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한데 엉켜 주먹이 오간 뒤 한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건이 있습니다. 조사가 시작되면 곧 난감한 질문이 나옵니다. 코뼈를 부러뜨린 주먹이 누구의 것이었느냐는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형법에는 이 막다른 지점을 정면으로 다루는 짧은 조문이 하나 있고, 그 조문이 만들어 내는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원칙이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그것이 뒤집히는지를 순서대로 짚었습니다.
원칙은 미수로 처벌하는 것이다
출발점은 형법 제19조입니다. 동시 또는 이시의 독립행위가 경합한 경우에 그 결과 발생의 원인이 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는 원칙이 조문으로 드러난 자리입니다.
독립행위라는 표현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서로 짜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각자 따로 한 행동이 우연히 겹친 경우를 가리킵니다.
여기까지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독립행위의 경합
의사 연락 없이 두 사람 이상이 각자 한 행위가 시간상 겹치거나 이어지면서 하나의 결과로 이어진 경우를 말합니다. 공모가 있었다면 애초에 이 조문이 아니라 공동정범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상해 결과에는 다른 규정이 붙는다
뒤집는 조문이 형법 제263조입니다. 제목이 동시범이고, 본문은 한 줄입니다.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19조와 결론이 정반대입니다. 미수가 아니라 공동정범의 예를 따르게 되므로, 누가 상해를 입혔는지 밝혀지지 않아도 관여한 사람 모두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적용 범위는 상해의 결과가 난 경우로 한정되고, 재물이 부서졌다거나 다른 성격의 결과가 난 사건은 제19조의 원칙으로 돌아갑니다.
| 상황 | 적용되는 조문 | 결론 |
|---|---|---|
| 미리 공모하고 함께 때림 | 제30조 |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
| 따로 때렸고 원인이 밝혀짐 | 각 행위별 판단 | 원인을 제공한 사람만 결과 책임을 집니다 |
| 따로 때렸고 원인 불명, 상해 결과 | 제263조 | 공동정범의 예를 따릅니다 |
| 따로 행위했고 원인 불명, 상해 아닌 결과 | 제19조 |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합니다 |
왜 상해만 따로 떼어 두었나
증명의 현실 때문입니다.
사람이 여럿 뒤엉킨 자리에서 특정한 타격과 특정한 상처를 일대일로 잇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진단서에 적힌 상처가 어느 순간 어느 손에 의해 생겼는지를 가려낼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제19조를 그대로 적용하면 관여자 전원이 결과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결과가 생깁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입법자가 상해 결과에 한해 증명의 부담을 옮겨 둔 것이 제263조입니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학계에서는 적용 범위를 좁게 보아야 한다는 논의가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는 말의 무게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제263조가 이 조문의 예를 따르도록 했으므로, 실제로 상해를 입힌 사람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이 같은 죄명으로 다루어집니다.
형의 폭을 보면 차이가 실감이 납니다. 제260조 제1항이 폭행에 매긴 상한은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이고, 구류와 과료도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제257조 제1항이 상해에 매긴 상한은 징역 7년과 벌금 1천만원이며 자격정지가 여기에 더해집니다.
자기 주먹이 원인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도 상해의 형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사건 초기에 방향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의
나는 한 대밖에 때리지 않았다는 진술만 되풀이하면 제263조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조문이 작동하는 전제는 원인이 판명되지 않았다는 사정이므로, 자신의 행위와 진단서에 적힌 상처가 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 주는 방향이 실익이 있습니다.
폭행치상에도 적용되나
조문만 놓고 보면 답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제263조의 문언은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상해죄에 적용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폭행을 하다 상해에 이른 경우까지 포함되는지는 해석의 문제로 남습니다.
제262조는 폭행이나 특수폭행에서 사망 또는 상해라는 결과가 나온 사건을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로 넘깁니다. 결과적 가중범의 구조입니다. 상해의 고의가 없었던 사람에게도 상해죄의 형이 적용되는 통로인 셈입니다.
이 지점은 학설과 재판례가 나뉘어 온 영역입니다. 사건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록을 본 변호인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수사와 재판에서 다투는 지점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애초에 독립행위였는지, 아니면 공모가 있었다고 평가되는지를 가립니다
- 원인이 정말 판명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특정할 자료가 있는지를 따집니다
- 진단서에 적힌 상처가 어느 유형의 타격으로 생기는지를 의학 자료로 검토합니다
- 현장 영상과 목격자 진술로 자신의 행위 시점과 위치를 특정합니다
- 결과가 상해에 해당하는 정도인지 자체를 다툽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핵심입니다. 원인이 밝혀지면 제263조는 작동할 자리를 잃고 각자의 행위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영상 확보가 늦어지면 이 길이 막힙니다.
정리
제19조는 독립행위가 경합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때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하도록 합니다. 원칙은 이쪽입니다.
제263조는 그 결과가 상해일 때만 예외를 두어 공동정범의 예를 따르게 합니다.
그 결과 제30조의 구조가 적용되어 관여자가 같은 죄명으로 다루어지고, 폭행과 상해 사이에는 2년 이하와 7년 이하라는 큰 간격이 놓여 있습니다. 폭행치상까지 미치는지는 해석이 갈리는 영역입니다.
다툴 지점은 결국 원인의 판명입니다. 현장 영상과 의무기록을 서둘러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63조, 제19조, 제30조, 제257조, 제260조, 제262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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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여러 명이 싸우다 한 사람이 다쳤는데 제가 때린 자리가 아닙니다. 빠질 수 있나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면 제263조가 적용되어 공동정범의 예를 따르게 됩니다. 자신의 행위와 진단서상 상처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영상이나 의무기록으로 특정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미리 짜고 한 것이 아닌데도 함께 책임을 지게 되나요?
제263조는 공모가 없는 독립행위를 전제로 하면서도 상해 결과에 한해 공동정범의 예를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의사 연락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폭행죄와 상해죄의 형이 얼마나 차이 납니까?
제260조 제1항의 폭행은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이 상한이고, 제257조 제1항의 상해는 징역 7년과 벌금 1천만원이 상한입니다. 자격정지가 붙는 쪽은 상해뿐입니다.
상해가 아닌 다른 피해가 난 경우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되나요?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263조는 상해의 결과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어, 그 밖의 결과는 제19조의 원칙에 따라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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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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