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날, 판사가 벌금 액수를 읽은 뒤 한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위 금액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피고인은 곧바로 항소장을 냈는데, 열흘쯤 지나 공소청에서 벌금을 내라는 고지서가 왔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재판인데 돈부터 내라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 냈다면 이 돈이 나중에 어떻게 셈해지는지가 다음 걱정입니다. 2심에서 액수가 바뀌거나 무죄가 나오면 이미 낸 돈은 어디로 가는지, 조문 순서대로 따라가 봅니다.
항소했는데 왜 벌써 내라고 하나
가납은 확정 전에 미리 걷어 두는 제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은 법원이 벌금, 과료, 추징을 선고하면서 확정 뒤에는 집행할 수 없거나 집행하기 곤란할 염려가 있다고 보면 그에 상당한 금액을 먼저 내도록 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보이거나 외국으로 나갈 사정이 있으면 이 명령이 붙기 쉽습니다.
가납 명령은 형과 함께 판결로 선고되고,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이 판결은 선고 즉시 집행 대상이 됩니다. 항소를 했다고 집행이 멈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소기간 중이라는 사정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집행은 검사의 명령으로 이루어집니다. 제477조에 따르면 이 명령은 민사 판결처럼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고, 민사집행법 규정이나 국세체납처분의 예를 따라 실행됩니다. 내지 않고 버티면 예금이나 급여가 압류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납판결
벌금·과료·추징을 선고하면서 판결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그 금액을 먼저 내게 하는 재판입니다. 형의 선고와 같은 판결 안에 들어가며, 선고 즉시 집행할 수 있습니다.
1심과 2심의 가납 금액이 다르면 어떻게 맞추나
항소심에서도 다시 가납 명령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1심 가납으로 이미 낸 돈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걷는 것은 아닙니다.
제480조에 따르면 1심 가납분을 이미 거둔 상태에서 2심이 다시 가납을 명한 경우, 거둔 돈은 2심 가납금액의 한도에서 2심 재판을 집행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낸 돈이 그대로 넘어가되, 2심이 정한 금액이 상한이 됩니다.
아래 표는 1심에서 1,000만원을 가납한 경우를 예로 든 것입니다.
| 2심 가납 명령 | 2심 집행으로 보는 금액 | 남는 문제 |
|---|---|---|
| 1,000만원 | 1,000만원 전부 | 없음 |
| 700만원 | 700만원까지 | 300만원은 간주 범위 밖 |
| 1,200만원 | 1,000만원 | 200만원을 더 집행할 수 있음 |
| 가납 명령 없음 | 제480조 적용 없음 | 확정 때 제481조로 정리 |
두 번째 줄이 가장 자주 묻는 경우입니다. 2심이 정한 금액을 넘는 300만원은 2심 재판의 집행으로 보지 않으니, 그 부분을 계속 붙들어 둘 근거가 조문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이미 낸 돈은 형으로 계산되나
그렇습니다. 제481조의 문언을 풀어 쓰면, 미리 걷어 간 돈은 본안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확정 금액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형을 집행한 돈으로 바뀝니다. 벌금뿐 아니라 과료와 추징도 같은 방식입니다.
확정 금액이 가납액보다 크면 차액이 남습니다. 형법 제69조 제1항은 벌금과 과료를 판결확정일부터 30일 안에 내도록 했으니, 차액도 그 기간 안에 정리해야 합니다.
차액을 내지 못하면 노역장 유치가 기다립니다. 다만 일부를 낸 사정은 반영됩니다. 형법 제71조에 따라 낸 금액에 해당하는 일수를 벌금액과 유치기간의 비례로 계산해 빼 주기 때문에, 가납으로 낸 돈만큼 유치일수도 줄어듭니다.
최종 벌금이 더 적거나 무죄가 나왔다면
이 경우가 정산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갑니다.
제481조가 형의 집행으로 보는 범위는 확정된 금액까지입니다. 가납으로 1,000만원을 냈는데 확정 벌금이 600만원이라면 400만원은 형의 집행으로 남을 자리가 없습니다. 무죄나 공소기각으로 끝났다면 가납의 바탕이 된 유죄 판단 자체가 사라집니다.
