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를 듣고 법정 복도로 나왔을 때에야 석 달 전 수사관이 봉투에 담아 간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생각났습니다. 판사가 읽은 주문에는 벌금 액수만 있었고 물건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따로 돌려 달라고 신청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대로 나라 것이 되는지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이 상황을 짧게 정리합니다. 판결에서 몰수를 선고하지 않았다면 압수는 풀린 것으로 본다는 규정입니다. 다만 풀렸다고 해서 물건이 알아서 집으로 배달되지는 않습니다.
주문에 몰수가 빠져 있다면 무슨 뜻인가
몰수는 징역이나 벌금과 나란히 적힌 형의 한 종류입니다. 원칙적으로 다른 형에 덧붙여 선고되고, 판사가 주문에서 따로 밝혀야 효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법은 반대 경우를 분명히 해 두었습니다. 압수한 서류나 물품에 대해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누군가 해제 결정을 새로 내릴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유죄냐 무죄냐는 여기서 갈림길이 아닙니다.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왔더라도 주문에 몰수가 없으면 결론은 같고, 거꾸로 무죄라 해도 몰수 요건이 갖춰졌다면 몰수만 따로 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형법에 있으니 판결문 주문을 끝까지 읽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애초에 어떤 물건이 몰수될 수 있었나
내 물건이 몰수 대상이었는지를 알면 판결 결과를 해석하기 쉬워집니다. 형법이 정한 대상은 세 갈래입니다.
- 범죄행위에 썼거나 쓰려고 한 물건
- 범죄행위로 생겼거나 손에 넣은 물건
- 위 두 가지의 대가로 얻은 물건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그 물건이 범인 아닌 사람의 소유가 아니어야 하고, 범행 뒤 다른 사람이 사정을 알면서 넘겨받은 경우라야 예외가 됩니다. 친구에게 빌린 차가 사건에 쓰였다면, 차 주인이 아무것도 몰랐던 이상 그 차는 처음부터 몰수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값을 대신 내게 하는 추징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주문에 추징 금액이 적혀 있다면 그것은 몰수와 다른 항목입니다. 돈으로 내라는 명령과 물건을 거둬 가는 선고는 따로 읽어야 합니다.
판결 모양별로 물건은 어떻게 되나
같은 사건에서도 물건마다 운명이 다를 수 있으니, 주문과 압수목록을 나란히 놓고 한 줄씩 맞춰 보십시오.
| 판결 주문 | 압수물의 처리 |
|---|---|
| 특정 물건에 몰수 선고 | 판결이 확정되면 몰수형으로 집행되어 돌려받기 어려움 |
| 몰수 언급 없음 | 압수 해제로 간주, 돌려받을 대상 |
| 장물을 피해자에게 환부하라는 선고 | 피해자에게 돌아감. 이미 처분했다면 그 대가를 피해자에게 교부하라는 선고 |
| 가환부해 둔 장물에 별다른 선고 없음 | 피해자에게 환부 선고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 |
| 가환부받아 쓰던 물건에 몰수 언급 없음 | 압수가 풀린 것으로 보므로 가환부 상태가 굳어짐 |
장물 규정은 형사 판결로 소유권 다툼을 끝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관계인이 민사소송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길은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압수가 풀렸다면 어디에 무엇을 요청하나
연락은 내가 먼저 하는 편이 빠릅니다. 보관 기관이 물건 주인을 찾아 나서기를 기다리다 보면 몇 달이 그냥 흘러갑니다. 담당자가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때 연락하는 편이 여러모로 수월합니다.
- 판결서 등본을 받아 주문에 몰수·추징·환부 항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압수 당시 받은 압수목록을 찾습니다. 수사기관은 압수하면 목록을 만들어 소유자나 소지자에게 교부해야 하므로 원래 손에 한 부가 있어야 합니다.
- 사건번호로 압수물을 지금 어느 기관이 보관하는지 문의합니다.
- 신분증, 압수목록, 판결서 사본을 들고 환부를 요청합니다. 소유자가 따로 있다면 그 사람의 위임장도 챙깁니다.
