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폭행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재판장이 두 번이나 그만하라며 말을 끊었습니다. 억울한 사정을 말도 못 하게 하는 것이 정상인지, 이런 경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본인 사안은 재판장의 소송지휘권과 그 한계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판장은 진술을 제한할 권한이 있지만 그 권한에는 두 겹의 울타리가 있고, 제한이 지나치다고 보시면 그 자리에서 이의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 말을 끊는 근거가 조문에 있습니까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79조는 공판기일의 소송지휘를 재판장이 한다고 짧게 정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권한을 소송지휘권이라 부르며, 기일의 진행 순서를 정하고 발언을 정리하는 일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진술 제한을 따로 적어 둔 조문은 제299조입니다. 재판장은 소송관계인의 진술 또는 신문이 ① 중복된 사항이거나 ② 그 소송에 관계없는 사항인 때에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말을 끊는 행위 자체는 조문에 근거가 있는 처분입니다. 다만 아무 때나 되는 것은 아니고 두 가지 사유 가운데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 어떤 말이 중복이고 무관한 것입니까
중복은 이미 조서에 남은 내용을 같은 취지로 되풀이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같은 사실을 세 번째 설명하고 계시다면 제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관한 사항은 공소사실이나 양형과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상대방의 인격에 관한 평가, 다른 민사 사건의 경위, 수사기관에 대한 불만 같은 내용이 여기에 걸리는 일이 잦습니다. 반대로 같은 사실을 말하더라도 앞서 진술한 것과 각도가 다르거나 새 증거와 연결되는 설명이라면 중복이 아닙니다. 제한을 받으셨다면 어느 쪽 사유인지를 먼저 확인하시고, 다음 발언에서 그 지점을 짚어 말씀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 제한할 수 없는 선은 어디입니까
제299조는 제한을 허용하면서도 조건을 달아 두었습니다. 소송관계인의 본질적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만 가능하다는 문구입니다. 이 한 구절이 울타리 역할을 합니다. 본질적 권리에는 ①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그 이유를 밝힐 기회 ② 증거에 관하여 의견을 낼 기회 ③ 양형에 관한 사정을 진술할 기회가 들어갑니다. 요지를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발언을 차단했다면 그 제한은 조문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 됩니다. 시간을 줄이라는 요구와 말할 기회를 없애는 것은 다릅니다. 이 구분을 기억해 두십시오.
■ 부당하다고 느끼면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합니까
제304조를 쓰시면 됩니다.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재판장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법원이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재판장 개인이 아니라 재판부가 판단한다는 점이 이 조문의 핵심입니다. 합의부 사건이라면 세 명이 합의해 결론을 냅니다. 신청은 구술로 하시면 되고, 제한을 받은 직후에 재판장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취지를 밝히시면 됩니다. 이의신청과 그에 대한 결정은 절차의 일부이므로 공판조서에 남습니다. 뒷날 상소심에서 다투실 때 이 기록이 근거가 됩니다.
■ 마지막에 말할 기회는 따로 있습니까
있습니다. 제303조는 재판장이 검사의 의견을 들은 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주어야 한다는 문언이라 재량이 아닙니다. 변론 도중에 발언을 제한받으셨더라도 이 기회는 별도로 보장됩니다. 그러니 중간에 하려던 말이 막혔다면 최후진술로 모아 두시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최후진술도 무한정 길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기서도 제299조의 제한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핵심을 앞에 두고 3분에서 5분 안에 끝나도록 정리해 가시는 편이 전달에 유리합니다.
■ 실제로는 어떻게 준비하면 좋습니까
말로 다 하려 하지 마시고 서면을 함께 쓰십시오. 변론요지서나 피고인 의견서를 기일 며칠 전에 제출해 두면 발언이 제한되더라도 주장은 기록에 남습니다. 법정에서는 ① 다투는 쟁점 ② 그 근거가 되는 증거 ③ 양형 사정 순으로 간추려 말씀하시고, 제한을 받으시면 그 부분은 서면 몇 쪽에 적어 두었다고 밝히시면 됩니다. 재판부가 이미 읽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이 실제로 가장 흔한 제한 사유입니다. 감정을 실어 길게 말하는 것보다 짧고 정확하게 정리한 진술이 조서에도 또렷하게 남습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79조, 제299조, 제303조, 제30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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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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