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건드리지 않았고 복사본에만 손을 댔으니 문서를 위조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으면 한 번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다투어진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형법은 1995년 개정에서 이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조문 하나를 문서에 관한 죄 끝자락에 끼워 넣었습니다. 한 문장짜리 조문이 어디까지 적용되고 실무에서 어떤 장면을 만들어 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본은 문서인가라는 물음
문서에 관한 죄는 문서에 담긴 내용을 사람들이 믿고 거래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 전제에서 보면 원본만이 진짜라는 생각이 자연스럽습니다. 복사본은 원본을 옮겨 놓은 그림자일 뿐이니 그것을 고친다고 해서 원본의 신용이 곧바로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거래에서 실제로 오가는 것은 대부분 사본입니다. 등본과 사본, 팩스로 받은 서면을 그대로 믿고 계약을 맺고 돈을 보냅니다. 원본을 확인하는 절차가 따로 없는 국면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조문이 답한 방식
제237조의2입니다. 제목은 복사문서등으로 붙어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장의 죄에 있어서 전자복사기, 모사전송기 기타 이와 유사한 기기를 사용하여 복사한 문서 또는 도화의 사본도 문서 또는 도화로 본다는 문장입니다.
본다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사본이 문서와 비슷하다거나 문서에 준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장의 죄를 적용할 때는 문서 그 자체로 취급하라는 뜻입니다. 1995년 12월에 신설되었습니다.
복사문서
전자복사기나 모사전송기 같은 기기로 원본을 옮겨 만든 사본을 가리킵니다. 형법은 문서에 관한 죄를 적용할 때 이러한 사본을 문서와 같이 다루도록 정해 두었고, 따라서 사본을 대상으로 한 위조나 변조도 처벌 범위에 들어옵니다.
이 장의 죄라는 말의 범위
조문이 이 장이라고만 적었으니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형법 제2편 제20장 문서에 관한 죄는 제225조에서 시작해 제237조의2에서 끝납니다. 공문서와 사문서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 조문 | 죄명 | 법정형 |
|---|---|---|
| 제225조 | 공문서등의 위조ㆍ변조 | 10년 이하 징역 |
| 제227조 | 허위공문서작성등 |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
| 제229조 | 위조등 공문서의 행사 | 각 죄에 정한 형 |
| 제231조 | 사문서등의 위조ㆍ변조 |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 제234조 | 위조사문서등의 행사 | 각 죄에 정한 형 |
| 제236조 | 사문서의 부정행사 |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
표에 적힌 죄들이 모두 제237조의2의 적용을 받습니다.
사본을 대상으로 한 위조도 되고, 사본을 내밀면 행사도 됩니다. 사본이라는 이유로 빠져나갈 자리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기기에 관해서는 조문이 세 갈래로 적었습니다.
- 전자복사기 흔히 말하는 복사기입니다
- 모사전송기 팩스를 가리킵니다
- 기타 이와 유사한 기기 뒤에 나올 기술까지 담기 위한 표현입니다
세 번째 항목이 조문을 오래 살아남게 합니다. 1995년에는 스캐너와 복합기가 지금처럼 쓰이지 않았지만, 유사한 기기라는 문언이 그 뒤의 장비를 받아 낼 여지를 남겼습니다.
다만 무한정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원본을 기계적으로 옮겨 사본을 만들어 내는 기능이 있어야 이 문언에 닿습니다. 손으로 베껴 쓴 것은 여기에 들지 않고, 그 경우에는 새로 작성한 문서로 볼 것인지가 따로 문제 됩니다.
실제로 문제 되는 모습
사건 기록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은 세 가지입니다.
- 원본의 일부를 가리거나 덧붙인 뒤 복사해 새로운 사본을 만드는 경우
- 이미 만들어진 사본의 숫자나 날짜를 고쳐 다시 복사하는 경우
- 서로 다른 문서의 조각을 오려 붙인 뒤 복사해 하나의 서면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
세 번째가 가장 흔합니다.