돈이 저절로 통장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 판결 확정일을 확인합니다. 상대방 상소기간까지 지나야 확정이므로 확정증명을 떼어 둡니다.
- 가납 영수증과 납부 일자를 모아 실제로 낸 총액을 계산합니다.
- 집행을 지휘한 공소청 집행 담당 부서에 차액 반환을 청구하고, 받을 계좌를 서면으로 알립니다.
- 처리 결과를 서면으로 받아 두고, 압류가 걸려 있었다면 해제 여부도 함께 확인합니다.
반환 서식과 처리 기간은 공소청마다 안내가 다를 수 있으니 접수할 때 담당자에게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구금된 적이 있으면 계산이 달라지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사나 재판 도중 갇혀 있던 날이 있다면 그 날수도 벌금 쪽 계산에 들어갑니다.
형법 제57조는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전부를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에 산입하고, 하루를 유치기간 하루로 계산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82조도 판결선고 뒤 확정 전 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도록 했습니다. 판결문에 적힌 노역장 유치 환산 금액을 기준으로 이미 산입된 날수가 얼마인지부터 확인해야 차액이 정확히 나옵니다.
가납액과 구금일수가 함께 있는 사건은 숫자가 꼬이기 쉬우니 확정 직후 정산 내역을 받아 직접 맞춰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산 전에 모을 서류
· 1심과 2심 판결문(가납 주문과 노역장 유치 환산 기준이 적힌 부분)
· 가납 납부 영수증 또는 이체 내역
· 판결 확정증명원
· 구금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석방 관련 서류
· 압류 통지서가 있었다면 그 사본
가납 명령 자체를 다툴 수는 없나
가납은 판결의 일부로 선고되므로 따로 떼어 불복하기보다 본안 항소 안에서 함께 다투는 것이 보통입니다. 항소이유서에 가납이 필요하지 않았던 사정, 예컨대 주거와 직장이 일정하고 재산을 숨길 이유가 없다는 점을 적어 두면 2심이 가납 명령을 다시 붙일지 판단하는 데 반영될 수 있습니다.
2심이 가납을 붙이지 않으면 제480조는 쓰이지 않고, 1심 가납 집행분은 확정 단계에서 제481조로 정리됩니다. 어느 길로 가든 낸 돈은 사라지지 않으니 영수증을 잘 보관하는 일이 출발점입니다.
정리
가납 명령은 선고와 함께 즉시 집행되므로 항소 중에도 내야 합니다. 2심에서 다시 가납이 붙으면 1심에서 낸 돈은 2심 금액 한도에서 넘어가고, 판결이 확정되면 확정 금액 한도에서 형을 집행한 것으로 봅니다.
모자라면 30일 안에 차액을 냅니다.
남으면 공소청에 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구금일수가 있었다면 노역장 유치 환산까지 함께 따져야 정확한 숫자가 나옵니다. 판결문과 영수증을 놓고 변호사와 함께 정산표를 한 번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477조, 제480조, 제481조, 제482조 · 형법 제57조, 제69조, 제71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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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항소 중인데 가납을 안 내고 버티면 어떻게 됩니까?
제477조에 따라 가납 재판은 검사의 명령으로 집행되고, 별도 소송 없이 그 명령만으로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이나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예금·급여 압류가 이어질 수 있으니 분할 납부가 필요하면 공소청에 먼저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2심에서 벌금이 줄었는데 차액은 언제 돌려받습니까?
2심 판결만으로는 아직 확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상고기간이 지나 확정되면 제481조에 따라 확정 금액까지만 형의 집행으로 보므로, 확정증명과 납부 영수증을 갖춰 집행 담당 공소청에 반환을 청구하시면 됩니다.
추징금도 가납 대상입니까?
제334조 제1항은 벌금, 과료와 함께 추징도 가납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제481조 역시 추징의 재판이 확정되면 가납 금액 한도에서 집행된 것으로 보도록 했으니 정산 방식은 벌금과 같습니다.
가납한 금액이 노역장 유치일수에도 반영됩니까?
가납 집행분은 확정 시 형의 집행으로 간주되므로 낸 만큼 벌금이 줄어든 것과 같습니다. 남은 차액을 못 내 유치될 때에는 형법 제71조의 비례 계산에 따라 납입액에 해당하는 일수를 빼고 유치기간이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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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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