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붙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 안에서 장갑과 밧줄이 나왔고 대화 기록에 계획이 남아 있다면 수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마음먹은 단계나 준비한 단계를 벌하지 않지만, 무거운 죄 몇 가지에는 예외를 두었습니다. 강도가 그중 하나입니다. 어디까지가 처벌되지 않는 준비이고 어디부터 조문이 걸리는지, 그 경계를 조문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준비 단계를 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제28조가 그 원칙입니다. 음모나 예비에 그치고 아직 실행의 착수에 닿지 않았다면 따로 정한 조문이 없는 한 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마음속 결의와 바깥의 행위를 갈라 두려는 규정입니다.
생각만으로는 벌하지 않는다는 근대 형법의 기본 태도가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준비 행위는 아직 법익을 직접 위협하지 않았고, 이 단계까지 처벌 범위를 넓히면 수사기관의 판단에 사람의 자유가 지나치게 맡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외는 개별 조문으로만 열립니다.
강도에는 그 예외가 열려 있다
제343조 한 줄입니다. 강도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상한이 낮지 않습니다. 결과가 없는 단계인데도 자유형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강도의 기본형인 제333조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점과 견주어 보시면 준비 단계에 7년 이하를 매긴 무게가 짐작됩니다. 사람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재물을 빼앗으려는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낳기 때문입니다.
조문에 벌금형이 없다는 점도 함께 보십시오. 이 단계에서도 자유형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비와 음모
음모는 두 사람 이상이 범행을 맞추어 두는 단계이고, 예비는 그 실행을 위해 바깥으로 드러나는 채비를 갖추는 단계입니다. 제343조는 두 가지를 같은 형으로 묶었으므로 혼자 준비한 경우도 조문의 적용 범위에 들어옵니다.
강도할 목적이라는 요건
이 조문의 무게중심은 목적에 있습니다.
도구를 갖추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준비가 강도를 실행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같은 장갑과 공구라도 절도를 계획한 것이라면 이 조문에 걸리지 않습니다. 절도에는 예비와 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가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수사에서는 대화 기록과 이동 경로, 준비물의 성격을 근거로 목적을 추론하려 합니다. 흉기나 포박 도구가 포함되어 있으면 폭행과 협박을 예정했다는 쪽으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골랐다는 정황은 다른 방향의 자료가 됩니다.
목적을 다투는 일이 변론의 중심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디부터가 실행의 착수인가
예비와 미수를 가르는 선이 실행의 착수입니다.
제25조 제1항은 착수는 했는데 행위를 끝내지 못했거나 결과가 생기지 않은 경우를 미수로 봅니다. 착수가 인정되면 제342조가 강도 계열의 미수를 처벌하므로 강도미수가 되고, 그 전이라면 제343조의 예비에 머무릅니다.
죄명과 법정형이 통째로 달라지는 갈림길입니다.
강도의 착수 시점은 폭행이나 협박을 시작한 때로 봅니다. 다만 제334조 제1항처럼 야간주거침입이 요건에 들어 있는 유형에서는 침입 단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따로 문제됩니다. 현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면 아직 예비에 머무른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 단계 | 근거 조문 | 처리 |
|---|---|---|
| 결의에 그친 때 | 제28조 | 처벌하지 않음 |
| 합의하거나 준비한 때 | 제343조 | 7년 이하 징역 |
| 착수했으나 미완인 때 | 제25조, 제342조 | 미수, 형의 감경 가능 |
| 스스로 그만둔 때 | 제26조 | 형의 감경 또는 면제 |
| 실행을 마친 때 | 제333조 이하 | 각 조문의 법정형 |
그만두면 형이 줄어드나
여기서 강도 예비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제26조의 중지범은 착수 뒤에 스스로 멈춘 사람을 위한 규정입니다. 착수 전에 머무른 예비에는 그 문언이 곧바로 닿지 않고, 준비만 해 둔 사람이 마음을 바꾸었을 때를 어떻게 볼지는 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다른 죄와 견주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제175조는 방화의 예비와 음모에 관하여 실행에 이르기 전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단서를 두었고, 제213조도 통화 위조의 예비와 음모에 같은 단서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제343조에는 그런 단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강도 예비 사건에서 마음을 돌렸다는 사정은 법률상 감면 사유가 아니라 양형 자료로 주장하게 됩니다. 제52조의 자수 규정과 제53조의 정상 참작 감경이 실제로 쓰이는 통로입니다.
주의
준비물의 용도를 설명하려다 계획 전체를 진술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적이 증명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죄인데도 스스로 목적을 채워 주는 셈이 됩니다. 물건의 출처와 용도에 관한 질문에는 변호인과 정리한 뒤에 답하십시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
사건 기록을 보면 쟁점이 대체로 세 갈래로 모입니다.
- 준비 행위가 바깥으로 드러났는지, 아니면 대화에 그쳤는지
- 그 준비가 강도를 겨냥한 것인지 절도나 다른 목적이었는지
- 현장에서의 행동이 이미 착수에 이른 것인지
- 합의에 가담한 정도가 음모라 할 만한 실질을 갖추었는지
두 번째와 네 번째가 특히 자주 갈립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농담처럼 오간 말을 음모로 볼 수 있는지, 심부름으로 물건을 사다 준 사람이 예비에 가담한 것인지 같은 문제입니다. 제343조는 결과가 없는 단계를 벌하는 조문이므로 정황의 해석에 크게 기댑니다. 그만큼 초기 진술이 사건의 틀을 만듭니다.
정리
제28조는 예비와 음모를 원칙적으로 벌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제343조가 강도에 관하여 그 예외를 열어 7년 이하의 징역을 정합니다. 성립하려면 강도할 목적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착수가 있었다면 제25조와 제342조의 미수로 넘어갑니다.
방화나 통화 위조와 달리 이 조문에는 자수 감면 단서가 없어, 마음을 돌린 사정은 양형에서 다루어집니다. 사건의 방향은 결국 목적과 착수 시점 두 가지에서 갈립니다. 조사에 앞서 준비물의 경위와 당일의 동선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시고, 무엇을 어디까지 말할지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5조, 제26조, 제28조, 제52조, 제53조, 제333조, 제334조, 제342조, 제343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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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친구와 이야기만 나눴을 뿐인데 음모로 입건될 수 있습니까?
제343조는 강도할 목적의 음모를 처벌 대상으로 적고 있어 합의의 실질이 있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이 오갔는지,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가 단순한 대화와 음모를 가르는 자료로 쓰입니다.
공구와 장갑을 차에 두었다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강도를 겨냥한 준비였다는 목적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절도를 계획한 경우라면 절도에는 예비 처벌 규정이 없어 제343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비 단계에서 스스로 그만두었다면 형이 면제됩니까?
제26조의 중지범은 실행에 착수한 뒤를 전제로 하고, 제343조에는 방화의 제175조 같은 자수 감면 단서가 없습니다. 따라서 법률상 감면이 아니라 제52조의 자수나 정상 참작을 통한 양형 사유로 주장하게 됩니다.
예비와 미수는 형에서 얼마나 차이가 납니까?
예비는 제343조의 7년 이하 징역이고, 미수는 해당 강도 조문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제25조 제2항에 따라 감경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기본형이 3년 이상 유기징역인 제333조를 놓고 보면 착수 여부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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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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