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의 유일한 개발자가 마지막 출근일 저녁,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를 바꾸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아무도 주문 관리 화면에 들어가지 못했고, 배송이 이틀 동안 멈췄습니다. 대표는 곧바로 고소장을 냈습니다. 그는 밀린 퇴직금을 받으면 알려 줄 생각이었다고 말합니다. 비밀번호를 바꾸는 일은 개발자가 평소에도 하던 업무였습니다. 같은 행동이 언제 범죄로 바뀌는지, 형법 제314조 제2항을 중심으로 나눠 봅니다.
비밀번호 하나 바꾼 것이 왜 업무방해가 되나
형법 제314조 제2항은 세 덩어리로 읽힙니다.
첫째는 행위입니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나 전자기록을 손괴하는 것,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 그 밖의 방법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결과로, 그 행위로 정보처리에 장애가 생겨야 합니다. 셋째는 그 장애가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서두의 사례를 대입하면 구조가 맞아떨어집니다. 회사가 쓰던 인증 정보를 아무도 모르는 값으로 바꾸었고, 그 결과 정상적인 접속이라는 정보처리가 막혔으며, 주문과 배송이라는 업무가 이틀 멈췄습니다. 형은 제1항과 같아서 상한이 징역 5년, 벌금 1천500만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컴퓨터등 장애 업무방해
정보처리장치나 전자기록을 망가뜨리거나, 허위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일으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죄입니다. 폭력이나 속임수가 없어도 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막으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재직 중 권한으로 한 일인데도 문제가 되나
쟁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관리자 권한을 가진 직원이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은 보통 정상적인 보안 업무입니다. 그래서 수사와 재판에서는 변경 자체보다 그 변경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봅니다. 회사의 보안을 위해 바꾸고 인수인계 문서에 새 비밀번호를 남겼다면 업무의 일부입니다. 반대로 회사를 나가는 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바꿨다면, 권한을 회사의 업무를 막는 데 썼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평소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방어가 끝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권한의 범위와 그날의 목적이 함께 따져집니다. 인수인계 문서가 있었는지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퇴사 뒤에 접속해서 바꿨다면 무엇이 달라지나
조문이 하나 더 붙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퇴사로 권한이 사라진 뒤 집에서 원격으로 서버에 들어갔다면 이 금지에 걸리고, 제71조 제1항 제11호가 처벌을 정합니다.
| 상황 | 검토되는 조문 | 법정형 |
|---|---|---|
| 재직 중 비밀번호를 바꿔 회사 업무가 멈춤 | 형법 제314조 제2항 (컴퓨터등 장애 업무방해) | 징역 5년 이하, 벌금 1천500만원 이하 |
| 퇴사 뒤 원격으로 서버에 들어가 설정을 바꿈 |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 제71조 제1항 제11호 (무단 침입) | 징역 5년 이하, 벌금 5천만원 이하 |
| 자료를 지우거나 열 수 없게 만듦 | 형법 제366조 (전자기록 효용 침해) | 징역 3년 이하, 벌금 700만원 이하 |
| 비밀번호를 알려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 | 형법 제350조 (공갈) | 징역 10년 이하, 벌금 2천만원 이하 |
표의 네 줄은 서로 배척하지 않습니다. 퇴사 뒤 원격으로 들어가 비밀번호를 바꾸고 일부 자료까지 지웠다면 여러 조문이 함께 검토됩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사건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퇴직금을 못 받아서 그랬다면 사정이 되나
동기는 이해받을 수 있어도 행위를 정당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 퇴직 뒤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정합니다. 이 기한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고용노동부에 진정하거나 민사로 청구하는 길이 있습니다. 회사 시스템을 잠가 두는 방식은 그 길이 아닙니다.
오히려 위험해집니다. 비밀번호를 알려 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면 형법 제350조의 공갈이 함께 문제 될 수 있고, 그 형은 업무방해보다 무겁습니다. 받을 돈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문제가 깨끗이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퇴직금은 퇴직금대로 청구하십시오.
수사에서는 무엇이 확인되나
이런 사건은 기록이 대부분을 말해 줍니다. 서버와 계정에는 접속 시각과 위치가 남기 때문입니다.
- 비밀번호가 바뀐 정확한 시각이 재직 중이었는지 퇴사 뒤였는지
- 변경할 때 접속한 장소와 기기, 회사 내부망이었는지 외부였는지
- 인수인계 문서나 메신저에 새 비밀번호를 남겼는지
- 회사가 접속하지 못한 기간과 그동안 멈춘 업무의 범위
- 변경 뒤 회사와 주고받은 연락에 돈 이야기가 섞였는지
다섯째 항목이 사건의 방향을 크게 바꿉니다. 문자 한 통에 금액과 조건이 함께 적혀 있으면 공갈 혐의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회사가 입은 손해는 따로 물어야 하나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 책임이 남습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배상 책임을 지웁니다. 주문을 처리하지 못한 기간의 매출 손실, 외부 업체에 맡겨 접속을 복구한 비용이 청구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금액은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형사 사건에서 피해 회복은 형을 정하는 데 중요한 사정입니다. 형법 제51조는 범행 후의 정황을 양형 조건으로 꼽고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바로 알려 주어 업무를 되살리고 손해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인 이유입니다.
정리
재직 중 권한이 있었더라도 퇴사하는 날 몰래 비밀번호를 바꿔 회사 업무를 막으면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업무방해가 검토됩니다. 퇴사 뒤 원격으로 접속했다면 정보통신망법의 무단 침입이, 대가를 요구했다면 공갈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잠근 문은 먼저 여십시오.
퇴직금 문제는 노동 관련 절차로 따로 풀어야 합니다. 이미 고소를 당했다면 접속 기록과 인수인계 자료를 확보한 뒤, 조사에 나가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경위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51조, 제314조, 제350조, 제366조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71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 민법 제750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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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재직 중에 바꿨으니 권한 범위 안의 일 아닌가요?
평소 관리자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변경의 목적과 시점, 인수인계 여부를 함께 보므로, 새 비밀번호를 회사에 전달하려 했다는 사정이 있다면 메신저나 메일 기록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다른 방법으로 반나절 만에 복구했다면요?
형법 제314조 제2항은 장애가 생겨 업무가 방해된 것을 요건으로 하며 기간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복구가 빨랐다는 사정은 피해 규모와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으므로, 회사가 접속하지 못한 시간과 업무 영향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해 두십시오.
퇴직금 체불을 먼저 신고해도 되나요?
퇴직금은 퇴직 뒤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므로 체불 사실은 별도로 고용노동부 진정이나 민사 청구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업무방해 사건을 없애 주지는 않으므로, 두 사건을 나누어 각각 대응 계획을 세우시는 편이 낫습니다.
비밀번호를 지금 알려 주면 처벌이 줄어드나요?
업무를 되살리고 손해를 줄이려는 노력은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전달할 때에는 조건을 붙이지 말고 회사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시고, 전달 시각과 방법을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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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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