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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24일조회 0

협박에 못 이겨 한 범행은 처벌되지 않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족을 해치겠다는 말을 듣고 통장을 넘기거나 돈을 옮겨 준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조사를 받게 되면 본인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수사기관은 그래도 스스로 한 일이라고 봅니다. 형법에는 이 다툼을 정면으로 다루는 조문이 하나 있습니다. 강요된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적은 제12조입니다. 다만 문장이 짧은 만큼 요건이 좁습니다. 어떤 경우에 이 조문이 열리고 어디서 막히는지를 따져 보겠습니다.

조문은 어떻게 적혀 있나

제12조의 문장은 이렇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결론이 무겁습니다. 형을 깎는 것이 아니라 처벌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요건이 인정되면 유죄가 아니라 무죄가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비난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적법하게 행동할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입니다.

요건은 몇 개로 나뉘나

세 갈래로 읽으면 정리가 됩니다.

요건내용흔한 탈락 사유
수단저항할 수 없는 폭력, 또는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도의 압박, 해고나 금전적 손해의 위협
대상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과 신체재산에 대한 위해, 친족이 아닌 사람에 대한 위해
인과그 폭력이나 협박 때문에 그 행위를 하게 되었을 것대가를 받기로 한 사정, 스스로 범위를 넓힌 행위

첫째 칸의 표현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됩니다. 조문은 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을, 협박에 방어할 방법이 없는을 각각 붙였습니다. 무섭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달리 벗어날 길이 없었다는 점까지 요구됩니다.

경찰에 신고할 시간이 있었는지,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는지가 이 대목에서 다투어집니다.

친족은 어디까지인가

조문이 보호하는 대상은 자기와 친족뿐입니다. 이 범위는 민법이 정합니다.

민법 제767조는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을 친족으로 하고, 제777조는 그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적었습니다.

연인이나 오랜 친구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동거인도 혼인이나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으면 마찬가지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를 두고 위해를 예고한 경우처럼 경계에 놓인 사안은 제12조가 아니라 다른 조문으로 접근하는 편이 실제로는 낫습니다.

기대가능성
그 상황에서 적법하게 행동하기를 요구할 수 있었는가를 묻는 개념입니다. 요구할 수 없었다고 보면 행위 자체는 위법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습니다. 제12조는 이 생각을 조문으로 옮겨 놓은 대표적인 규정으로 설명됩니다.

긴급피난과는 어떻게 갈리나

비슷해 보이지만 조문이 다릅니다. 제22조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를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벌하지 않습니다.

차이가 세 군데에서 납니다.

첫째, 보호 대상이 넓습니다. 제22조는 타인이라고만 적어 친족에 묶이지 않습니다. 둘째, 위난의 원인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람의 협박이 아니라 화재나 사고로 생긴 위험도 들어갑니다. 셋째, 제22조는 상당한 이유를 요구해 지키려는 이익과 침해하는 이익을 견주게 합니다.

그래서 친족이 아닌 사람을 위한 사안, 재산에 대한 위협이 섞인 사안은 제12조보다 제22조 쪽에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제22조는 이익 비교를 통과해야 하므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시킨 사람은 어떻게 되나

강요한 쪽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범으로 다루어집니다.

제34조 제1항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를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합니다. 제12조로 처벌받지 않는 사람을 도구처럼 쓴 경우가 여기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뒤에 숨은 사람이 오히려 앞에 서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2항은 한 단계 더 올립니다.

자기의 지휘나 감독을 받는 자를 교사한 때에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방조인 때에는 정범의 형으로 처벌합니다. 직장의 상하 관계를 이용한 사안이 대표적입니다.

강요 자체도 형법 제324조 제1항의 죄여서,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주의
제12조는 문턱이 높아 그대로 인정되는 사건이 많지 않습니다.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무죄가 아니라 유죄가 되고, 그때는 협박을 받은 사정이 양형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처음부터 이 조문 하나에 기대어 다른 방어 방법을 접어 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나

  1. 협박의 내용과 시각이 드러나는 통화 기록과 메시지를 원본 그대로 보관합니다
  2. 그 말을 들은 뒤 본인이 한 행동의 시간 순서를 분 단위로 적어 둡니다
  3. 신고하거나 도움을 청하려 한 흔적이 있으면 함께 모읍니다
  4. 위해가 예고된 사람이 민법상 친족에 해당하는지 가족관계증명서로 확인합니다
  5. 대가를 받았거나 스스로 범위를 넓힌 부분이 있는지 미리 정리해 둡니다
확인할 것
· 협박 문구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 위해 대상과 본인의 친족 관계
· 벗어날 수 있었던 시간과 수단
· 이익을 얻은 사실이 있는지
· 강요한 사람에 대한 고소 여부

정리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으로 강요된 행위를 벌하지 않습니다. 인정되면 감경이 아니라 무죄입니다.

대신 요건이 좁습니다.

위해의 대상은 자기와 민법상 친족의 생명과 신체로 한정되고, 벗어날 다른 길이 없었다는 점까지 드러나야 합니다. 요건 밖의 사안이라면 제22조의 긴급피난이나 양형 자료로 방향을 바꾸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강요한 사람은 제34조와 제324조로 따로 책임을 집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2조, 제22조, 제34조, 제324조 · 민법 제767조, 제77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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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돈을 갚지 않으면 회사에 알리겠다는 말을 듣고 서류를 위조했습니다. 제12조가 적용되나요?

어렵습니다. 제12조는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을 요구합니다. 명예나 재산에 대한 불이익을 예고한 것만으로는 조문의 대상에 들어가지 않고, 그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되는 데 그칩니다.

여자친구를 해치겠다는 협박을 받았습니다. 친족에 들어갑니까?

민법 제767조와 제777조가 정하는 친족은 배우자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입니다. 연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제12조로는 다투기 어렵고, 제22조의 긴급피난 요건에 맞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협박은 받았지만 그 대가로 돈도 받았습니다. 불리한가요?

인과관계 요건에서 문제가 됩니다.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설명과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금액과 수수 경위를 숨기기보다 먼저 정리해 두고 어느 부분이 협박에 따른 것인지 구분해 진술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저를 협박해 시킨 사람은 어떤 죄가 됩니까?

형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처벌되지 않는 사람을 이용해 결과를 발생시킨 자로 책임을 지고, 지휘나 감독을 받는 사람을 시킨 때에는 제2항으로 형이 가중됩니다. 강요 행위 자체도 제324조 제1항의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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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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