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기 사건이라도 액수가 어느 선을 넘는 순간 적용 법률이 바뀝니다.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앞으로 나오고, 그때부터는 형의 하한이 생겨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기준선은 두 개이며 조문에 숫자로 못 박혀 있습니다. 어떤 죄가 이 법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는지, 액수를 무엇으로 세는지, 판결이 끝난 뒤에는 무엇이 남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이 법률은 어떤 자리에 놓여 있나
형법의 재산범죄 조문에는 대부분 상한만 있습니다. 20년 이하, 10년 이하 같은 식입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그 위에 얹히는 조문입니다. 정해진 죄를 범했고 그로 인한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형법의 법정형 대신 이 조문이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상한이 아니라 하한입니다.
하한이 생기면 집행유예를 고려할 수 있는 구간이 좁아지고, 감경 사유를 찾는 작업이 사건 초반부터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액수를 다투는 일이 곧 형을 다투는 일이 됩니다.
이득액
제3조 제1항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이득액이라고 부릅니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과 반드시 같은 값은 아니며, 조문이 정한 것은 얻은 쪽의 크기입니다.
어떤 죄가 대상에 들어가나
조문은 형법의 조문 번호를 하나씩 적어 두었고, 여기 없는 죄에는 이 가중이 붙지 않습니다.
| 형법 조문 | 죄명 |
|---|---|
| 제347조 | 사기 |
| 제347조의2 | 컴퓨터등 사용사기 |
| 제350조, 제350조의2 | 공갈, 특수공갈 |
| 제351조 | 위 네 죄의 상습범만 해당합니다 |
| 제355조 | 횡령, 배임 |
| 제356조 |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
목록을 자세히 보시면 제351조에 괄호가 달려 있습니다. 상습범 전부가 아니라 사기, 컴퓨터등 사용사기, 공갈, 특수공갈의 상습범만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절도는 이 목록에 없습니다. 금액이 아무리 커도 제3조로 가지 않습니다.
배임수재나 부당이득처럼 재산범죄의 장에 함께 있는 죄들도 마찬가지로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 죄명이 무엇으로 정리되느냐가 이 법의 적용 여부를 가르는 첫 관문이 됩니다.
이득액은 어떻게 세나
세는 방법이 결론을 좌우합니다.
조문은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라고 적었고, 본인이 가진 경우뿐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명의를 나누어 두었다고 해서 액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여러 건이 묶인 사건에서는 합산의 범위가 쟁점이 됩니다. 각 건이 하나의 죄로 평가되는지 별개의 죄인지에 따라 5억이라는 선을 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담보가 설정되어 있거나 일부가 이미 반환된 사안이라면 그 부분을 어떻게 볼 것인지도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계산서 한 장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돈이 어떤 경로로 오갔는지를 시점별로 복원해야 답이 나오는 영역입니다.
5억과 50억, 두 칸으로 갈린다
제3조 제1항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적용되고, 그 안에서 다시 두 칸으로 나뉩니다.
-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 5억원에 미치지 않으면 형법의 해당 조문으로 돌아갑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벌금을 고를 여지가 있습니다.
제3조가 적용되면 그 여지가 사라집니다. 징역 하나만 남습니다. 거기에 3년 또는 5년이라는 하한이 붙습니다.
벌금이 함께 붙을 수 있다
제3조 제2항이 따로 있습니다.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징역 대신이 아니라 징역과 나란히 붙는 구조입니다. 이득액이 클수록 병과될 수 있는 벌금의 상한도 함께 커집니다.
한 가지 구분해 두실 것이 있습니다. 이 법률 제10조의 몰수와 추징 조항은 재산국외도피나 수재 관련 조문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제3조를 직접 가리키지 않습니다. 제3조 사건에서 재산을 거두어들이는 문제는 다른 절차로 다루어집니다.
판결이 끝난 뒤에 남는 제한
제14조가 별도의 효과를 정해 두었습니다. 형을 마친 뒤에도 효력이 이어지는 조항입니다.
제3조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금융회사등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하거나 출연한 기관, 그리고 그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 기간은 세 갈래입니다. 징역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 선고유예라면 그 유예기간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대통령령이 정한 관허업의 허가나 인가, 면허, 등록도 받을 수 없습니다.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가 인정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확인할 것
· 공소장에 적힌 이득액이 어떤 계산으로 나왔는지
· 여러 건이 하나로 묶여 있는지, 별개로 적혀 있는지
· 담보나 반환된 금액이 계산에서 빠져 있는지
· 제3자 명의로 간 부분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 취업 제한이 실제 직업에 영향을 주는 범위
수사 초기에 무엇을 다투나
첫 조사 전에 방향을 정해 두어야 합니다. 액수와 죄명, 두 축입니다.
액수 쪽에서는 계약서와 이체 내역, 회계 장부, 담보 설정 서류를 시점별로 정리해 계산의 근거를 하나씩 대조하다 보면 어디에서 숫자가 부풀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죄명 쪽에서는 목록 자체를 봅니다. 사안이 배임이 아니라 다른 죄로 평가된다면 제3조의 사정거리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 회복은 하한을 없애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양형에서는 비중이 큽니다. 일부라도 반환이 이루어진 시점과 금액을 기록으로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사기, 컴퓨터등 사용사기, 공갈, 특수공갈과 그 상습범,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에 적용됩니다.
절도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고 이득액 이하의 벌금이 함께 붙을 수 있습니다. 판결 뒤에는 제14조의 취업 제한과 허가 제한이 5년이나 2년, 또는 선고유예기간 동안 이어집니다.
결국 숫자를 어떻게 세느냐가 사건의 성격을 바꿉니다.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공소장이나 피의사실에 적힌 계산부터 뜯어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0조, 제14조 · 형법 제347조, 제347조의2, 제350조, 제350조의2, 제351조, 제355조, 제3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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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피해자가 입은 손해는 6억인데 제가 실제로 쓴 돈은 3억입니다. 어느 쪽으로 봅니까?
제3조는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기준으로 적고 있습니다. 손해액과 이득액이 갈리는 사안이라면 그 차이가 생긴 이유와 자금의 흐름을 자료로 정리해 다투게 됩니다.
여러 건을 합쳐서 5억이 넘었는데 그래도 특경법입니까?
각 건이 하나의 죄로 평가되어 합산되는지, 별개의 죄로 나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소장에 죄수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하고, 합산 범위 자체가 쟁점이 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취업 제한도 함께 사라지나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14조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 동안 제한이 이어지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징역형의 집행이 끝난 경우는 5년, 선고유예라면 그 유예기간이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4억 8천이면 형법으로 처리됩니까?
제3조는 5억원 이상일 때 적용되므로 그에 미치지 못하면 형법의 해당 조문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계산 방식에 따라 선을 넘나드는 사안이라면 그 기준 자체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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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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