- 돌려주지 않거나 이유 없이 미루면,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압수물 환부에 관한 처분에 대해 법원에 준항고로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항소했다면 2심에서 몰수 문제가 다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서두르기 전에 판결이 확정되었는지부터 확인해 두면 헛걸음을 줄입니다.
찾아가지 않으면 물건은 어떻게 되나
돌려받을 사람의 소재를 모르거나 그 밖의 사유로 환부할 수 없으면, 검사는 그 사유를 관보에 공고해야 합니다. 공고 뒤 3개월 안에 환부 청구가 없으면 물건은 국고에 귀속됩니다. 그 뒤에는 돌려 달라고 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주의
관보는 일반인이 챙겨 보는 매체가 아닙니다. 재판 중에 이사했거나 연락처가 바뀌었다면 변호인이나 사건 담당 부서에 새 주소를 알려 두십시오. 공고 기간 안에도 가치 없는 물건은 폐기될 수 있고, 보관이 어려운 물건은 공매되어 대금만 남을 수 있습니다.
세 달은 생각보다 짧으니, 판결 뒤 한두 달 안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판결 전이라도 먼저 돌려받을 방법은 없나
재판이 길어지면 업무용 노트북이나 영업용 차량 없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때 쓰는 제도가 환부와 가환부입니다.
법원 단계에서는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물건을 사건이 끝나기 전이라도 결정으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증거로 쓸 물건이라도 소유자나 소지자, 보관자, 제출인이 청구하면 가환부할 수 있습니다. 증거로만 쓰려고 압수한 물건을 주인이 계속 써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사진 촬영 같은 원형 보존 조치를 한 뒤 신속히 가환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소 전이라면 수사 쪽에 청구합니다. 사본을 확보하는 등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어졌다면 검사는 청구에 따라 환부나 가환부를 해야 하고, 거부당하면 대응하는 법원에 결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물건도 같은 틀을 따르되,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확인할 것
· 압수목록 사본과 물건별 번호
· 물건이 내 소유임을 보여 줄 구매 영수증이나 등록 서류
· 업무에 꼭 필요하다는 사정을 적은 짧은 설명서
· 디지털 기기라면 필요한 자료가 이미 복제되었는지 여부
정리
판결 주문에 몰수가 없으면 압수물은 따로 해제 결정 없이 풀린 것으로 보고, 장물은 피해자 환부 선고를 따르며, 가환부된 장물에 별다른 선고가 없으면 피해자에게 환부된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압수목록과 판결서를 챙겨 보관 기관에 먼저 연락하고, 주소가 바뀌었다면 알려 두어야 공고 뒤 3개월이 지나 국고로 넘어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돌려받지 못하거나 몰수 범위가 애매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판결 주문과 압수목록을 대조해 준항고나 환부 청구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29조, 제133조, 제218조의2, 제332조, 제333조, 제417조, 제486조 · 형법 제41조, 제48조, 제49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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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무죄가 나왔는데 압수물은 자동으로 돌려받습니까?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보지만, 물건을 집으로 보내 주는 절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압수목록과 판결서를 가지고 보관 기관에 환부를 요청하시는 편이 빠릅니다.
유죄 판결인데 주문에 몰수 이야기가 없으면 어떻게 됩니까?
유죄 여부와 관계없이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는 해제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다만 검사가 항소해 2심에서 다시 다투어질 수 있으니 확정 여부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압수목록을 잃어버렸는데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목록이 없어도 사건번호와 신분 확인으로 문의할 수 있습니다. 물건이 본인 소유라는 점을 보여 줄 영수증이나 등록 서류를 함께 준비하면 확인이 수월합니다.
연락을 못 받아 몇 달이 지났는데 물건이 남아 있을까요?
환부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검사가 관보에 공고하고, 공고 뒤 3개월 안에 청구가 없으면 국고에 귀속됩니다. 기간이 지나기 전일 수 있으니 바로 보관 기관에 문의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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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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