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며칠 앞두고 아랫논으로 내려오던 물이 뚝 끊겼습니다. 올라가 보니 윗논 주인이 자기 땅을 지나는 수로 입구를 흙포대와 비닐로 막아 두었습니다. 땅 경계 문제로 몇 해째 사이가 좋지 않던 터라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물은 제때 대지 못하면 한 해 농사가 걸린 문제라 당장 경찰을 불러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형법에는 이런 행위를 직접 겨냥한 수리방해죄가 있습니다. 어떤 요건에서 성립하고, 물을 막힌 쪽과 막은 쪽이 각각 무엇을 따져 봐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수리방해죄는 어떤 행위를 벌하나
둑을 무너뜨리거나 수문을 부수는 것이 조문에 적힌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여기에 그 밖의 방법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흙포대로 수로를 막거나 물길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리방해
둑을 무너뜨리거나 수문을 파괴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수리(水利), 즉 물을 끌어 쓰는 일을 방해하는 죄입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조문은 형법 안에서 물이 넘치게 해 재산을 침해하는 일수의 죄와 같은 장에 놓여 있습니다. 다만 같은 장의 일수죄와 달리 수리방해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막으려다 그만둔 경우는 이 죄로 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과가 필요합니다.
물을 쓸 권리가 있어야 보호받나
이 부분이 사건의 갈림길입니다.
수리방해죄가 보호하는 것은 누군가가 물을 끌어 쓰는 이익입니다. 판례는 방해받은 쪽의 물 이용이 법령이나 계약, 관습에 근거한 권리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무 근거 없이 남의 수로에서 물을 끌어오던 사람이라면 그 물길이 막혔다고 곧바로 이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수로가 언제부터 누구의 논에 물을 대 왔는지입니다. 수십 년 이어진 마을의 물길이라면 관습으로 뒷받침될 여지가 크고, 수로가 공공 관리 시설이라면 이용 관계가 문서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최근에 임시로 판 도랑이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민법은 물길을 어떻게 나누어 두었나
수리권의 근거를 찾을 때 민법의 상린관계 규정이 출발점이 됩니다. 형사 사건이라도 이 규정이 권리의 존부를 설명하는 데 쓰입니다.
| 민법 규정 | 내용 |
|---|---|
| 자연유수 | 높은 땅 소유자는 낮은 땅에 필요한 자연 유수를 자기의 정당한 사용 범위를 넘어 막지 못함 |
| 수류의 변경 | 맞은편 땅이 남의 것이면 수로나 수류의 폭을 바꾸지 못함, 다른 관습이 있으면 관습에 따름 |
| 용수권의 승계 | 농업이나 공업에 쓰는 수로를 넘겨받은 사람은 앞 소유자의 용수 관계를 이어받음 |
| 하류 용수권 보호 | 상류의 인수로 하류의 용수가 방해되면 방해 제거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 |
표에서 보듯 땅 주인이라고 수로를 마음대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땅을 새로 산 사람이라도 앞 주인 때부터 이어진 용수 관계를 떠안습니다. 매매 계약서에 수로 이야기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재물손괴나 일수죄와는 어떻게 겹치나
한 행위가 여러 조문에 걸치는 일이 많습니다.
- 수문이나 둑 같은 시설을 부쉈다면 재물손괴가 함께 검토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 막은 물이 넘쳐 이웃의 논이나 집, 창고를 잠기게 했다면 일수에 관한 죄가 문제 됩니다. 이쪽은 형이 훨씬 무겁고, 과실이었더라도 공공의 위험이 생겼다면 벌금형 대상이 됩니다.
- 배가 다니는 수로를 막아 통행을 끊었다면 일반교통방해가 거론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흙포대 몇 개로 시작한 일이 장마철과 겹치면 전혀 다른 무게의 사건이 됩니다. 막은 쪽이라면 날씨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비 예보가 있는 날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물이 끊긴 쪽은 무엇부터 해야 하나
물길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 막힌 상태를 보여 줄 자료가 사라지기 쉬우므로 기록이 먼저입니다.
- 막힌 지점과 물이 끊긴 논을 날짜가 나오게 사진과 영상으로 남깁니다.
- 그 수로로 언제부터 물을 대 왔는지 알 만한 이웃이나 이장의 말을 확보합니다.
- 공공 관리 수로라면 관리 기관에 알려 현장 확인을 요청합니다.
- 모내기 지연이나 작물 피해가 생기면 그 규모를 따로 정리합니다.
-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방해 제거나 손해배상을 검토합니다.
직접 흙포대를 치우러 올라가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상대 땅에 들어가 시설을 건드리다 보면 오히려 다툼이 커지고 새 분쟁의 빌미가 됩니다. 경찰이나 관리 기관이 현장을 확인한 뒤에 치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막은 쪽이라면 무엇을 따져 봐야 하나
막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수로에서 넘친 물이 내 땅을 계속 적셔 왔다거나, 상대가 합의 없이 새 물길을 낸 것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위가 있었다면 사진과 문자, 관리 기관에 넣은 민원 기록을 모아 두십시오. 막기 전에 어떤 해결을 시도했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주의
내 땅에 피해가 있더라도 스스로 수로를 막아 해결하려 하면 수리방해로 먼저 문제가 되기 쉽습니다. 피해 사실은 사진과 기록으로 남기고, 관리 기관이나 마을 차원의 협의, 민사 절차로 푸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미 막았다면 물길부터 되돌려 두십시오.
상대에게 물을 쓸 근거가 없었다는 사정은 다툴 수 있는 지점입니다. 다만 그 판단은 수로의 이력과 관습을 따져야 나오므로 혼자 결론 내리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예전 지적도나 항공사진, 마을 어른들의 기억이 수로가 언제 생겼는지를 밝히는 자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정리
수로를 막아 남이 물을 끌어 쓰지 못하게 하면 수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고,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죄입니다. 막힌 쪽의 물 이용이 법령이나 계약, 관습에 근거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물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물이 끊긴 쪽이라면 막힌 상태와 수로의 이력을 서둘러 기록해 두시고, 막은 쪽이라면 물길을 되돌린 뒤 피해 자료를 정리하십시오.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어떤 순서로 할지는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따져 보고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79조, 제181조, 제182조, 제184조, 제185조, 제366조 · 민법 제221조, 제229조, 제232조, 제233조, 제234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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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제 땅을 지나는 수로인데도 막으면 처벌받습니까?
땅 주인이라도 이웃이 법령이나 계약, 관습에 따라 물을 끌어 써 왔다면 그 수로를 막는 행위가 수리방해죄가 될 수 있습니다. 민법도 높은 땅 소유자가 낮은 땅에 필요한 자연 유수를 정당한 범위를 넘어 막지 못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흙포대를 쌓다가 이웃에게 들켜 그만두었으면 어떻게 됩니까?
수리방해죄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방해의 결과가 생기지 않았다면 이 죄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설을 부쉈다면 재물손괴가 따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수로가 막혀 모내기가 늦어졌는데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습니까?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방해 제거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연된 기간과 작물 피해 규모를 사진, 영농 기록, 이웃 진술 등으로 정리해 두면 청구 금액을 뒷받침하는 데 쓰입니다.
막은 물이 넘쳐 이웃 창고가 잠겼습니다. 더 무거워집니까?
물이 넘쳐 다른 사람의 건조물이나 재산을 침해했다면 일수에 관한 죄가 검토될 수 있고 수리방해보다 법정형이 무겁습니다. 과실이었더라도 공공의 위험이 생겼다면 벌금형 규정이 있으므로 즉시 물길을 되돌리고 피해 복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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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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