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제대로 끄지 않고 버렸는데 아래층 실외기 쪽에 불이 붙어 소방차가 왔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지만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러 오라고 합니다.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건가요?
본인 사안은 고의 없이 낸 불이 형법의 실화죄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담뱃불 부주의로 남의 건물이나 물건을 태웠다면 형법 제170조의 실화죄가 성립하고 벌금형이 원칙이지만, 부주의의 정도가 크다고 평가되면 제171조의 중실화로 넘어가 금고형까지 열립니다.
■ 어떤 조문이 적용됩니까
형법 제170조 제1항은 과실로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또는 타인 소유의 일반 건조물을 불태운 자를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아파트는 사람이 주거로 쓰는 건조물이므로 제164조의 물건에 해당하고, 그것을 과실로 태웠다면 제1항이 바로 적용됩니다. 제2항은 자기 소유의 건조물이나 제167조의 일반 물건을 태워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를 같은 형으로 다룹니다. 실외기나 외벽 마감재처럼 건물의 일부가 탔다면 제1항 쪽으로, 베란다에 둔 물건만 탔다면 제2항의 공공의 위험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 과실과 중과실은 어떻게 갈립니까
형법 제14조는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를 과실로 정의하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합니다. 실화죄가 그 특별한 규정입니다. 제171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제170조의 죄를 범한 자를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립니다. 중대한 과실은 조금만 주의했어도 결과를 피할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실무에서는 ① 꽁초를 끄지 않고 그대로 던졌는지 ② 주변에 종이나 천 같은 가연물이 눈에 보였는지 ③ 바람이 강한 날이었는지 ④ 이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버린 적이 있는지를 살펴 정도를 가립니다.
■ 다친 사람이 있으면 무엇이 달라집니까
이번 사안은 인명 피해가 없다고 하셨으니 실화죄만 문제됩니다. 다친 사람이 있었다면 형법 제266조의 과실치상이나 제267조의 과실치사가 함께 검토되고, 과실이 중대하다고 평가되면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올라갑니다. 제266조의 과실치상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이므로 합의가 사건의 결론에 직접 영향을 주지만, 실화죄 자체는 그런 규정이 없어 합의를 해도 공소 제기를 막지 못합니다.
■ 조사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순서를 권해 드립니다. ① 소방서의 화재조사 결과와 발화 지점 판단을 확인합니다. 담뱃불이 발화 원인으로 특정되었는지가 출발점입니다. ② 꽁초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물에 적셔 버렸는데 남은 불씨가 있었던 경우와 그냥 던진 경우는 평가가 다릅니다. ③ 피해 범위를 사진과 관리사무소의 확인서로 특정합니다. ④ 아래층 세대와 관리주체에 피해 회복 의사를 전달하고 그 기록을 남깁니다. 실화죄는 벌금형이 원칙인 죄여서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조치가 양형에 크게 반영됩니다.
■ 형사 외에 무엇이 남습니까
민사 배상이 따로 남습니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경과실 실화자의 손해배상액을 법원이 경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중과실로 평가되면 그 경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사 조사에서 중과실이 인정되면 민사에서도 같은 평가가 따라오기 쉬우므로, 조사 단계의 진술이 두 절차에 모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아파트 화재보험이나 개인 배상책임보험이 있다면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먼저 하시고, 진술서를 쓰기 전에 화재조사 결과를 함께 검토할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70조, 제171조, 제14조, 제164조, 제166조, 제167조, 제266조, 제267조, 제268조 ·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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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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