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끝에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불려 간 날, 세 시간 가까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수사관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며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이 있느냐고 묻자,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없다고 답하고 서명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야 상대가 먼저 멱살을 잡았다는 이야기와 다음 날 병원비를 보내 준 일을 하나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오릅니다. 그 마지막 질문은 인사말이 아니라, 법이 피의자에게 보장한 유리한 사정을 진술할 기회였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왜 형식이 아닌가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를 신문하는 사법경찰관이 범죄사실과 정상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묻고, 그 사람에게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10월 2일부터 시행된 개정 문언도 이 의무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러니 조사 막바지의 질문은 수사관의 호의가 아닙니다. 법이 정한 절차의 한 부분입니다.
이 기회를 흘려보내면 조서에는 수사기관이 궁금했던 것만 남습니다. 불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빼곡한데 유리한 사정은 한 줄도 없는 조서가 그대로 검사에게 넘어가고, 나중에 법정에서 그때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변호인 없이 혼자 조사받는 사람일수록 이런 한쪽짜리 조서가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이로운 사실에는 무엇이 들어가나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생각하면 정리가 쉽습니다. 혐의 자체를 흔드는 사실과,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처분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사정입니다.
| 갈래 | 예 | 함께 내면 좋은 자료 |
|---|---|---|
| 범죄사실을 다투는 사정 | 상대가 먼저 공격함,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음, 고의가 없었음 | CCTV 위치, 목격자 이름과 연락처, 통화·결제 내역 |
| 피해 회복 | 치료비 송금, 사과 연락, 합의 시도 | 송금 확인증, 문자 캡처 |
| 개인적 정상 | 처벌 전력 없음, 부양가족, 직장 사정 |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 |
| 사건 뒤 태도 | 자진 출석, 증거 제출 협조 | 출석 요구 문자, 제출 목록 |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됩니다. 진술을 거부할 권리는 이 순간에도 살아 있습니다. 유리해 보이는 합의 시도도 상대에게 여러 번 연락한 방식이었다면, 어떻게 설명할지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말한 내용이 조서에 빠졌다면
진술은 조서에 적혀야 의미가 있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조서를 열람하거나 읽어 주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가 두 번째 기회입니다. 읽는 속도는 본인이 정해도 됩니다.
말한 내용이 빠졌거나 뜻이 바뀌어 적혔다면 그 자리에서 고쳐 달라고 하십시오. 피의자가 증감이나 변경을 청구하면 그 내용을 조서에 추가로 적어야 하고, 이의를 제기했던 원래 부분도 읽을 수 있게 남겨 두어야 합니다. 고친 흔적이 남는다고 불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의
피곤하다는 이유로 열람을 건너뛰고 서명하면, 빠진 부분을 나중에 되살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한 장씩 넘기며 자기 말이 맞게 적혔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을 들이십시오.
조사 장소에 도착한 시각과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같은 진행 경과도 따로 기록되므로, 조사가 지나치게 길었다고 느꼈다면 그 기록까지 확인해 둘 만합니다.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나
질문을 받는 동안에는 생각이 흩어지기 마련이라, 마지막에 떠올리겠다고 마음먹은 이야기는 대개 놓칩니다.
- 출석 전날, 유리한 사정을 한 장짜리 메모로 적습니다. 문장 대신 짧은 항목이면 충분합니다.
- 항목마다 뒷받침할 자료를 사본으로 준비합니다. 원본은 본인이 보관합니다.
- 목격자가 있다면 이름과 연락처, 무엇을 봤는지를 적어 둡니다.
- 조사 막바지에 메모를 꺼내 순서대로 말하고, 자료 제출 의사를 밝힙니다.
- 조서 열람 때 메모의 항목이 모두 들어갔는지 대조합니다.
메모를 보며 말하는 것을 꺼릴 이유는 없습니다. 기억에 기대 즉흥적으로 말하다 날짜나 순서를 틀리는 쪽이 훨씬 위험합니다. 틀린 날짜 하나가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옆에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이 끝난 뒤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가 미처 말하지 못한 유리한 사정을 변호인이 정리해 덧붙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신문 도중이라도 부당한 신문 방법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수사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변호인의 의견이 적힌 조서는 변호인도 열람하고 서명합니다.
혼자 조사받을 때는 이 역할을 스스로 해야 하니, 앞에서 말한 준비 메모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날 말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나
이미 서명하고 나왔더라도 끝난 것은 아닙니다.
빠뜨린 사정과 자료를 정리해 담당 수사관에게 의견서 형식으로 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조사 뒤에 서면과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고, 필요하면 추가 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이 이미 검사에게 넘어갔다면 그쪽에 제출합니다. 송치되었는지는 담당 수사관에게 사건번호를 대고 물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것
· 사건번호와 담당 수사관, 사건이 송치되었는지 여부
· 새로 낼 자료의 원본 보관 여부
· 앞선 진술과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 합의나 피해 회복이 진행 중이라면 그 경과
다만 앞선 진술과 다른 이야기를 새로 꺼낸다면 왜 처음에 말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따라야 합니다. 이유가 분명하면 오히려 신빙성을 더할 수 있습니다.
정리
조사 막바지에 더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은 법이 보장한 진술 기회입니다. 범죄사실을 다투는 사정과 처분을 가볍게 할 정상을 미리 메모해 가고, 말한 내용이 조서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열람하며 확인해야 합니다.
놓쳤다면 서면으로 보충하면 됩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아껴 둘지는 사건의 쟁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사 전에 변호사와 함께 유리한 사정과 자료를 추려 두시면 그 짧은 순간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42조, 제243조의2, 제244조, 제244조의4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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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더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하면 불리해집니까?
없다고 답한 것 자체로 불리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뒤에 새로운 사정을 꺼내면 왜 처음에 말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해지므로, 준비한 내용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유리한 사정을 말하다 보면 불리한 이야기도 나올 것 같습니다.
진술 기회는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므로 불리해질 수 있는 부분은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진술을 거부할 권리는 조사 막바지에도 그대로 있으니 미리 말할 범위를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제출한 자료를 조서에 적어 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조서 열람 때 진술한 대로 적히지 않았거나 빠진 부분이 있으면 증감이나 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그 내용은 조서에 추가로 기재됩니다. 자료 제출 사실도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 뒤에 의견서를 내면 반영이 됩니까?
제출된 서면과 자료는 수사기록에 편철되어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반영 정도는 사건마다 다르므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뒷받침 자료가 붙어 있을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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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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