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며칠 뒤 우편물 한 통이 도착하는 일이 있습니다. 봉투를 열어 보면 짧은 서면 하나에 사건명과 날짜, 장소가 적혀 있습니다. 이 서면은 사무실에서 호의로 보내는 안내문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받는 사람과 적을 항목까지 정해 둔 법적 절차의 결과물입니다.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이 반드시 적혀야 하는지, 그리고 그 종이를 받은 쪽에서 곧바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차례대로 정리했습니다.
이 서면의 근거는 어디에 있나
중심 조문은 형사소송법 제87조입니다. 제1항이 받는 사람과 적을 내용을 정하고, 제2항이 방식과 시기를 정합니다.
조문은 두 문장뿐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다섯 가지 기재 항목이 들어 있어 실제로는 꽤 촘촘한 규정입니다.
바로 옆의 제88조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제87조가 밖에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절차라면, 제88조는 붙잡힌 본인에게 그 자리에서 알리는 절차입니다. 두 조문이 안과 밖을 나누어 맡고 있는 구조입니다.
구속의 통지
구속이 이루어진 사실과 그 내용을 정해진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알리는 절차입니다. 알리지 않아도 구속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지만, 방어권 행사의 출발점이 되는 서면이라 지체 여부가 절차의 적법성 다툼에서 다루어집니다.
통지서는 누구에게 가나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에게 보냅니다.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제30조 제2항에 규정한 사람 중에서 본인이 지정한 사람에게 보냅니다.
제30조 제2항이 가리키는 범위는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입니다. 이 사람들은 본인과 별도로 독립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서 통지의 상대로도 묶여 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지정은 본인이 합니다. 사실혼 관계이거나 오래 함께 지낸 지인이라도 조문의 목록 밖에 있으면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느끼실 때, 실제로는 다른 가족에게 갔거나 지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섞여 있습니다.
| 서면에 적히는 항목 | 확인해야 하는 이유 |
|---|---|
| 피고사건명 | 죄명으로 사건의 성격과 법정형의 폭을 가늠합니다 |
| 구속 일시 | 구속기간 계산의 기산점이 됩니다 |
| 구속 장소 | 접견 신청을 넣을 시설이 정해집니다 |
| 범죄사실의 요지 | 어떤 사실로 붙잡혔는지 윤곽을 잡습니다 |
| 구속의 이유 | 도망이나 증거인멸 중 무엇이 문제였는지 드러납니다 |
|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취지 | 선임권 고지가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하나
제87조 제1항이 여섯 가지를 늘어놓습니다. 피고사건명, 구속일시와 장소,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 그리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가운데 실무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것은 구속의 이유입니다. 어느 사유가 문제되어 영장이 나갔는지가 드러나면, 그에 맞추어 준비할 자료의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면 거주 관계 자료를, 증거인멸 염려가 문제였다면 관계자와의 접촉 차단을 보여 줄 자료를 모으게 됩니다.
범죄사실의 요지는 공소장처럼 자세하지 않아 이것만으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보내나
제87조 제2항이 두 가지를 못 박습니다. 지체없이 하여야 하고, 서면으로 하여야 합니다.
전화로 알려 주는 것으로 갈음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급한 연락을 먼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별개의 배려일 뿐이고 조문이 요구하는 절차는 서면입니다.
지체없이라는 표현에는 정해진 일수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사정이 허락하는 한 가장 빠른 시기를 뜻하는 것으로 읽히며, 우편으로 보내는 만큼 배달에 며칠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락이 끊긴 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무 서면이 오지 않았다면, 통지가 다른 가족에게 갔을 가능성을 먼저 살펴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붙잡힌 본인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듣나
제88조가 맡는 부분입니다. 피고인을 구속한 때에는 즉시 공소사실의 요지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87조와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제87조는 밖으로 나가는 서면이고 기한은 지체없이입니다. 제88조는 본인에게 그 자리에서 말로 하는 고지이고 기한은 즉시입니다. 내용도 다릅니다. 밖으로는 구속의 이유까지 나가지만, 본인에게는 공소사실의 요지와 선임권이 중심이 됩니다.
고지를 받으셨다면 그 시각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수사 단계의 구속과 체포에도 적용되나
적용됩니다. 다만 경로가 준용 규정을 거칩니다.
제209조는 제85조부터 제87조까지를 비롯한 여러 조문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어, 재판이 시작되기 전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집행된 경우에도 같은 통지가 나갑니다.
체포는 제200조의6이 맡습니다. 제87조를 포함한 조문들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준용하되, 구속은 체포로, 구속영장은 체포영장으로 바꾸어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들은 개정을 앞두고 있어 문구가 일부 바뀔 예정입니다. 준용의 얼개 자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확인할 것
· 서면에 적힌 구속 일시가 실제 집행 시각과 맞는지
· 구속의 이유란에 어떤 사유가 적혀 있는지
· 수용 시설 이름과 주소가 접견 신청할 곳과 일치하는지
· 본인이 지정한 사람과 실제 수령인이 같은지
· 봉투에 찍힌 발송 날짜와 구속 일시 사이의 간격
서면을 받은 쪽은 무엇부터 하나
움직이는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 서면에 적힌 수용 시설과 사건번호를 확인합니다
- 변호인 선임을 서두르되, 제30조 제2항의 가족은 본인 의사와 별도로 선임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합니다
- 접견 신청을 넣고 면회 가능한 시간대와 준비물을 시설에 문의합니다
- 구속의 이유에 맞추어 소명 자료를 모읍니다
- 구속적부심사나 보석 청구의 시점을 변호인과 정합니다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구속된 경우에는 제3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합니다. 피고인이 구속된 때가 그 목록의 첫 번째에 놓여 있습니다.
선임이 늦어질수록 기록 열람이 밀립니다.
정리
제87조 제1항은 변호인이 있으면 변호인에게, 없으면 제30조 제2항의 사람 중 본인이 지정한 사람에게 통지하도록 정합니다. 적을 항목은 피고사건명, 구속일시와 장소,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 변호인 선임권의 취지입니다.
제2항은 지체없이 서면으로 하도록 합니다.
제88조는 본인에게 즉시 공소사실의 요지와 선임권을 알리도록 하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수사 단계의 구속에는 제209조가, 체포에는 제200조의6이 이 규정을 준용합니다.
서면이 도착하면 구속의 이유부터 읽으십시오. 그 한 줄이 앞으로 모아야 할 자료의 방향을 정합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87조, 제88조, 제30조, 제33조, 제209조, 제200조의6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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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가족이 구속됐는데 저한테는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왜 그런가요?
제87조 제1항은 본인이 지정한 사람에게 보내도록 정하고 있어, 다른 가족이 지정되었거나 변호인이 이미 선임되어 그쪽으로 갔을 수 있습니다. 수용 시설이나 담당 수사기관에 사건번호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통지서를 전화로 받았는데 그것으로 절차가 끝난 건가요?
제87조 제2항은 서면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화 연락은 실무상의 배려일 뿐이므로, 서면이 따로 발송되었는지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혼 배우자인데 통지 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제30조 제2항이 정한 범위는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입니다. 이 목록에 들어가지 않으면 지정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목록 안의 가족을 통해 정보를 받으시는 방법을 먼저 찾게 됩니다.
경찰 단계에서 체포됐을 때도 같은 통지가 나가나요?
나갑니다. 제200조의6이 제87조를 체포에 준용하면서 구속을 체포로, 구속영장을 체포영장으로 바꾸어 읽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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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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