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넘어오지 않았으니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상대가 눈치를 채고 송금을 멈췄거나, 은행 창구에서 걸려 계좌가 막힌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형법은 재산이 실제로 옮겨지지 않은 단계에도 처벌 조문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사기와 공갈의 장 끝에 놓인 제352조입니다. 어디서부터 처벌 대상이 되고 형은 얼마나 달라지는지, 스스로 그만둔 경우는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차례로 짚었습니다.
미수는 아무 죄에나 붙지 않는다
출발점은 총칙에 있습니다. 제29조는 미수를 처벌할 죄를 각칙의 해당 죄에서 정한다고 적었습니다.
즉 개별 조문에 미수를 처벌한다는 규정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실행에 착수했더라도 결과가 나오지 않은 단계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사기와 공갈 쪽에는 그 규정이 있습니다.
제352조가 제347조 내지 제348조의2, 제350조, 제350조의2와 제351조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정했습니다. 사기, 컴퓨터등 사용사기, 준사기, 편의시설부정이용, 공갈, 특수공갈, 그리고 이들의 상습범까지 묶여 있습니다.
미수
제25조 제1항은 실행에 착수했으나 행위를 마치지 못했거나 결과가 생기지 않은 상태를 미수로 정합니다. 마음먹은 단계나 준비 단계와는 구분되며, 착수라는 선을 넘었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어디서부터 실행의 착수인가
사기에서 착수의 선은 기망행위가 시작되는 지점에 놓입니다.
거짓 내용을 담은 말이나 문서가 상대에게 도달해 판단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그 선을 넘은 것으로 봅니다. 통화를 걸어 거짓 설명을 시작한 시점, 위조한 서류를 제출한 시점이 여기 듭니다.
준비만 한 단계는 다릅니다.
명단을 모으거나 대본을 만들어 둔 것만으로는 착수로 보기 어렵습니다. 제28조가 음모나 예비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기 때문에, 이 구분이 처벌 여부 자체를 가릅니다. 공갈에서는 해악의 고지가 상대에게 전달된 시점이 기준이 됩니다.
기수와 미수는 무엇으로 갈리나
제347조의 문언이 기준을 알려 줍니다.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가 완성된 상태입니다.
그러니 상대가 속았더라도 재물이나 이익이 넘어가지 않았다면 미수에 머뭅니다. 반대로 송금이 이루어졌다면 그 뒤에 되돌려주었더라도 이미 완성된 뒤의 사정으로 다루어집니다.
경계에 걸린 장면이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데, 어느 쪽으로 정리되느냐에 따라 형의 출발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포통장에 돈이 들어왔지만 곧바로 지급정지가 걸린 경우, 보험금 청구서가 접수되었으나 심사에서 막힌 경우, 계약금만 받고 잔금이 끊긴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느 시점에 지배가 옮겨 갔는지를 자료로 따지게 됩니다.
형은 실제로 얼마나 낮아지나
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입니다.
그래서 미수라는 사실만으로 감경이 보장되지 않고, 법원이 사안 전체를 보고 정하게 됩니다.
감경하기로 정해졌을 때의 폭은 제55조 제1항이 숫자로 못 박아 두었습니다. 유기징역과 유기금고는 형기가 절반으로 내려가고, 벌금은 다액이 절반이 됩니다.
| 단계 | 근거 | 형의 처리 |
|---|---|---|
| 준비에 그침 | 제28조 | 특별 규정이 없으면 벌하지 않습니다 |
| 착수 후 실패 | 제25조 | 처벌하되 감경할 수 있습니다 |
| 스스로 중지 | 제26조 |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
| 처음부터 불가능 | 제27조 |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하되 감면할 수 있습니다 |
| 완성 | 제347조 | 2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
스스로 그만둔 경우는 다르게 본다
제26조가 따로 있습니다. 문장이 짧지만 효과가 큽니다.
착수한 행위를 스스로 중지하거나, 이미 시작된 일에서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자기 뜻으로 막은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한다입니다. 재량이 아니라 따라붙는 효과라는 점에서 제25조 제2항과 결이 다릅니다.
다만 자의라는 단어가 문턱입니다.
들킬 것 같아서 멈췄다면 스스로 그만둔 것으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의심하기 시작했다거나 계좌가 막혔다는 사정으로 중단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 사정 때문인지 마음이 바뀐 것인지를 가르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될 수 없었던 경우는 어떻게 되나
제27조가 불능범을 다룹니다. 이름과 달리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처벌의 근거를 적어 둔 조문에 가깝습니다.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하고, 다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구조입니다.
이미 폐업한 회사를 상대로 대금을 청구한 경우, 지급 능력이 없는 상대를 속인 경우처럼 애초에 이익이 넘어올 수 없었던 사안이 여기서 다투어집니다. 결과가 불가능했다는 점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행위가 위험을 만들어 냈는지를 함께 봅니다.
주의
돈이 들어오지 않았으니 조사가 형식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보시면 안 됩니다. 미수 단계에서는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내역이 사실상 유일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기록을 지우는 행위가 오히려 불리한 사정으로 읽힙니다.
수사와 재판에서 다투는 자리
쟁점은 대체로 세 곳에 몰립니다.
- 기망행위가 실제로 상대에게 도달했는지, 준비 단계에 머물렀는지
- 재물이나 이익의 지배가 언제 옮겨 갔는지
- 중단의 이유가 외부 사정이었는지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지
- 상습이나 특별법 가중이 함께 걸려 있는지
세 번째 항목은 기록으로 증명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멈춘 시점의 연락, 상대에게 보낸 취소 통지, 관계자에게 알린 내용처럼 그 순간에 남은 흔적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도 순서가 뒤바뀌면 설명이 흔들립니다.
정리
제29조에 따라 미수는 각칙에 규정이 있어야 처벌되고, 사기와 공갈의 장에서는 제352조가 그 역할을 합니다.
착수의 선은 기망이 상대에게 닿는 지점입니다.
재물이나 이익이 넘어가지 않았다면 미수에 머물고, 제25조 제2항에 따라 형은 감경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그만둔 경우에는 제26조가 감경이나 면제를 정하고,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경우에는 제27조가 위험성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감경의 폭은 제55조가 형기의 2분의 1로 정해 두었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중단된 이유와 그 시점부터 기록으로 붙잡아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52조, 제347조, 제348조, 제348조의2, 제350조, 제350조의2, 제351조, 제25조, 제26조, 제27조, 제28조, 제29조, 제5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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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왜 입건됩니까?
제352조가 사기와 공갈의 미수범을 처벌 대상으로 적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제25조 제1항은 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미수로 보므로, 기망행위가 상대에게 닿은 시점이 확인되면 결과와 무관하게 사건이 성립합니다.
중간에 마음을 바꿔 그만뒀습니다. 감경받을 수 있습니까?
제26조가 적용되는지가 관건입니다. 자의로 중지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되어 있지만, 발각될 것 같아서 멈춘 경우는 자의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멈춘 시점에 남은 연락과 통지 기록이 자료가 됩니다.
미수면 형이 무조건 절반이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25조 제2항은 감경할 수 있다고만 정해 법원의 판단에 맡겨 두었습니다. 감경하기로 정해지면 제55조 제1항에 따라 형기와 벌금의 다액이 각각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상대가 애초에 돈이 없는 사람이었는데도 죄가 됩니까?
제27조가 그 국면을 다룹니다.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결과가 불가능했더라도 위험성이 인정되면 처벌하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위험성이 있었는지를 사안별로 따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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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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