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떠난 지 다섯 시간, 국내 항공사 여객기가 태평양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뒷줄의 외국인 승객이 기내 주류를 거듭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승무원의 팔을 거칠게 밀쳤고, 말리던 옆자리 승객에게도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비행기는 외국 공항에 내렸습니다. 피해를 입은 승무원과 승객은 묻습니다. 가해자는 외국인이고 사건은 외국 하늘에서 벌어졌는데 한국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고요. 답은 형법 제4조에 있습니다. 적용 범위부터 재판 장소, 피해자가 챙길 일까지 정리합니다.
외국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은 어느 나라 법인가
형법은 적용 범위를 장소와 사람으로 나누어 정합니다. 한국 땅 안이면 국적을 묻지 않고(제2조), 한국 사람이면 장소를 묻지 않습니다(제3조). 남는 빈틈이 외국 영역에 있는 외국인입니다.
제4조가 그 빈틈 하나를 메웁니다. 대한민국 영역 밖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안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형법을 적용한다는 규정입니다. 비행기가 어느 나라 하늘이나 공해 위에 있든, 그 기체가 한국 항공기라면 기내는 한국 형법이 미치는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위 사례의 외국인 승객도 한국 형법의 적용 대상입니다.
| 누가 | 어디서 | 근거 |
|---|---|---|
| 한국인 | 국내외 어디서나 | 제2조, 제3조 |
| 외국인 | 한국 영역 안 | 제2조 |
| 외국인 | 영역 밖의 한국 선박·항공기 안 | 제4조 |
| 외국인 | 외국 항공기 안, 한국인을 상대로 | 제6조(행위지 법률상 범죄일 것 등 조건) |
마지막 줄은 비교를 위해 넣었습니다. 같은 일이 외국 항공사 비행기에서 벌어졌다면 제4조가 아니라 제6조를 따지게 되고, 행위지 법률로도 범죄가 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어느 항공사 비행기였는지가 출발점인 이유입니다.
한국 항공기인지는 무엇으로 가리나
조문이 말하는 것은 항공기이지 항공권이 아닙니다. 국내 항공사 이름으로 표를 샀더라도 실제로 외국 항공사가 띄운 공동운항편이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국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어도 탑승한 기체가 국내 항공사 소속이면 제4조의 범위 안입니다.
기체의 국적은 등록으로 정해지고, 그 내용은 항공안전법이 다룹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탑승권에 적힌 편명과 운항 항공사, 좌석 번호를 먼저 확보해 두는 것이 가장 손쉬운 확인 방법입니다.
탑승권을 버리지 마십시오.
기내 난동은 어떤 죄로 다뤄지나
제4조는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를 정할 뿐이고, 무슨 죄인지는 형법 각칙이 정합니다. 기내에서 흔히 문제 되는 행위를 묶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승무원이나 승객을 밀치거나 때린 경우: 폭행(제260조), 다쳤다면 상해(제257조)
- 승무원의 안내와 서비스를 힘으로 가로막은 경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제314조)
- 해치겠다고 위협한 경우: 협박(제283조)
- 좌석이나 기내 설비를 부순 경우: 재물손괴(제366조)
여기에 더해 항공보안법은 기내 소란과 승무원 업무 방해를 따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형법 총칙은 다른 법령에 정한 죄에도 적용되므로(제8조), 기내 사건에서는 형법과 항공 관련 법률이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죄명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가 미치는 힘도 다릅니다. 폭행과 협박은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재판으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공소기각으로 끝납니다. 상해와 업무방해는 그렇지 않습니다.
재판은 어디에서 받게 되나
형법이 적용된다는 것과 한국 법정에 실제로 세울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재판을 하려면 피의자의 신병이 한국 수사기관 손에 들어와야 합니다.
