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 봉투 안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묻는 서면이 한 장 더 들어 있었습니다. 피고인의 가족은 배심원이 열두 명쯤 앉는 장면부터 떠올렸습니다. 우리 법은 그렇게 정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3조는 법정형의 무게에 따라 배심원을 9인 또는 7인으로 나누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인정하면 5인으로 줄일 길도 열어 두었습니다. 인원이 어떻게 정해지고 누가 바꿀 수 있는지를 표와 함께 보겠습니다.
배심원 수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지나
죄명이 아니라 법정형입니다.
제13조 제1항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에 9인, 그 밖의 대상사건에 7인의 배심원이 참여한다고 정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형이 선고될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공소장에 적힌 적용법조의 법정형 상한에 무기 이상이 들어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
피고인 쪽에서 보면 이 숫자는 설득해야 할 사람의 수이기도 합니다. 9인 재판이라면 증거 설명과 변론을 그만큼 여러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합니다.
| 상황 | 배심원 수 | 근거 |
|---|---|---|
| 법정형에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가 있는 사건 | 9인 | 제13조 제1항 본문 |
| 그 밖의 대상사건 | 7인 | 제13조 제1항 본문 |
|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인정 | 5인으로 할 수 있음 | 제13조 제1항 단서 |
| 특별한 사정과 검사·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동의 | 7인과 9인 중에서 달리 정함 | 제13조 제2항 |
| 결원 대비 | 예비배심원 5인 이내 | 제14조 제1항 |
같은 강도 사건이라도 적용법조가 바뀌면 인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소장 변경이 있었다면 법정형부터 다시 확인하십시오.
다섯 명으로 줄어드는 때는 언제인가
제13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인정한 때 법원이 5인의 배심원으로 재판하게 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문언이 할 수 있다로 끝납니다. 인정했다고 자동으로 다섯 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정합니다. 다툼이 사실관계보다 형의 양에 몰려 있는 사건을 떠올리면 이 단서의 쓰임이 보입니다. 쟁점이 좁으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반대로 주요내용을 다투는 사건이라면 이 단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인정 여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정리되므로 그 전에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디를 다툴지 선을 그어 두어야 하고, 일부만 인정한다면 그것이 주요내용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따져집니다.
법원이 인원을 바꾸거나 예비 인원을 둘 수 있나
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제13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은 사건의 내용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있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동의가 있으면 결정으로 배심원 수를 7인과 9인 중에서 제1항과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무기형이 걸린 사건을 7인으로, 그렇지 않은 사건을 9인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9인을 넘기거나 5인 아래로 내리는 길은 없습니다. 동의가 요건이므로 피고인 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조항은 쓰이기 어렵습니다.
인원 이야기에는 예비배심원도 들어갑니다. 재판이 며칠 이어지면 중간에 빠지는 사람이 생깁니다. 제14조 제1항은 결원에 대비해 5인 이내의 예비배심원을 둘 수 있게 했고, 제2항은 배심원에 관한 사항을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비배심원에게도 준용합니다.
예비배심원도 법정에서 같은 증거를 보고 같은 설명을 듣습니다. 누가 정식 배심원 자리로 옮겨 앉을지 미리 알 수 없으니, 변론은 처음부터 예비배심원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편이 맞습니다.
어떤 사건에서 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나
제5조 제1항은 합의부 관할 사건과 그 미수, 교사, 방조, 예비, 음모 사건, 그리고 이와 병합하여 심리하는 관련 사건을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기한은 짧습니다.
-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적은 서면을 냅니다 (제8조 제2항).
- 서면을 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제8조 제3항).
- 배제결정이나 회부결정이 있거나 공판준비기일이 끝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뒤에는 의사를 바꿀 수 없습니다 (제8조 제4항).
법원은 제9조의 사유가 있으면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 날까지 배제결정을 할 수 있고, 이 결정에는 즉시항고가 가능합니다. 배심원이나 그 친족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공범 일부가 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성폭력범죄 피해자 쪽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유입니다.
배심원 숫자가 평결에 어떤 차이를 만드나
제46조에 따르면 배심원은 먼저 전원 일치를 시도하고, 일치하지 않으면 판사의 의견을 들은 뒤 다수결로 평결합니다. 인원이 홀수로 정해져 있어 가부 동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전원 일치를 시도하는 단계에서도 배심원 과반수가 요청하면 판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9인 가운데 몇 명이 어느 쪽에 섰는지는 소송기록에 편철되어 남습니다. 인원이 많을수록 한 사람의 판단이 결과를 흔드는 폭은 줄어듭니다.
신청 전에 피고인 쪽이 따져 볼 것은
확인할 것
· 적용법조의 법정형에 무기 이상이 있는지
·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인정할지, 다툴지
·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짜와 7일 기한
· 공범이나 성폭력범죄 피해자 쪽 사정으로 배제결정이 나올 여지가 있는지
인정 여부는 인원뿐 아니라 재판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서면 한 장으로 끝나는 결정이 아닙니다.
정리
배심원은 법정형에 무기 이상이 있으면 9인, 그 밖에는 7인입니다.
주요내용을 인정하면 5인도 가능합니다.
법원이 인원을 달리 정하려면 특별한 사정과 동의가 있어야 하고 그 폭도 7인과 9인 사이입니다. 예비배심원은 5인 이내로 둡니다. 참여재판을 원하는지는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정해야 하므로, 변호사와 함께 쟁점과 인원을 미리 맞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8조, 제9조, 제13조, 제14조, 제4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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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공소장에 적힌 죄의 법정형이 무기인데 다섯 명으로 재판받을 수 있나요?
제13조 제1항 단서는 법정형을 가리지 않고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인정한 때 법원이 5인으로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다만 법원의 재량이므로 인정 여부를 정하기 전에 다른 쟁점에 미치는 영향까지 따져 보셔야 합니다.
7일 안에 서면을 못 냈습니다. 참여재판은 끝난 건가요?
제8조 제3항에 따라 서면을 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구치소에 있는 경우 소장에게 제출한 때 법원에 낸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으므로 제출 일자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비배심원도 평결에 참여하나요?
예비배심원은 결원에 대비해 두는 사람이고 배심원에 관한 규정은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준용됩니다. 결원이 생겨 배심원 자리로 옮긴 경우에 평결에 참여하게 되므로 처음부터 같은 무게로 설득 대상으로 보셔야 합니다.
검사가 배심원 수를 9명으로 늘리자고 하면 따라야 하나요?
제13조 제2항은 특별한 사정과 함께 동의를 요건으로 정했습니다. 법원 결정 전에 의견을 낼 기회가 있으므로 인원 변경이 피고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변호인과 상의한 뒤 입장을 정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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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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