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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10월 15일조회 0

피고인석에서도 입 다물 권리, 재판 시작 때 고지

첫 공판 날 피고인석에 앉자 재판장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진술하지 않을 수 있고 질문마다 대답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안내였습니다. 그런데 몇 초 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를 묻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더니 바로 질문이 이어지니 어디까지 입을 다물어도 되는지 헷갈립니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들었던 고지와 같은 것인지도 궁금해집니다. 형사소송법이 공판정의 피고인에게 어떤 권리를 주고, 재판의 어느 장면에서 그 권리를 쓰게 되는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재판장은 첫머리에 정확히 무엇을 알려 주나

두 가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 제1항은 피고인이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법과, 질문을 하나씩 보고 골라서 답하지 않는 방법이 모두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재판장에게 이 사실을 피고인에게 고지하라는 의무를 지웠습니다.

고지는 재판장이 해야 하는 일이고, 피고인이 따로 요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문 배열을 보면 이 규정은 인정신문을 정한 제284조보다 앞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 법정에서도 신원 확인에 들어가기 전에 고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판정의 진술거부권
기소된 피고인이 법정에서 전부 침묵하거나, 개별 질문에 대해 대답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재판장은 이 권리를 피고인에게 알려야 하며, 피고인은 재판 도중 어느 시점에서든 이 권리를 행사하거나 다시 진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고지 뒤 재판은 어떤 순서로 흘러가나

첫 공판의 순서를 알아 두면 어느 장면에서 말을 아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아래 표는 조문에 적힌 흐름을 따른 것입니다.

순서법정에서 벌어지는 일입을 다물 수 있나
진술거부권 고지재판장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 줌고지를 받는 단계
인정신문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 직업 확인해석이 갈리고 실익이 적음
검사 모두진술공소장의 공소사실, 죄명, 적용법조 낭독피고인이 말할 차례가 아님
피고인 모두진술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밝힘거부하면 인정 여부 진술 의무 없음
증거조사서류와 증인을 살펴봄변호인 의견 진술로 대응
피고인신문검사, 변호인, 재판장의 질문질문마다 골라서 거부 가능

표의 오른쪽 칸이 핵심입니다. 진술거부권은 한 번 쓰고 끝나는 권리가 아니라 장면마다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권리입니다. 처음에 답했다고 해서 뒤의 질문까지 모두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과 주소를 묻는 인정신문에도 침묵할 수 있나

여기서 대부분 망설입니다.

제284조의 인정신문은 법정에 나온 사람이 기소된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범죄 사실을 묻는 것이 아니라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 직업을 묻습니다. 제283조의2가 개개의 질문이라고만 적어 범위를 따로 좁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단계까지 거부할 수 있는지는 해석이 갈리는 대목입니다.

다만 신원은 공소장과 수사기록으로도 확인되는 정보입니다. 이 단계에서 답하지 않아 얻는 이익은 크지 않고 재판 진행만 더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로 지켜야 할 것은 그다음, 공소사실과 범행 경위를 묻는 질문입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꼭 답해야 하나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286조 제1항은 피고인이 검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진술하도록 하면서, 단서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정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선택지는 셋입니다. 인정하거나, 부인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면 제286조의2에 따라 법원이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하기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증거조사가 간소해지는 대신 다툴 기회도 줄어듭니다. 국민참여재판에는 이 간이공판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어느 쪽을 고를지는 기록을 본 뒤에 정할 문제입니다. 법정에서 즉석으로 정할 일이 아닙니다.

피고인신문에서 일부 질문만 골라 거부해도 되나

됩니다. 조문이 개개의 질문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296조의2는 증거조사가 끝난 뒤 검사와 변호인이 차례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정상에 관해 물을 수 있게 하고, 재판장도 필요하면 직접 신문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공범이 누구인지처럼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침묵하고, 피해 회복이나 반성처럼 유리한 사정은 적극적으로 말하는 식의 대응이 가능합니다.

한 가지는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제286조 제2항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모든 질문에 침묵하면 이 기회도 함께 흘려보내게 됩니다. 침묵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말하지 않은 사정은 재판부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경찰서에서 들은 고지와는 무엇이 다른가

대상과 내용이 다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된 제244조의3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고지하도록 정했고, 알려야 할 사항도 공판정보다 많습니다.

  • 진술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 진술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 권리를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
  • 신문 때 변호인을 참여시키는 등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수사 단계에서는 권리를 쓸지에 대한 답변을 조서에 적고 자필이나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공판정의 제283조의2는 고지 의무만 간단히 두었습니다. 판사와 변호인이 함께 있고 진행 내용이 공판조서로 남는다는 점에서 법정은 조사실과 환경부터 다릅니다.

정리

기소된 뒤에도 입을 다물 권리는 그대로입니다. 재판장은 첫머리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피고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는 장면과 피고인신문 장면에서 이 권리를 필요한 만큼 나누어 쓸 수 있습니다.

침묵에도 값이 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불리한 진술은 피하지만 유리한 사정을 알릴 기회도 줄어듭니다. 어느 질문에 답하고 어느 질문에서 멈출지는 첫 공판 전에 기록을 함께 검토한 변호인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환장을 받은 날부터 첫 공판까지 남은 기간이 그 준비 시간입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83조의2, 제284조, 제285조, 제286조, 제286조의2, 제296조의2 ·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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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재판장이 고지를 빠뜨리면 어떻게 되나요?

제283조의2 제2항은 고지를 재판장의 의무로 정했습니다. 고지 없이 진행된 사실이 있다면 공판조서에 어떻게 적혔는지부터 확인하시고, 그 상태에서 한 진술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변호인과 검토해 상소 이유로 삼을 수 있는지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침묵하다가 나중에 말해도 되나요?

진술거부권은 재판 도중 언제든 행사하거나 거둘 수 있습니다.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서는 침묵했다가 피고인신문 때 유리한 사정만 진술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각 장면에서 무엇을 말할지 변호인과 미리 순서를 정해 두시면 됩니다.

이름과 주소까지 거부하면 불이익이 있나요?

인정신문까지 거부할 수 있는지는 해석이 갈립니다. 신원은 공소장과 기록으로 확인되므로 얻는 이익이 작고 진행만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원 확인에는 답하고 범죄 사실에 관한 질문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경찰 조사 때 진술한 내용과 법정 침묵이 충돌하면요?

수사 단계에서 권리를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고지 사항에 들어 있습니다. 법정에서 침묵한다고 앞선 진술이 사라지지는 않으므로,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있는지 변호인과 기록을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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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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