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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2일조회 0

합의금 안 주면 직장으로 찾아가겠다는 말, 공갈일까

주차장에서 시비 끝에 멱살을 잡힌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상대는 사과 한마디 없이 연락을 피했고, 화가 난 피해자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합의금을 넣지 않으면 회사로 찾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틀 뒤 돌아온 답장은 공갈로 고소하겠다는 한 줄이었습니다. 받을 돈이 있는 사람이 그 돈을 달라고 했을 뿐인데 범죄가 될 수 있는지, 형법 제350조의 구조와 권리행사의 한계를 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공갈은 어떤 순서로 성립하나

사슬처럼 이어진 네 고리가 필요합니다. 상대에게 해악을 알려 겁을 주고, 상대가 그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 상태에서 재물을 건네거나 재산상 이익을 넘기고, 그 결과 내가 이익을 얻는 흐름입니다.

공갈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에게 겁을 주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입니다. 제3자가 이익을 얻게 한 경우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제350조 제2항).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단순한 협박죄보다 한참 무겁습니다. 돈이 오가는 순간 사건의 성격이 바뀝니다. 고리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면 기수가 아니라 미수나 다른 죄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받을 권리가 있는 돈이어도 공갈이 되나

여기가 이 사건의 중심입니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무엇이든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정했는데, 거꾸로 읽으면 권리 행사라도 사회 통념이 받아들이는 범위를 넘으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대체로 세 가지를 함께 봅니다. 요구한 금액이 실제 손해와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알린 해악이 그 권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수단이 상대의 의사를 얼마나 억눌렀는지입니다. 어느 하나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직장에 알리겠다는 말은 해악의 고지인가

될 수 있습니다. 해악은 신체에 대한 위협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직장에 사건이 알려지면 평판이 떨어지고 인사상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상대가 두려워한다면, 그 말은 겁을 주기에 충분한 해악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알리겠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을 알리는 일 자체는 적법할 수 있어도, 그것을 돈을 받아 내는 지렛대로 쓰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회사에 찾아가 여러 사람 앞에서 말했다면 제307조 명예훼손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말로 끝냈어도, 행동으로 옮겼어도 각기 다른 부담이 생기는 셈입니다. 상대가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는지는 이후의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해서, 급히 돈을 보냈는지 오히려 경찰에 신고했는지가 기록에 남습니다.

돈을 못 받았으면 죄가 아닌가

아닙니다. 제352조가 공갈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상대가 겁을 먹지 않아 돈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실행에 착수한 이상 미수 문제가 남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죄들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죄명무엇을 얻었나법정형처벌불원의 효과
협박 (제283조 제1항)재산과 무관하게 겁을 준 것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 제기 불가
강요 (제324조 제1항)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규정 없음
공갈 (제350조)재물이나 재산상 이익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규정 없음
특수공갈 (제350조의2)단체·다중의 위력이나 위험한 물건을 쓴 공갈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규정 없음

협박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공갈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상대와 화해해도 사건이 저절로 닫히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두십시오. 합의서를 쓰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대응을 짜야 합니다.

합의금은 어떻게 요구해야 안전한가

권리를 지키면서 선을 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1.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휴업 손해 자료로 금액의 근거를 먼저 만듭니다.
  2. 요구는 서면으로 하되 금액과 산정 근거를 함께 적습니다.
  3. 직장, 가족, 지인에게 알리겠다는 식의 표현은 넣지 않습니다.
  4. 기한을 정한다면 그 뒤에 할 일은 민사소송 같은 법적 절차로 적습니다.
  5. 감정이 앞설 때는 대리인을 통해 연락합니다.

같은 금액을 요구해도 문장 하나가 사건의 성격을 바꿉니다. 내용증명처럼 형식을 갖춘 문서라도 안에 담긴 위협이 정당해지지는 않습니다.

공갈로 고소당했다면 무엇을 준비하나

보낸 메시지 한 통만 떼어 보면 불리하게 읽힙니다. 그래서 대화 전체의 흐름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상대가 먼저 연락을 끊었는지, 그 전에 정상적인 요구를 몇 번 했는지가 수단의 상당성을 판단하는 맥락이 됩니다.

요구 금액의 근거도 함께 냅니다. 실제 손해와 동떨어진 액수였다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돈을 받았다면 반환이나 정산 여부가 양형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원래 폭행 사건의 진단서와 치료 기록은 공갈 사건에서도 요구 금액의 근거로 쓰입니다. 두 사건의 자료를 한 묶음으로 관리하고, 상대 고소장에 맞대응하기 전에 원래 사건의 고소부터 정리해 두십시오.

정리

받을 권리가 있는 돈이라도 직장에 알리겠다는 식으로 겁을 주어 받아 내면 공갈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돈을 못 받아도 미수입니다.

판단의 축은 금액과 손해의 관계, 해악과 권리의 관련성, 수단의 정도입니다. 협박죄와 달리 상대의 처벌불원으로 끝나지 않으므로, 요구를 보내기 전이든 고소를 당한 뒤든 변호사와 함께 문장과 자료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0조, 제283조, 제307조, 제324조, 제350조, 제350조의2, 제35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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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실제 치료비만큼만 요구했는데도 공갈이 되나요?

금액이 손해와 맞닿아 있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이지만 수단이 사회 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요구 문구에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표현이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되므로 메시지 원문을 그대로 보존해 두십시오.

상대가 돈을 보내지 않았는데 고소당했습니다.

공갈은 제352조에 따라 미수도 처벌하므로 돈을 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만 미수라면 형을 정할 때 감경 사유로 고려될 수 있으니 대화 전체의 맥락과 요구 금액의 근거를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공갈로 고소한 상대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협박죄와 달리 공갈죄에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합의는 양형 사정으로 반영되므로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한 경우도 같은가요?

알리겠다는 상대가 직장이든 언론이든 구조는 같습니다. 그 말이 상대에게 겁을 주는 해악으로 쓰였는지, 실제로 게시했다면 명예훼손 등 별도 문제가 생기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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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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