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 말다툼 끝에 휘두른 주먹 한 번에 상대의 눈 아래 뼈가 부러졌습니다. 골절 자체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는 소견이었고, 일주일 뒤 정형 수술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수술 도중 마취 관리에 문제가 생겨 환자가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유족은 때린 사람을 상해치사로 고소했고, 병원을 상대로도 따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주먹을 쓴 사람은 사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요. 형법 제17조의 인과관계 조문을 중심으로 이 물음이 어떻게 풀리는지 분석합니다.
형법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끊나
제17조는 한 문장입니다.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가 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읽으면 이렇습니다. 결과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그 결과에 대한 처벌이 따라오지 않고, 내 행위가 만든 위험이 그 결과로 이어졌다는 연결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연결이 끊겼다고 볼 기준입니다. 조문은 그 기준을 더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행위와 결과 사이에 끼어든 사정이 무엇이었고, 그것이 얼마나 이례적이었는지를 하나씩 따지게 됩니다.
개입 사정
처음 행위와 최종 결과 사이에 제3자의 행위나 피해자 자신의 행동, 자연적 사건이 끼어든 것을 말합니다. 의료진의 처치는 폭행 사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개입 사정입니다.
상해치사가 되려면 무엇이 더 있어야 하나
두 겹의 관문을 지나야 합니다.
첫째는 방금 본 제17조의 연결입니다. 둘째는 제15조 제2항으로, 사망 같은 무거운 결과를 미리 내다볼 수 없었다면 그 결과를 이유로 형을 올리지 못하게 합니다. 상해치사는 상해에 사망이라는 결과가 더해져 형이 무거워지는 대표적인 죄이므로 이 조항이 함께 작동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사망의 책임은 빠지고 상해의 책임만 남습니다. 법정형으로 보면 차이가 큽니다. 제259조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제257조 상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형까지 열려 있습니다.
의료진의 실수가 끼어들면 연결은 끊기나
곧바로 끊긴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처음의 상해가 치료를 필요하게 만들었고 치료 과정의 잘못이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었다면, 의료 과실이 끼어들었다는 사정만으로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친 사람이 병원에 가고 수술을 받는 흐름 자체가 상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로이기 때문입니다.
반대 방향의 사정도 있습니다. 상해가 생명과 무관한 가벼운 것이었고 사망이 전혀 다른 위험, 예컨대 수술 부위와 상관없는 마취 관리의 중대한 잘못에서 비롯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사망은 주먹이 만든 위험이 실현된 것이 아니라 병원 안에서 새로 생긴 위험이 실현된 것에 가까워집니다.
결국 사망을 부른 위험이 누구의 것이었느냐를 묻는 작업입니다.
어떤 사정이 결론을 가르나
기록에서 살펴야 할 지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상해의 정도: 그 자체로 생명에 위험이 있었는지, 정형 목적의 수술이었는지
- 수술의 필요성과 시점: 응급이었는지, 일정을 잡아 진행한 계획 수술이었는지
- 과오의 성격: 수술 부위와 관련된 처치였는지, 전혀 다른 영역의 잘못이었는지
- 과오의 정도: 통상 있을 수 있는 실수인지, 의료 수준을 크게 벗어난 잘못인지
- 사망 원인: 부검 감정서가 지목한 직접 사인이 무엇인지
회식 사례라면 정형 목적의 계획 수술이었다는 점, 사인이 골절이 아니라 마취 관리였다는 점이 연결을 끊는 쪽으로 무게를 싣는 사정입니다.
| 사정 | 연결이 유지되는 쪽 | 연결이 끊기는 쪽 |
|---|---|---|
| 상해의 위험성 | 그 자체로 생명 위험 | 생명과 무관한 부상 |
| 수술 | 상해 때문에 불가피한 응급 처치 | 선택의 여지가 있는 계획 수술 |
| 의료 과오 | 통상 예상 가능한 범위 | 이례적이고 중대한 잘못 |
| 직접 사인 | 상해 부위의 악화 | 상해와 무관한 별개 원인 |
연결이 끊기면 때린 사람과 의료진은 각각 어떻게 되나
때린 사람에게는 상해죄가 남습니다. 사망이라는 결과가 빠질 뿐 골절을 입힌 책임은 그대로입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는 이 상해에 대한 양형에서 다시 의미를 가집니다.
의료진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268조는 업무상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합니다. 과실 여부는 의료 감정을 거쳐 판단됩니다.
두 책임이 서로를 지워 주지는 않습니다.
연결이 유지된다고 판단되면 때린 사람의 상해치사와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사가 함께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한쪽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다른 쪽이 자동으로 면책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수사 단계에서 무엇을 확보해야 하나
인과관계는 의학적 사실 위에서 다투는 쟁점이라 자료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 응급실 첫 진료 기록과 영상 판독지로 상해의 정도를 고정합니다.
- 수술 동의서와 수술 기록으로 수술의 목적과 긴급성을 확인합니다.
- 마취 기록지와 간호 기록으로 사망 직전의 경과를 시간순으로 맞춥니다.
- 부검 감정서의 직접 사인과 선행 사인을 구분해 읽습니다.
- 필요하면 별도의 의료 감정을 신청해 과오의 성격을 판단받습니다.
의무기록은 병원이 보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사본은 이른 시기에 확보해 두십시오.
정리
형법 제17조는 행위가 만든 위험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 결과로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상해치사가 되려면 이 연결과 함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사정까지 갖춰야 합니다.
의료 과오가 끼었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상해가 수술을 불렀고 과오가 예상 범위 안이었다면 연결은 유지되기 쉽고, 상해와 무관한 이례적 잘못이 사망을 불렀다면 끊기는 쪽으로 기웁니다. 진료와 부검 기록을 일찍 확보해 변호사와 함께 사망 원인의 흐름부터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5조, 제17조, 제257조, 제259조, 제268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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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피해자가 수술 중 사망했는데 저는 상해치사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툴 수 있습니까?
형법 제17조는 행위가 만든 위험이 결과로 이어진 경우에만 그 결과로 처벌합니다. 사망 원인이 상해와 무관한 의료상 잘못이었다는 점이 기록으로 드러나면 상해죄로 범위가 좁아질 수 있으므로 진료·마취 기록부터 확보하십시오.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으면 제 책임은 자동으로 없어집니까?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과오가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였다면 폭행과 사망의 연결이 유지될 수 있고,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은 그와 별도로 판단됩니다.
인과관계가 부정되면 처벌을 전혀 받지 않습니까?
사망에 대한 책임만 빠지고 상해죄는 그대로 남습니다. 상해죄에는 벌금형까지 있어 피해 회복과 합의가 양형에 크게 작용하므로 그 부분도 함께 준비하셔야 합니다.
유족 입장에서 병원과 가해자를 모두 고소할 수 있습니까?
두 책임은 서로 별개이므로 각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망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두 사건의 결론이 서로 영향을 주므로 부검 감정서와 의료 감정 결과를 함께 검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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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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