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날을 이틀 앞두고 통장이 비어 버린 식당 주인이 있습니다. 은행은 거절했고, 소문을 들은 지인이 3천만 원을 당장 빌려주겠다며 조건을 내밉니다. 대신 가게 임대차보증금 1억 원을 돌려받을 권리를 자기에게 넘기라는 것입니다. 주인은 내일이 없다는 생각에 서명했고, 석 달 뒤 가게를 정리하며 보증금 전부가 지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지켜봅니다. 속인 사람도 협박한 사람도 없는데 형법은 이런 거래를 부당이득죄로 따로 처벌합니다. 어디서부터 범죄가 되는지 따져 봅니다.
속이지도 협박하지도 않았는데 왜 범죄인가
재산 범죄는 대개 피해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수단을 문제 삼습니다. 사기는 속임수를, 공갈은 겁을 주는 것을 문제 삼습니다. 부당이득죄는 수단이 아니라 상대가 놓인 처지를 봅니다.
조문은 사람의 곤궁하고 절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제3자가 이익을 얻게 한 경우도 똑같이 처벌합니다.
상대가 내용을 다 알고 동의했더라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 동의가 선택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면 자유로운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 조문의 출발점입니다. 앞머리 사례의 식당 주인도 조건을 이해하고 서명했지만, 그 서명이 자유로웠는지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 죄명 | 무엇을 문제 삼나 | 피해자의 인식 |
|---|---|---|
| 사기 | 속임수로 착오를 일으킴 | 속아서 잘못 알고 있음 |
| 공갈 | 겁을 주어 의사를 억누름 | 겁에 질려 응함 |
| 부당이득 | 곤궁하고 절박한 처지를 이용 | 내용을 알지만 다른 길이 없어 응함 |
곤궁하고 절박한 상태란 어느 정도를 말하나
단순히 돈이 부족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장 그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큰 손해를 피할 길이 없는 상태여야 이 요건에 가까워집니다.
경제적 사정에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가족의 수술비가 급한 경우, 사업장 압류가 코앞인 경우, 체류나 신분 문제로 공적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경우처럼 여러 모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판단은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하므로, 나중에 사정이 나아졌다고 해서 그때의 절박함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용했다는 요소도 필요합니다. 상대의 처지를 알면서 그것을 발판 삼아 조건을 밀어붙였다는 사정이 드러나야 합니다. 상대가 먼저 찾아와 조건을 제시했다는 사정은 이용을 다투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차이가 나야 현저하게 부당한가
조문은 숫자를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주고받은 것의 가치를 비교해 누가 봐도 균형이 크게 무너졌는지를 봅니다.
앞머리 사례라면 석 달 동안 3천만 원을 빌려주고 1억 원짜리 권리를 가져간 셈입니다. 차이는 7천만 원입니다. 여기서 원금과 통상의 이자를 빼고 남는 몫이 얼마인지, 담보로서 필요한 범위를 넘었는지가 계산의 대상이 됩니다.
금전을 빌려준 경우에는 참고할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이 정한 최고 이자율입니다. 그 선을 넘는 이자는 그 법들에 따라 따로 문제가 되고, 부당이득죄 판단에서도 거래가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로 쓰일 수 있습니다.
물건을 헐값에 사들인 경우도 같은 틀입니다. 급매로 내놓은 집이나 가게 설비를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에 가져갔다면, 그 차이와 매도인이 서둘러야 했던 이유가 함께 검토됩니다. 급매 자체가 흔한 일이라 값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처지를 알고 이용했다는 사정이 붙어야 합니다.
형은 어떻게 되고 무엇이 함께 붙나
기본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사기와 공갈의 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함께 매길 수 있습니다.
미수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같은 장의 미수범 조항이 사기와 공갈 등은 적으면서 부당이득죄는 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건을 제시했지만 상대가 끝내 응하지 않았다면 이 죄로 묻기는 어렵습니다.
이익을 제3자에게 돌린 경우도 빠져나갈 틈이 없습니다. 조문 제2항이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를 같은 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회사 명의로 권리를 받게 해도 결론은 같습니다.
친족 사이의 일이라면 친족 간 범행에 관한 규정이 이 장의 죄에 준용되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민사로는 무엇을 되돌릴 수 있나
형사 처벌과 별개로 거래 자체를 무너뜨릴 길이 있습니다. 민법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를 무효로 정합니다. 피해자에게는 처벌보다 이쪽이 더 실질적인 구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조문은 짝을 이룹니다. 형법이 폭리를 취한 사람을 벌한다면, 민법은 그 폭리의 근거가 된 계약을 없던 것으로 돌립니다. 무효가 되면 넘겨준 권리나 돈을 돌려받는 청구로 이어집니다. 형사 판결에서 부당이득이 인정되면 민사 법정에서도 궁박과 불균형을 설명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주의
형사 절차에서 유죄가 나와도 넘어간 권리가 저절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 권리가 다른 사람에게 다시 넘어가거나 현금으로 바뀌기 전에 민사상 보전 조치를 먼저 검토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무엇을 모아야 하나
피해를 입은 쪽이든 의심을 받는 쪽이든, 모아야 할 것은 거래 당시의 사정을 되살려 줄 자료로 사실상 같습니다.
- 거래 직전의 체납, 독촉, 압류 통지 등 절박함을 보여 주는 서류
- 조건을 누가 먼저 제시했는지 드러나는 메시지와 통화 기록
- 주고받은 재산의 당시 시세를 보여 주는 감정서나 시세 자료
- 다른 금융기관이나 지인에게 도움을 구했다가 거절된 기록
의심받는 쪽이라면 당시 조건이 위험에 비해 합리적이었다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돈을 떼일 위험이 컸다는 사정, 상대가 다른 선택지를 갖고 있었다는 사정이 그 자료입니다. 조건을 상대가 먼저 꺼냈다는 기록이 있다면 가장 먼저 챙기십시오.
어느 쪽이든 기억에 기대 진술하면 불리합니다. 자료 없이 말한 숫자는 상대 쪽 자료 한 장에 무너지기 쉬우니, 조사 전에 날짜별로 사실을 정리해 두십시오.
정리
부당이득죄는 속임수나 협박 없이도 상대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크게 기운 이익을 챙긴 사람을 처벌합니다. 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자격정지가 함께 붙을 수 있으며 미수는 벌하지 않습니다. 친족 사이라면 고소가 있어야 합니다.
핵심은 당시의 처지입니다.
민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 규정과 함께 쓰면 처벌과 원상회복을 동시에 노릴 수 있습니다. 거래 당시를 보여 주는 자료를 먼저 모으고, 형사와 민사 중 무엇을 먼저 움직일지 변호사와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28조, 제349조, 제352조, 제353조, 제354조 · 민법 제104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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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조건을 다 알고 동의했는데도 부당이득죄가 됩니까?
될 수 있습니다. 동의가 다른 선택지 없는 절박한 처지에서 나왔고 그 처지를 이용해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제시했는데 상대가 거절했다면 처벌됩니까?
부당이득죄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이 죄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넘겨준 권리를 되찾을 수 있습니까?
민법은 궁박 등으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를 무효로 정합니다. 무효가 인정되면 넘겨준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 급전을 빌리며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친족 간 범행 규정이 준용되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민사상 무효 주장은 이와 별도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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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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