도장이 찍힌 부분만 옮겨 붙이거나, 다른 계약서의 서명란을 가져다 붙인 뒤 복사하면 겉보기에 하나의 문서처럼 보입니다. 원본을 대조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고, 그래서 거래 상대방이 속는 일이 생깁니다.
행사죄와는 어떻게 이어지나
만드는 것과 쓰는 것은 별개의 죄입니다.
제234조는 제231조부터 제233조까지의 죄로 만들어진 문서를 행사한 자를 그 각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공문서 쪽은 제229조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사본을 문서로 보는 조문이 있으니, 위조된 사본을 제출하는 행위도 행사에 들어갑니다.
은행 창구에 사본을 내는 경우, 관공서에 첨부서류로 붙이는 경우, 상대방에게 팩스로 보내는 경우가 모두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에 첨부해 보내는 장면도 실무에서 같은 각도로 검토됩니다.
주의
원본은 그대로 두었으니 문제가 없다는 판단으로 사본을 손보면 조문에 그대로 걸립니다. 반대로 상대가 낸 사본이 의심스러울 때는 원본 제시를 요구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두십시오. 사본의 여백과 글자 굵기, 선의 어긋남이 감정의 단서가 되므로 받은 서면을 원형대로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미수와 부정행사까지
제235조는 제225조부터 제234조까지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위조를 시작했다가 완성하지 못한 경우도 처벌 범위에 남는다는 뜻입니다. 사본을 만들다가 중단한 사안에서도 같은 조문이 검토됩니다.
제236조는 결이 다릅니다.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부정행사한 경우로, 문서 자체는 진짜인데 쓸 자격이 없는 사람이 쓴 국면입니다.
남의 자격증 사본을 자기 것처럼 제출하는 장면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어느 조문이 맞는지는 문서를 손댔는지, 손대지 않고 쓰기만 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정리
제237조의2는 전자복사기와 모사전송기, 그와 유사한 기기로 복사한 사본을 문서에 관한 죄에서 문서로 보도록 정한 조문입니다.
적용 범위는 형법 제20장 전체입니다. 공문서와 사문서의 위조, 변조, 허위작성, 행사, 부정행사가 모두 들어가고 제235조의 미수범 처벌도 함께 따라옵니다.
사본이라는 사정은 방어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거래에서 사본을 받으실 때는 원본 대조를 남겨 두는 습관이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이미 문제가 생겼다면 받은 서면과 전송 기록을 그대로 보관한 채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25조, 제227조, 제229조, 제231조, 제234조, 제235조, 제236조, 제237조의2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부산 해운대 사무소 · 영남권/제주 중심, 서울·경기·충청·호남·강원 의뢰 대응
상담 신청하시면 담당자가 연락드려 상담료를 안내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원본은 손대지 않고 복사본만 고쳤는데도 위조가 됩니까?
형법 제237조의2가 복사기나 팩스 등으로 복사한 사본을 문서에 관한 죄에서 문서로 보도록 정하고 있어 사본을 대상으로 한 위조와 변조도 처벌 범위에 들어갑니다. 원본을 건드렸는지는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닙니다.
스캔해서 편집한 파일도 이 조문에 걸리나요?
조문은 전자복사기와 모사전송기 외에 기타 이와 유사한 기기라는 문언을 두고 있습니다. 기기를 사용해 원본을 복사한 결과물인지가 판단의 축이 되므로, 출력물의 형태와 제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위조된 사본인 줄 모르고 제출했습니다. 행사죄가 됩니까?
제229조와 제234조의 행사죄는 위조 사실을 알면서 사용한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어떤 경로로 그 서면을 받았는지,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남의 자격증 사본을 제 것처럼 냈습니다. 어떤 죄가 됩니까?
문서 자체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제236조의 사문서 부정행사가 먼저 검토됩니다. 이름이나 번호를 고쳐 복사했다면 제231조의 변조와 제234조의 행사 쪽으로 옮겨 갑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해운대 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대표 변호사 한병철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초안은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고, 담당 변호사가 검토·수정한 뒤 게시합니다.
형사 분야 전문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전문변호사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