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이틀째 밤, 배심원 일곱 명이 무죄 평결을 냈다는 말이 법정에 전해졌습니다. 가족은 서로 끌어안았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재판장이 읽은 주문은 징역 1년 6개월이었습니다. 방청석이 술렁였고, 피고인은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배심원의 판단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다만 법은 그 판단을 뒤집을 때 반드시 밟아야 할 절차를 정해 두었고, 그 절차가 지켜졌는지가 다음 단계의 쟁점이 됩니다. 평결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판결이 달라질 때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살펴봅니다.
평결은 어떤 절차로 나오나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가 순서를 정합니다. 변론이 끝나면 재판장은 법정에서 배심원에게 공소사실의 요지와 적용 법조,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증거능력, 그 밖에 유의할 사항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 설명을 들은 뒤에야 배심원은 유무죄를 평의합니다.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대로 평결합니다. 과반수가 원하면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일치하지 않으면 절차가 하나 늘어납니다.
제46조 제3항은 의견이 갈릴 때 평결 전에 반드시 판사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그 뒤 다수결로 평결하게 했습니다. 판사는 의견을 말하더라도 평결 자체에는 참여하지 못합니다. 유죄 평결이 나오면 배심원은 판사와 함께 양형을 토의하고 의견을 냅니다.
평결이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말의 뜻은
제46조 제5항은 평결과 양형 의견이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고 적었습니다. 배심원이 무죄라고 해도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합니다. 우리 제도가 배심원의 판단을 권고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평결이 허공에 흩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 제6항은 평결 결과와 양형 의견을 집계한 서면을 소송기록에 편철하도록 했습니다. 기록에 남습니다. 그 말은 항소심이 그것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권고적 효력
배심원의 평결이 판결의 내용을 직접 정하지는 않지만,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참고해야 하고 그와 다른 결론을 낼 때는 이유를 밝혀야 하는 효력을 말합니다. 기속력은 없으나 설명 의무가 따라붙는 구조입니다.
평결과 다른 판결을 할 때 법원이 해야 할 일은
두 조문이 겹쳐서 작동합니다. 제48조 제4항은 재판장이 판결 선고 시 피고인에게 평결 결과를 고지해야 하고,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할 때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법정에서 말로 하는 설명입니다.
제49조 제2항은 서면 쪽입니다.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할 때는 판결서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합니다. 제1항에 따라 판결서에는 배심원이 참여했다는 취지도 적히고 배심원의 의견을 적을 수도 있습니다.
| 상황 | 법원의 의무 | 근거 |
|---|---|---|
| 모든 선고 | 평결 결과를 피고인에게 고지 | 제48조 제4항 |
| 평결과 다른 선고 | 법정에서 이유 설명 | 제48조 제4항 |
| 평결과 다른 선고 | 판결서에 이유 기재 | 제49조 제2항 |
| 모든 판결서 | 배심원 참여 취지 기재 | 제49조 제1항 |
무죄 평결 뒤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이 두 가지 이유가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선고는 언제 이루어지나
제48조 제1항은 판결 선고를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하도록 정했습니다. 그래서 국민참여재판은 대개 평결이 나온 그날 밤 선고까지 끝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따로 선고기일을 정할 수 있지만, 그 기일도 변론 종결 후 14일 이내여야 합니다.
당일 선고를 할 때는 판결서를 선고 뒤에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법정에서 들은 설명과 나중에 받아 본 판결서의 이유가 서로 맞는지도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둘이 다르다면 그 자체가 다툼거리입니다.
항소심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지나
평결 자체를 항소 이유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기속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평결과 판결의 어긋남을 둘러싼 절차와 이유가 쟁점이 됩니다.
- 제46조 제1항의 설명이 빠졌거나 부족했는지
- 의견 불일치 때 판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지켜졌는지
- 제48조 제4항의 법정 설명이 있었는지
- 제49조 제2항의 판결서 이유가 평결을 뒤집을 만큼 구체적인지
- 편철된 평결 집계 서면과 판결 이유가 모순되지 않는지
실무에서는 배심원 전원이 일치한 무죄 평결을 법원이 뒤집은 경우 항소심이 그 이유를 더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다만 그것은 조문이 보장하는 효력이 아니라 심리의 경향이므로, 항소이유서에는 위 다섯 가지 절차 위반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확인할 것
· 평결 결과가 몇 대 몇이었는지, 만장일치였는지
· 재판장이 선고 때 평결 결과를 고지하고 이유를 설명했는지
· 판결서에 평결과 다른 이유가 적혀 있는지, 법정 설명과 같은지
· 양형 토의에서 배심원이 낸 의견과 선고 형의 차이
· 공판조서에 설명과 평의 절차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반대 방향, 유죄 평결에 무죄 판결도 있나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조문은 방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배심원이 유죄로 평결했는데 법원이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에도 제48조와 제49조의 설명과 기재 의무가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때는 검사가 항소하면서 평결을 근거로 삼으려 하지만, 역시 기속력이 없으므로 평결 자체는 항소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피고인 쪽에서는 판결서의 무죄 이유가 증거 판단을 충분히 담고 있는지를 지키는 쪽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양형 의견이 판결과 다른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배심원이 집행유예 의견을 냈는데 실형이 선고되었다면 제46조 제5항에 따라 그것만으로 위법은 아니고, 양형부당을 항소 이유로 적으면서 배심원 의견을 양형 자료의 하나로 제시하는 방식이 됩니다.
정리
배심원의 평결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지만, 그와 다른 판결을 할 때 법원은 법정에서 이유를 설명하고 판결서에도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평결 결과는 소송기록에 편철되어 항소심이 읽습니다.
어긋남 자체가 아니라 그 이유가 쟁점입니다.
설명이 있었는지, 이유가 구체적인지, 평의 절차가 조문대로 진행되었는지가 항소의 축이 되므로, 선고 직후 공판조서와 판결서를 받아 변호사와 함께 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46조, 제47조, 제48조, 제4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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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배심원 전원이 무죄라고 했는데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제46조 제5항이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정했으므로 가능합니다. 다만 법원은 제48조 제4항에 따라 법정에서 이유를 설명하고 제49조 제2항에 따라 판결서에 이유를 적어야 하므로, 그 설명과 기재가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평결 결과를 피고인이 알 수 있습니까?
제48조 제4항은 재판장이 판결 선고 시 피고인에게 평결 결과를 고지하도록 정했습니다. 또한 평결 결과와 양형 의견을 집계한 서면이 소송기록에 편철되므로 기록 열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결서에 적힌 이유가 한 줄뿐이면 어떻게 합니까?
제49조 제2항은 이유를 기재하라고만 정했을 뿐 분량을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평결을 뒤집는 근거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라면 항소이유서에서 이유 기재의 부실을 절차 위반으로 지적하고, 편철된 평결 서면과 대조해 모순을 짚어야 합니다.
배심원의 양형 의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되면 다툴 수 있습니까?
양형 의견도 제46조 제5항에 따라 법원을 구속하지 않으므로 그 차이만으로 위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양형부당을 항소 이유로 적으면서 배심원의 의견과 그 분포를 양형 자료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다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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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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