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한 장으로 시작된 사건이 무죄로 끝나는 일이 있습니다. 불려 다닌 쪽은 변호사 비용과 시간을 썼는데 고소한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억울함이 남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그 자리에 조문을 하나 놓아 두었습니다. 제188조가 일정한 요건 아래 고소인이나 고발인에게 소송비용을 물릴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이 조문이 실제로 어떤 장면에서 움직이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조문은 어떤 장면을 겨냥하나
세 가지가 한꺼번에 맞아야 움직입니다.
제188조가 그리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신고로 열린 재판이 무죄나 면소로 닫히고, 그 신고가 고의였거나 중대한 과실에서 비롯되었다면, 법원이 재판에 든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신고한 사람 쪽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첫째로 검사의 인지가 아니라 고소나 고발로 시작된 사건이어야 합니다. 둘째로 결말이 무죄나 면소여야 합니다. 셋째로 고소한 쪽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조문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무죄는 제325조가 정합니다.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판결로써 선고합니다. 면소는 제326조가 확정판결이 있은 때, 사면이 있은 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 범죄 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를 들고 있습니다. 공소기각으로 끝난 사건이나 불기소로 종결된 사건은 문언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고소인등의 소송비용부담
고소나 고발로 시작된 형사사건이 무죄 또는 면소로 끝났을 때, 그 신고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면 재판에 든 비용을 신고한 사람에게 물릴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형사처벌이 아니라 비용의 귀속을 정하는 절차입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문턱
문턱이 낮지 않습니다.
고의는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 신고한 경우입니다. 중대한 과실은 조금만 확인했더라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는데 그 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를 가리킵니다. 단순히 오해했다거나 법을 잘못 알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여기에 닿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믿고 신고했는데 증거가 모자라 무죄가 난 경우는 대체로 이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증명 기준이 높다는 사정과 신고자의 주관은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인용 사례는 드문 편입니다.
누가 결정하고 어떻게 다투나
법원이 직권으로 정합니다. 신청이 있어야 판단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제192조가 그 절차를 맡습니다. 피고인 아닌 사람에게 비용을 지우려면 법원이 스스로 결정의 형식을 갖추어야 하고, 그 결정에는 즉시항고가 열려 있습니다. 재판까지 가지 않고 절차가 닫히는 경우에는 제193조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무죄를 받은 쪽이 할 수 있는 일은 신청이 아니라 자료 제출입니다. 고소인이 사실과 다름을 알면서 적었다는 점, 또는 최소한의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판 중에 드러내 두어야 합니다.
선고 뒤에 꺼내면 늦습니다.
이 조문이 왜 잘 보이지 않나
쓰일 자리가 좁기 때문입니다.
고소 사건 대부분은 기소까지 가지 않고 끝납니다. 기소가 되어도 상당수는 유죄로 마무리되고, 무죄가 나더라도 신고자의 주관까지 허위로 평가되는 경우는 다시 줄어듭니다. 세 개의 체를 차례로 통과해야 하는 구조라 남는 사건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신고자는 그 재판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법정에 나와 방어할 기회가 제한된 사람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정이므로 법원도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그래도 존재 이유는 분명합니다. 형사절차를 사적인 압박 수단으로 쓰는 일에 비용이라는 값을 매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무죄를 받은 쪽은 국가에서 무엇을 받나
별도의 통로가 있습니다.
제194조의2가 그 통로입니다. 무죄가 확정되면 국가가 재판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하도록 되어 있어, 상대가 고소인이 아니라 국가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네 가지 제외 사유가 붙어 있으니 본인 사안이 거기 걸리는지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절차와 기한은 제194조의3이 따로 정하고, 보상의 범위는 제194조의4가 맡습니다. 기한을 넘기면 통로 자체가 닫힙니다.
두 제도를 함께 놓고 판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쪽이 실익이 큰지가 사건마다 갈리기 때문입니다.
무고죄와는 어떻게 겹치나
겹치는 듯하지만 층이 다릅니다.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성립하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쪽은 형사처벌입니다.
제188조는 처벌이 아니라 비용의 정산입니다.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비용 부담은 가능하고, 반대로 무고로 별도 처벌을 받더라도 소송비용 결정은 그 사건 법원이 따로 판단합니다.
두 갈래를 섞어 생각하면 기대가 어긋납니다.
금액은 어떻게 정해지고 못 내면 어떻게 되나
결정문에 금액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액이 비어 있으면 집행 단계에서 검사가 산정합니다. 제194조가 그렇게 정해 두었습니다. 계산에 들어가는 범위는 법령이 정한 항목으로 한정되어 있어, 사선변호인에게 실제로 낸 보수가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납부가 어려운 경우에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제487조는 빈곤하여 완납할 수 없는 때에 재판이 확정된 후 10일 이내에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 부담 결정이 확정된 날짜를 확인합니다.
- 집행면제를 신청할 것인지 열흘 안에 정합니다.
- 검사가 산정한 금액의 내역을 받아 항목별로 검토합니다.
- 즉시항고 기간이 남아 있다면 결정 자체를 다툴지 판단합니다.
주의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고소인에게 비용이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하는 사항이므로, 고소 내용이 허위임을 알 수 있었던 정황을 변론 단계에서 기록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정리
제188조는 고소나 고발로 시작된 사건이 무죄나 면소로 끝나고 신고한 쪽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 비용을 돌려세우는 조문입니다. 법원의 직권 사항이고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문턱은 중대한 과실입니다.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났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문턱을 넘기 어렵습니다. 무죄가 확정되었다면 제194조의2의 비용보상을 함께 살피는 편이 실질적이고, 신고 자체가 허위였다면 형법 제156조의 검토가 별도로 따라옵니다. 어느 통로가 본인 사안에 맞는지를 변론이 끝나기 전에 변호사와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87조, 제188조, 제189조, 제192조, 제193조, 제194조, 제194조의2, 제194조의3, 제194조의4, 제325조, 제326조, 제487조 · 형법 제1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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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무죄를 받았는데 고소인에게 제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까?
제188조는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하는 구조라 당사자가 청구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대상이 되는 비용의 범위도 법령이 정한 항목에 한정되므로, 사선변호인 보수 전액을 돌려받는 구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났으면 고소인에게 과실이 있는 것 아닙니까?
증명이 부족했다는 사정과 신고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사정은 별개로 평가됩니다. 신고 당시 조금만 확인했더라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는 정황이 기록에 드러나야 하므로, 그 자료를 변론 중에 제출해 두셔야 합니다.
공소기각으로 끝난 사건도 이 조문이 적용됩니까?
제188조의 문언은 무죄 또는 면소의 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공소기각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그 사안이라면 무고죄 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 같은 다른 경로를 함께 검토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비용 부담 결정을 받았는데 낼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제487조가 빈곤하여 완납할 수 없는 경우에 재판 확정 후 10일 이내에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기간이 짧으니 결정문을 받은 즉시 확정일을 확인하시고 소득과 재산을 소명할 자료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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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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