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면 아는 것을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업상 알게 된 남의 사정을 그 자리에서 털어놓아야 한다면 그 직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그런 자리를 위해 좁은 문 하나를 열어 두고, 그 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을 조문에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누가 여기에 들어가고 어떤 사실이 대상인지, 그리고 법정에서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증인에게 원래 주어지는 의무는 무엇인가
출발점은 거부권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누구든 재판에 필요하면 증인이 될 수 있고, 나와서 선서하고 아는 대로 말해야 합니다.
어기면 제재가 따릅니다. 제151조 제1항은 소환장을 송달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그 불출석으로 생긴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2항은 과태료 재판을 받고도 다시 나오지 않으면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나왔더라도 입을 다물면 또 다른 조문이 기다립니다. 제161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한 때에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니 문제는 거부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정당한 이유가 어디까지냐입니다.
증언거부권
증인의 지위는 그대로 둔 채 특정한 질문에 대한 답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출석 자체를 면해 주는 제도가 아니므로 법정에는 나가야 하고, 거부할 수 있는 범위도 조문이 정한 사항에 한정됩니다.
조문에 이름이 적힌 직업은 어디까지인가
제149조는 대상을 열거 방식으로 적었습니다. 목록에 없으면 이 조문으로는 거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 묶음 | 조문에 적힌 직역 |
|---|---|
| 법률·회계 |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서업자 |
| 의료 |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약종상, 조산사, 간호사 |
| 종교 | 종교의 직에 있는 자 |
| 퇴직자 | 위 직에 있던 자도 같게 봅니다 |
| 별도 조문 | 공무원은 제147조, 본인과 친족은 제148조 |
마지막 줄을 눈여겨보십시오. 그 직에 있던 사람까지 포함되므로 퇴직한 뒤에도 권리가 남습니다.
반대로 여기에 이름이 없는 직역은 이 조문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상담사, 회사의 내부 감사 담당자, 언론 종사자처럼 비밀을 다루는 일을 하더라도 제149조로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어떤 사실이어야 거부의 대상이 되나
이름만 목록에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문은 사실의 성격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문언은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입니다. 세 겹으로 읽으셔야 합니다. 업무와 관련이 있어야 하고, 위탁 관계를 통해 알게 된 것이어야 하며, 남의 비밀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의사라도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들은 이야기와 식당에서 우연히 본 장면은 취급이 다릅니다. 뒤쪽은 업무상 위탁과 이어지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의 비밀도 대상이 아닙니다. 이 조문이 지키는 것은 자신을 믿고 맡긴 사람의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단서에 붙은 두 개의 예외
제149조 단서는 두 경우를 뺍니다. 본인의 승낙이 있는 때와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때입니다.
앞쪽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비밀의 주인이 말해도 좋다고 하면 거부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승낙은 서면으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뒤쪽은 판단의 여지가 큽니다. 사건의 성격, 그 진술이 없으면 실체를 가릴 수 없는지, 다른 자료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견주어 정해집니다. 이 다툼이 벌어지면 증인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주의
거부권이 있다고 해서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석하지 않으면 제151조의 과태료와 감치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법정에 나간 뒤 해당하는 질문에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순서입니다.
본인과 가족이 걸리는 경우는 따로 있다
직업과 무관한 거부권도 있습니다. 제148조는 2020년 12월 8일 전문개정으로 문장이 정리되었습니다.
누구든지 자기나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 법정대리인과 후견감독인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혼한 뒤의 전 배우자처럼 지금은 친족이 아닌 경우도 포함하는 문언입니다. 범위가 제149조보다 넓습니다.
공무원에게는 제147조가 따로 적용됩니다. 직무에 관하여 알게 된 사실을 소속 공무소나 감독관공서가 직무상 비밀이라고 신고한 때에는 그 승낙 없이 증인으로 신문하지 못하고, 제2항은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빼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세 조문의 주인이 다릅니다.
법정에서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재판장이 먼저 움직입니다. 제160조는 증인이 제148조나 제149조에 해당하는 경우에 신문 전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하도록 정했습니다.
그다음은 증인의 몫입니다. 제150조가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고 적었기 때문입니다. 소명은 증명보다 낮은 정도이지만 아무 말 없이 침묵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 소환장을 받으면 기일과 사건번호, 신문을 신청한 쪽을 확인합니다
- 예상되는 질문 가운데 거부 대상이 되는 것을 미리 골라 둡니다
- 재판장의 고지가 없으면 신문 전에 거부권이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 질문마다 거부 의사와 그 근거 조문을 말하고 조서에 남깁니다
- 위탁관계를 보여 줄 자료를 준비해 소명에 씁니다
거부가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지 않으면 제161조의 과태료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근거를 구체적으로 대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압수 쪽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
증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112조는 같은 직역이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하거나 보관하는 물건으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압수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단서도 제149조와 짝을 이루어, 그 타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때에는 예외가 됩니다.
그래서 사무실이나 병원에 압수수색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어떤 자료가 위탁과 이어져 있는지를 현장에서 특정할 수 있어야 실효가 생깁니다.
평소에 자료를 분리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제149조는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을 직접 적어 두었고, 그 직에 있던 사람까지 포함합니다. 대상이 되는 사실은 업무상 위탁을 통해 알게 된 남의 비밀에 한정됩니다.
본인의 승낙과 중대한 공익상 필요, 두 가지가 단서로 빠져 있습니다.
자기나 친족의 형사책임이 걸린 경우는 제148조가,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은 제147조가 맡습니다. 법정에서는 제160조의 고지가 먼저이고 제150조의 소명이 뒤따릅니다.
출석 의무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소환장을 받으신 뒤에는 거부할 범위를 미리 정리하고 소명 자료를 챙겨 법정에 나가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49조, 제150조, 제160조, 제148조, 제147조, 제151조, 제161조, 제11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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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담을 맡았던 의뢰인의 사건에 증인으로 소환됐습니다. 나가지 않아도 됩니까?
출석은 하셔야 합니다. 제149조는 특정 질문에 대한 답을 거절할 권리를 줄 뿐이고, 불출석에는 제151조의 소송비용 부담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감치가 따로 적용됩니다.
퇴직한 뒤에 받은 소환이라도 거부권이 남아 있나요?
남아 있습니다. 제149조는 열거된 직에 있던 자도 같게 보고 있어, 재직 중 위탁을 받아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이라면 퇴직 여부와 관계없이 대상이 됩니다.
심리상담사인데 내담자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제149조의 목록에는 상담사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 조문만으로는 거부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 제148조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는지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거부하겠다고만 말하면 되나요?
제150조가 거부사유의 소명을 요구합니다. 어떤 위탁관계에서 알게 된 어떤 성격의 사실인지를 밝혀야 하며, 근거 없이 답을 피하면 제161조의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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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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