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죄를 짓고 그곳에서 복역을 마친 사람이 귀국하면 다시 수사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같은 일로 두 번 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오지만, 외국 법원의 판결은 우리 법원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형법은 이미 치른 몫을 국내 형에서 빼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형법 제7조입니다. 이 조문은 2016년에 문장이 통째로 바뀌었고, 그 전후로 법원의 재량이 사라졌습니다. 왜 다시 재판을 받는지, 무엇이 얼마나 빠지는지, 무엇으로 증명하는지를 차례로 짚었습니다.
왜 같은 죄로 국내에서 다시 재판을 받나
출발점은 형법 제3조입니다. 이 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된다고 적었습니다. 국적을 기준으로 형벌권이 따라가는 구조이므로, 외국에서 저지른 행위도 우리 형법의 죄가 됩니다.
그렇다면 외국 판결로 끝난 일을 다시 다룰 수 있는가가 문제됩니다. 우리 헌법이 금지하는 이중처벌은 우리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외국 법원의 판결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이해입니다.
그래서 다시 기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곧 벌을 두 번 다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번째 판결에서 첫 번째 집행분을 어떻게 다룰지를 정한 조문이 따로 있고, 그것이 제7조입니다.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하여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는 제도입니다. 외국 판결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치른 고통을 형기에서 공제하는 방식입니다.
조문은 법원에 무엇을 명령하나
현행 제7조의 술어는 산입한다입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닙니다.
이 차이가 조문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법원은 외국에서 집행된 형이 확인되면 그것을 반영할지 말지를 고를 수 없고, 반드시 선고형에서 빼야 합니다. 빼는 방식은 형의 전부 또는 일부라고 되어 있어, 외국에서 3년을 복역했다면 그 3년이 국내 선고형에서 그대로 공제됩니다.
주의할 것은 산입의 대상이 집행된 형이라는 점입니다. 외국 법원이 선고만 하고 집행하지 않은 부분, 이를테면 집행유예로 풀려난 기간은 집행된 형이 아니므로 이 조문의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자유를 잃은 기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6년에 무엇이 바뀌었나
조문 끝에 붙은 개정 이력이 사정을 말해 줍니다. 2015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6년 12월 20일 법률 제14415호로 전문이 개정되었습니다. 개정 전의 제7조는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었습니다. 반영할지 말지, 얼마나 반영할지가 법원의 재량이었기 때문에 같은 사정인데도 판결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 구분 | 개정 전 | 현행 |
|---|---|---|
| 술어 |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 산입한다 |
| 법원의 재량 | 있음 | 없음 |
| 반영 방식 | 형의 감경이나 면제 | 집행된 형기의 공제 |
| 근거 | 구 형법 제7조 | 2016. 12. 20. 개정 제7조 |
헌법재판소가 문제 삼은 것은 바로 그 재량이었습니다. 외국에서 실제로 신체의 자유를 잃었는데 그 기간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는 구조는 지나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입법자는 재량을 없애는 쪽으로 답했습니다.
어떤 기간이 산입되고 어떤 기간은 빠지나
조문이 형의 집행이라고만 적었기 때문에 경계에 놓이는 기간이 생깁니다.
외국에서 판결을 기다리며 갇혀 있던 미결구금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간은 형이 선고되기 전의 구금이므로 집행된 형이 아닙니다. 국내 절차에서라면 제57조가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를 전부 형에 산입하도록 하지만, 그 조문은 우리 절차 안의 구금을 전제로 합니다. 외국의 미결구금은 제7조에도 제57조에도 정면으로 들어맞지 않아, 실무는 이를 양형에서 고려하는 사정으로 다루는 편입니다.
벌금도 문제됩니다. 외국에서 벌금을 냈는데 국내에서 징역이 선고되는 경우처럼 형의 종류가 다르면 어떻게 공제할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조문이 산입이라는 말을 썼을 뿐 환산 기준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경우 변호인이 구체적인 환산 방식을 제안해야 합니다.
가석방으로 풀려났다면 실제로 복역한 날수만이 집행된 형입니다.
주의
외국 판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수사가 자동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할 때 외국의 처벌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의무는 아닙니다. 산입은 기소된 뒤 판결 단계에서 작동하는 조문이므로, 수사 단계에서는 별도로 불기소 사유를 설명하는 서면이 필요합니다.
무엇으로 증명하나
산입은 법원이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기록에 나타난 집행 사실을 근거로 이루어집니다. 그 기록을 만드는 것은 피고인 쪽의 일입니다.
- 외국 법원의 판결문 원본과 번역문을 확보합니다
- 교정기관이 발급한 수용 및 출소 확인서로 실제 복역 기간을 특정합니다
- 번역문에는 번역자의 확인이나 공증을 붙입니다
- 출입국 기록으로 외국 체류 기간과 복역 기간이 맞물리는지 대조합니다
- 가석방이나 사면으로 조기 출소했다면 그 문서도 따로 냅니다
영사관을 통해 발급받는 자료는 시간이 걸리므로, 기소 전에 준비를 시작하셔야 첫 공판에 맞출 수 있습니다.
다른 조문과는 어떻게 맞물리나
제7조는 총칙 조문이고, 제8조가 총칙을 다른 법령의 죄에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마약류나 관세 같은 특별법 위반으로 외국에서 복역한 경우에도 같은 산입이 이루어집니다.
공소시효와의 관계도 짚어 둘 만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 동안 공소시효를 정지시킵니다. 외국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기간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체류인지는 사안에 따라 다투어질 수 있고, 시효가 완성되었다면 산입을 논할 필요 자체가 없어집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 먼저 국내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지를 봅니다
- 다음으로 기소 단계에서 외국 처벌을 설명합니다
- 기소되면 집행 자료를 내어 제7조의 산입을 구합니다
정리
외국에서 형을 받았어도 형법 제3조 때문에 국내에서 다시 재판받을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제7조는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 선고형에 산입하도록 명령하고, 2016년 개정 뒤로 법원에 재량이 없습니다.
산입되는 것은 집행된 형이며, 미결구금과 벌금, 가석방 기간은 경계에 있습니다.
법원은 기록에 있는 것만 반영합니다. 판결문과 복역 확인서를 미리 확보해 두시고, 기소 전이라면 외국 처벌 사실을 설명하는 서면부터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7조, 제3조, 제8조, 제57조 · 형사소송법 제25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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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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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외국에서 형을 다 살고 왔는데 또 처벌받는 게 맞습니까?
형법 제3조가 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도 우리 형법을 적용하므로 다시 기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7조에 따라 외국에서 집행된 형은 국내 선고형에 반드시 산입되므로, 실제로 두 번 다 복역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산입을 안 해 줄 수도 있나요?
현행 제7조는 산입한다고 적혀 있어 법원에 재량이 없습니다. 2016년 개정 전에는 감경이나 면제를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었지만 헌법불합치 결정 뒤 바뀌었습니다. 다만 집행 사실이 기록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외국에서 재판 전에 갇혀 있던 기간도 빼 주나요?
미결구금은 집행된 형이 아니어서 제7조의 문언에 바로 들어맞지 않습니다. 실무는 이를 양형 사정으로 고려하는 편이므로, 그 기간을 증명하는 자료를 내고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따로 주장하셔야 합니다.
외국 판결문을 어디서 받아야 합니까?
해당 국가의 법원과 교정기관에서 발급받고, 재외공관을 통해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번역문에 공증을 붙이고 출입국 기록과 대조해 복역 기간을 특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일찍 시작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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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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