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선정까지 마치고 첫 공판을 앞둔 주에 피고인이 심장 질환으로 쓰러져 입원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수술 뒤 회복에 몇 달이 걸린다고 했고,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에게 의견을 물은 다음 배심원 없이 재판을 이어 가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족은 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이렇게 끝나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통상절차 회부가 바로 이 장면을 다룹니다. 요건과 효과, 그리고 결정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합니다.
통상절차 회부란 어떤 결정인가
이미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던 사건을 중간에 배심원 없는 일반 재판으로 바꾸는 결정입니다. 사건은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그대로 남고, 판사들이 국민참여재판에 의하지 않고 심판합니다.
참여재판은 피고인이 원해야 열립니다. 제8조가 피고인의 의사를 서면 등으로 반드시 확인하도록 정해 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재판도 진행 중에 사정이 바뀌면 계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제11조는 그때를 위한 출구입니다.
피고인의 뜻과 무관하게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통상절차 회부
국민참여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될 때, 법원이 결정으로 사건을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가 국민참여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심판하게 하는 절차입니다. 직권으로도, 당사자나 성폭력범죄 피해자 쪽의 신청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으면 돌리게 되나
제11조 제1항은 예시를 들고 마지막에 포괄 문구를 붙였습니다. 조문에 적힌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인의 질병 등으로 공판절차가 장기간 정지되는 경우
-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의 만료
-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보호
- 그 밖에 심리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계속 진행이 부적절한 경우
질병으로 인한 정지는 형사소송법 제306조 제2항과 맞물립니다. 피고인이 질병으로 출정할 수 없으면 법원은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듣고 출정할 수 있을 때까지 공판절차를 정지하여야 합니다. 배심원을 몇 달씩 붙잡아 둘 수는 없으니, 정지가 길어질수록 회부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구속기간은 숫자로 따져집니다. 형사소송법 제92조는 구속기간을 2개월로 정하고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하여 갱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참여재판 준비에 시간이 걸려 이 기간이 바닥나면 석방과 재판 진행 사이에서 법원이 선택을 하게 됩니다.
누가 신청하고 누구의 의견을 듣나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고, 검사, 피고인, 변호인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성폭력범죄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신청권자로 따로 적혀 있습니다.
피해자가 배심원 앞에서 진술하는 부담을 이유로 일반 재판을 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원하더라도 피해자 보호가 그보다 앞설 수 있다는 판단이 조문에 담겨 있습니다.
제2항은 결정 전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피고인 쪽에서 반대 사정을 밝힐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이 단계입니다.
참여재판 배제결정과는 무엇이 다른가
둘 다 배심원 없이 재판하게 만든다는 결과는 같지만, 시기와 불복 방법이 다릅니다.
| 구분 | 배제결정(제9조) | 통상절차 회부(제11조) |
|---|---|---|
| 시기 |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 참여재판 진행 중 사정이 생긴 때 |
| 주된 사유 | 배심원 등의 신변 위험, 공범 일부의 거부, 성폭력 피해자의 거부 등 | 장기간 공판정지, 구속기간 만료, 피해자 보호 등 |
| 의견 청취 |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
| 불복 | 즉시항고 가능 | 불복할 수 없음 |
가장 큰 차이는 마지막 줄입니다. 배제결정은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지만 제11조 제3항은 회부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상급심에 판단을 구할 길이 없으니 결정 전 의견 진술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결정이 나면 이미 한 절차는 어떻게 되나
제11조 제4항이 제6조 제3항과 제4항을 준용합니다. 그 결과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먼저 재판에 참여하던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은 해임된 것으로 봅니다. 선정 절차를 거쳐 선서까지 마친 사람들이라도 결정과 함께 임무가 끝납니다.
다음으로 결정 전에 행한 소송행위는 그 결정 이후에도 효력에 영향이 없습니다. 이미 조사한 증거, 증인의 진술, 공판준비기일에서 정리한 쟁점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평결도 없어집니다.
회부를 막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하나
불복이 막혀 있으니 준비는 의견 진술에 맞춰야 합니다. 법원이 부적절하다고 볼 사정을 줄일 자료가 필요합니다.
- 질병이 이유라면 주치의에게 출정 가능 시점과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은 소견서를 받습니다.
- 구속기간이 문제라면 남은 기간과 갱신 횟수를 계산해 재판 일정 안에 끝낼 수 있는 심리 계획을 제시합니다.
- 집중 심리로 기일 수를 줄일 수 있도록 증거와 증인을 정리한 목록을 냅니다.
- 참여재판을 원한 이유를 서면으로 다시 정리해 의견서에 담습니다.
반대로 피고인 쪽에서 회부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8조 제4항이 공판준비기일 종결이나 제1회 공판기일 이후에는 종전 의사를 바꿀 수 없게 했으므로, 그 뒤에 일반 재판으로 돌리고 싶다면 제11조의 신청이 통로가 됩니다.
정리
통상절차 회부는 진행 중인 국민참여재판을 배심원 없는 합의부 재판으로 바꾸는 결정입니다. 장기간의 공판정지, 구속기간 만료, 성폭력범죄 피해자 보호 같은 사정이 이유가 되고, 법원 직권이나 당사자와 피해자 쪽의 신청으로 시작됩니다.
결정에는 불복할 수 없습니다.
배심원은 해임된 것으로 보지만 그때까지의 소송행위는 효력을 유지합니다. 다툴 기회는 결정 전 의견 진술 하나뿐이므로, 회부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소견서와 심리 계획을 갖추어 변호사와 함께 의견을 내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조 조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8조, 제9조, 제11조 · 형사소송법 제92조, 제30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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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피고인이 반대해도 통상절차로 돌릴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제11조는 법원이 직권으로도 회부할 수 있게 했고, 결정 전에 피고인 쪽 의견을 듣도록 할 뿐 그 동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반대한다면 그 이유와 대안을 구체적인 자료로 의견서에 담아 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부 결정이 나오면 이미 들은 증인을 다시 불러야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제11조 제4항이 준용하는 제6조 제4항에 따라 결정 전에 행한 소송행위는 효력이 유지됩니다. 조사된 증거와 증인 진술은 그대로 기록에 남아 이후 재판에 쓰입니다.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항고할 수 있습니까?
제11조 제3항은 회부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없다고 정했습니다. 즉시항고가 가능한 제9조의 배제결정과 다른 점이므로, 결정 전 의견 진술 단계에서 필요한 자료를 모두 내 두셔야 합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도 회부를 신청할 수 있습니까?
네. 제11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을 신청권자로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배심원 앞에서 진술하는 부담이 크다면 피해자 쪽에서 일반 재판으로의 회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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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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