관할은 형사소송법 제4조가 정합니다. 국외에 있는 한국 선박 안의 범죄는 범죄지와 피고인의 주소·거소·현재지에 더해 선적지 또는 범죄 후의 선착지도 관할로 삼고, 같은 조 제3항이 이를 항공기에 준용합니다. 비행기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편이었다면 도착한 공항을 관할하는 법원에서 사건을 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외국 공항에 내린 경우는 복잡해집니다. 가해자가 그 나라에서 먼저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한국으로 데려오려면 범죄인 인도 절차처럼 국가 사이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가 나중에 한국에 들어오면 그때 수사가 시작될 수 있으므로, 피해 신고는 미리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외국에서 이미 처벌받았다면 또 처벌받나
한국 형법이 적용되는 이상 외국에서 재판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한국의 처벌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중의 부담을 덜어 주는 장치가 있습니다.
제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나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게는 그 집행된 형을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도록 정했습니다. 외국 교도소에서 지낸 기간이나 낸 벌금이 한국 판결에서 반영된다는 뜻입니다. 산입의 근거가 되도록 외국 판결문과 집행 증명을 번역해 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피해 승무원·승객이 남길 기록
· 탑승권 또는 전자항공권(편명, 운항 항공사, 좌석)
· 사건 시각과 비행 구간, 가능하면 기내 안내 화면의 위치 정보
· 다친 부위 사진과 도착 후 받은 진단서
· 목격한 승객의 연락처, 승무원이 작성한 보고서 존재 여부
·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 원본
피해자는 언제, 어디에 신고하나
도착하자마자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공항에 내렸다면 공항 경찰에 바로 피해를 알리고, 외국 공항이었다면 귀국 후 주거지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낼 수 있습니다.
고소장에는 운항 항공사와 편명을 꼭 적어야 합니다. 제4조가 적용되는지가 그 한 줄로 갈리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의 이름을 모른다면 좌석 번호와 인상착의, 항공사에 남은 탑승객 정보로 특정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합의 제안이 오더라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폭행에 그친 사건이라면 처벌불원 의사가 곧 사건 종결로 이어지므로, 피해 정도와 치료비를 정리한 뒤 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대한민국 영역 밖이라도 한국 항공기 안이라면 외국인의 범죄에 한국 형법이 적용됩니다. 기준은 표가 아니라 기체입니다.
죄명은 폭행, 상해, 업무방해, 협박, 손괴 가운데 행위에 맞춰 정해지고, 항공보안법도 함께 검토됩니다. 재판은 피의자의 신병 확보가 관건이며, 외국에서 받은 형은 한국 판결에 산입됩니다. 피해를 입었다면 탑승 기록과 진단서부터 확보하고, 고소장 작성 단계에서 변호사와 함께 적용 법조를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6조, 제7조, 제8조, 제257조, 제260조, 제283조, 제314조, 제366조 · 형사소송법 제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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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외국 항공사 비행기에서 외국인에게 맞았다면 한국 형법이 적용됩니까?
제4조는 한국 선박·항공기 안의 범죄에만 적용됩니다. 피해자가 한국인이라면 제6조에 따라 형법 적용을 검토할 수 있지만, 행위지 법률상 범죄가 되지 않거나 소추·형 집행이 면제되는 경우는 제외됩니다.
비행기가 외국 공항에 착륙했는데 한국에서 고소할 수 있습니까?
귀국 후 주거지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가 외국에 머문다면 실제 수사와 재판은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운항 항공사와 편명, 좌석 정보를 고소장에 정확히 적어 두십시오.
승무원이 맞았는데 회사가 고소를 대신할 수 있습니까?
폭행·상해의 피해자는 맞은 승무원 본인이므로 고소와 처벌 의사 표시는 본인이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업무방해는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는 죄이고, 방해받은 업무의 주체인 항공사도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외국에서 벌금을 냈다면 한국 재판은 끝납니까?
외국에서 처벌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한국 형법 적용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7조에 따라 외국에서 집행된 형은 한국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되므로, 외국 판결과 집행 자료를 제출하면 그만큼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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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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