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공사대금 2천만원을 3년째 못 받고 있습니다. 상대가 연락을 피하길래 사무실로 찾아가 제 몫이라고 생각한 장비 한 대를 실어 왔는데, 며칠 뒤 절도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받을 돈이 분명히 있는데도 죄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형법 제23조 자구행위의 문턱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정되는 폭이 매우 좁아 실무에서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드물고, 직접 받아 온 행동이 오히려 별개의 죄로 평가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제23조 제1항은 2020년 12월 8일 전문개정으로 문장이 다듬어졌습니다. 현재 문언은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는 청구권을 보전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요건이 세 겹입니다. ① 법이 마련해 둔 절차로는 권리를 지킬 수 없어야 하고 ②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 받아 내기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상황이어야 하며 ③ 택한 수단이 상당해야 합니다. 셋 중 하나만 빠져도 조문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 왜 실제로는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까
첫 번째 요건에서 대부분 걸립니다. 우리 법은 돈을 받기 위한 절차를 여러 겹으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76조와 제277조가 가압류를, 제300조가 가처분을 정해 두었고, 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재산을 묶어 둘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재산을 빼돌릴 낌새가 보이는 상황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가압류를 신청할 이유가 됩니다. 법원이 열려 있는데 스스로 집행에 나선 것으로 읽히면 첫 번째 요건이 무너집니다. 상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시간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직접 받아 오면 어떤 죄가 붙습니까
방식에 따라 갈립니다. ① 상대의 물건을 몰래 가져왔다면 제329조 절도로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따릅니다. ② 겁을 주어 돈을 받아 냈다면 제350조 공갈이 되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범위에서 처벌됩니다. ③ 문을 밀고 들어갔다면 제319조 제1항 주거침입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붙습니다. ④ 각서를 쓰게 했다면 제324조 제1항 강요가 되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받을 돈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정이 이 죄들의 성립 자체를 막아 주지는 않습니다.
■ 정도를 넘었다면 감경 여지는 있습니까
제23조 제2항이 과잉자구행위를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제1항의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실 대목은 할 수 있다는 표현입니다. 반드시 깎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의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게다가 이 조항은 제1항의 상황 자체는 인정되는데 수단이 지나쳤던 경우를 위한 것이라, 처음부터 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사안에는 닿지 않습니다. 참고로 제21조 정당방위는 사람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침해를 막는 국면을 다루므로 받을 돈을 회수하는 장면과는 겨냥하는 곳이 다릅니다.
■ 지금 어떤 순서로 움직이면 됩니까
정리해 드립니다. ① 차용증, 계좌이체 내역, 문자와 메신저 대화를 날짜순으로 모아 채권의 존재와 액수를 특정합니다. ② 상대의 부동산은 등기사항증명서로, 차량은 자동차등록원부로 확인하고 급여나 예금처럼 묶을 수 있는 재산을 목록으로 만듭니다. ③ 재산이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면 본안 소송보다 가압류를 먼저 신청합니다. ④ 소액사건이면 지급명령으로도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상대를 찾아가 물건을 가져오셨거나 각서를 받아 두신 상태라면, 그 행동 자체에 대한 방어가 먼저입니다. 받을 돈의 문제와 형사 사건은 별개로 진행되므로 두 갈래를 나누어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3조, 제21조, 제329조, 제350조, 제319조, 제324조 ·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277조, 제3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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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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