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여럿 선임한 사건에서 재판장이 대표변호인을 정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를 앞세울지를 고르는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 효과는 서류가 오가는 통로를 하나로 묶는 데 있습니다. 통지와 송달의 기준점이 바뀌므로 기일이나 기간을 계산할 때 이 지정이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조문이 어떻게 짜여 있고 실무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변호인은 누가 선임할 수 있나
출발점은 제30조입니다.
제1항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제2항은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과 형제자매에게 독립하여 선임할 권한을 줍니다. 구속되어 연락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근거입니다.
독립하여라는 말은 본인의 동의를 따로 받지 않아도 선임 자체는 유효하다는 뜻입니다.
자격은 제31조가 정합니다. 변호인은 변호사 중에서 선임하여야 하고, 대법원 이외의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변호사가 아닌 사람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도록 허가할 수 있습니다.
선임서는 언제 다시 내야 하나
제32조 제1항이 형식을 정합니다. 선임은 심급마다 변호인과 연명날인한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심급마다라는 대목입니다.
1심에서 낸 선임서의 효력은 항소심으로 자동 연장되지 않습니다. 같은 변호사를 계속 선임하더라도 항소심에서 서면을 새로 내야 합니다. 제출이 늦어지면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나가는 동안 변호인에게 기록 열람과 등사의 자격이 없는 상태가 생깁니다.
제2항은 반대 방향의 편의를 둡니다. 공소제기 전의 변호인 선임은 제1심에도 효력이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낸 선임서가 1심까지는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대표변호인
변호인이 여러 명인 사건에서 통지와 서류 송달의 상대방을 정해 두는 제도입니다. 변론의 권한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법원과 수사기관이 연락할 창구를 정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지정은 누가 하고 언제 하나
근거는 제32조의2입니다.
제1항은 수인의 변호인이 있는 때에 재판장이 피고인,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대표변호인을 지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지정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것도 같은 항에 함께 적혀 있습니다. 제2항은 신청이 없는 경우를 받습니다.
그때는 재판장이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고, 역시 철회와 변경이 가능합니다.
즉 이 제도는 당사자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변호인이 여럿이라는 사실만으로 재판장이 먼저 움직일 수 있습니다.
몇 명까지 지정되나
제3항이 상한을 못박아 3인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변호인이 열 명인 사건이라도 대표는 최대 세 명입니다. 그 세 명이 통지를 받는 자리에 서고 나머지는 내부에서 공유를 받게 됩니다. 상한을 둔 이유는 통지의 부담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 좁히지 않고 세 명까지 열어 둔 것은 대형 사건에서 한 명에게 연락이 닿지 않을 위험을 덜기 위한 것으로 읽힙니다.
송달이 한 번으로 끝난다는 말의 뜻
제4항이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대표변호인에 대한 통지 또는 서류의 송달은 변호인 전원에 대하여 효력이 있습니다.
결과가 두 갈래로 나타납니다.
- 법원은 대표변호인에게만 보내면 되므로 송달 사무가 한 번에 끝납니다
- 기간은 대표변호인이 받은 날부터 진행되므로, 다른 변호인이 뒤늦게 알았다는 사정은 기간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두 번째가 실무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공판기일 변경 통지나 판결문 송달이 대표변호인에게 갔는데 내부 전달이 늦어지면, 항소나 상고의 기간이 그만큼 줄어든 상태로 흘러갑니다. 선임계를 함께 낸 변호인들 사이에서 수신 담당과 공유 방식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항 | 내용 | 확인할 점 |
|---|---|---|
| 제1항 | 신청에 의한 지정, 철회, 변경 | 신청 주체는 피고인, 피의자, 변호인 |
| 제2항 | 신청이 없을 때의 직권 지정 | 지정 사실을 언제 고지받았는지 |
| 제3항 | 대표변호인 3인 상한 | 지정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
| 제4항 | 통지와 송달이 전원에게 효력 | 기간의 기산일이 어디인지 |
| 제5항 | 수사 단계에서 검사가 지정 | 기소 후에도 같은 구성인지 |
수사 단계에도 같은 제도가 있나
있습니다. 제5항이 앞의 네 항을 준용합니다.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여럿인 경우 검사가 대표변호인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재판장이 하던 역할을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가 맡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대표변호인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기소된 뒤 재판장이 새로 지정하면 그 지정이 이후의 기준이 됩니다.
주의
변호인이 사임하거나 사무실을 옮겼는데 대표변호인 지정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주소로 통지가 계속 나갈 수 있습니다. 구성이 바뀔 때마다 지정의 변경이나 철회를 신청해 두십시오. 선임계에 적힌 송달 주소와 실제 사무소 주소가 같은지도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제30조는 본인 외에 법정대리인과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에게 독립된 선임권을 주고, 제31조는 변호사 자격을 원칙으로 삼되 예외의 문을 열어 둡니다.
제32조는 선임서를 심급마다 연명날인한 서면으로 내도록 하고, 공소제기 전의 선임은 제1심까지 효력을 잇습니다.
제32조의2는 변호인이 여럿인 사건에서 신청 또는 직권으로 대표변호인을 지정하게 합니다. 상한은 3인이고, 대표변호인에 대한 통지와 송달은 전원에게 효력이 미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가 같은 권한을 행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실무는 기간의 기산일을 대표변호인 기준으로 세는 것입니다. 여러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는 사건이라면 수신과 공유의 규칙을 처음부터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30조, 제31조, 제32조, 제32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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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변호사를 세 명 선임했는데 저는 대표변호인 지정을 신청한 적이 없습니다.
제32조의2 제2항이 신청이 없는 때에도 재판장이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지정된 사람이 누구인지와 그 시점을 기록에서 확인하시고, 원하지 않는 구성이라면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변경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판결문이 대표변호인에게만 갔습니다. 제 항소 기간은 언제부터인가요?
피고인 본인에 대한 송달과 변호인에 대한 송달은 각각의 효력이 있습니다. 다만 변호인 쪽에서는 제32조의2 제4항에 따라 대표변호인이 받은 때에 전원이 받은 것으로 처리되므로, 내부 전달이 늦었다는 사정으로 기간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1심에서 선임했던 변호사에게 항소심도 맡기면 선임서를 또 내야 합니까?
제32조 제1항이 선임을 심급마다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어 항소심용 선임서를 새로 제출해야 합니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짧으므로 기록 접수 통지 전후로 서둘러 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검사가 대표변호인을 정했는데 재판에서도 그대로 갑니까?
제32조의2 제5항은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여럿일 때 검사가 지정하도록 준용할 뿐입니다. 기소된 뒤에는 재판장이 제1항이나 제2항에 따라 새로 지정할 수 있으므로 공판 단계의 지정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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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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