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를 받아도 소문은 남습니다. 기소되었다는 사실만 기억하는 사람들 앞에서 판결문을 꺼내 보이기는 어렵고, 직장과 동네에서는 이미 다른 이야기가 굳어져 있기도 합니다. 판결과 평판이 따로 노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형법 제58조와 형사소송법 제440조는 이 간극을 메우려고 만들어진 조문입니다. 다만 두 조문은 대상도 방식도 다르고, 본인의 의사를 묻는 방식까지 갈립니다. 어떤 구조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공시는 무엇을 하는 제도인가
판결의 내용을 재판 밖으로 내보내는 절차입니다.
형사판결은 법정에서 선고되고 기록으로 남지만, 그 사실이 저절로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습니다. 명예가 훼손된 상태를 그대로 두면 판결이 있어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손해배상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형법은 판결의 취지를 공개하도록 선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공시의 취지를 선고하는 것과 실제 공고가 이루어지는 것은 단계가 다릅니다.
법원은 선고하고, 집행은 그 뒤에 따라옵니다. 두 단계를 묶어 생각하면 절차가 흐려집니다.
조문은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제58조 안에 서로 다른 세 개의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 조항 | 어떤 판결에서 | 선고 여부 |
|---|---|---|
| 제1항 | 피해자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때 | 피해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선고할 수 있음 |
| 제2항 | 무죄의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 선고하여야 함 (동의 없으면 제외) |
| 제3항 | 면소의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 선고할 수 있음 |
제1항은 유죄판결을 전제로 피해자를 위해 움직이고 비용을 피고인이 부담합니다. 제2항과 제3항은 방향이 반대로, 재판을 받은 사람 자신의 회복을 향합니다.
같은 조문 안에서 시선이 정반대로 놓여 있는 셈입니다. 제1항은 청구가 있어야 움직이고 제2항은 청구 없이도 움직인다는 점도 다릅니다.
무죄인데 왜 동의를 묻나
알려지는 것이 늘 이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2항 본문은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 무죄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단서가 곧바로 따라붙습니다.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거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사건 자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공시가 이루어지면 무죄라는 결론과 함께 기소되었다는 사실까지 새로 알려집니다. 성범죄로 몰렸다가 무죄를 받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문이 선택권을 본인에게 넘겼습니다.
무죄판결공시의 취지
무죄판결을 선고하면서 그 판결을 공시한다는 뜻을 함께 선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판결 주문에 담기며, 실제 공고는 이후 집행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란 무엇인가
조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와 나란히 적어 둔 사정입니다.
피고인이 사망해 재판이 진행된 뒤 무죄가 선고되는 국면이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의사를 확인할 길이 없는 국면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의사를 묻지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공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공시가 본인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조문이 놓치지 않은 셈입니다.
실무에서는 선고 전에 재판부가 의사를 확인합니다. 그러니 변론 단계에서 생각을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가족과 직장에 미칠 영향까지 한 번에 따져 두셔야 합니다.
선고가 끝난 뒤에 마음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재심 무죄는 왜 다른 조문이 맡나
회복해야 할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40조는 재심에서 무죄의 선고를 한 때에 그 판결을 관보와 그 법원소재지의 신문지에 기재하여 공고하여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공고할 매체를 조문이 직접 지정했다는 점이 제58조와 다릅니다.
재심은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형까지 집행된 뒤에 열리는 절차입니다. 몇십 년이 지난 뒤에 결론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 쌓인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공고의 방식을 더 구체적으로 적어 둔 것입니다.
여기서도 본인의 의사가 우선합니다. 다만 그 의사를 밝힐 사람이 누구인지를 조문이 나누어 적었습니다.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재심을 누가 청구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제440조 단서는 두 갈래를 두었습니다. 제424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재심을 청구한 때에는 재심에서 무죄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제424조 제4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청구한 때에는 재심을 청구한 그 사람이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제424조가 정한 재심청구권자는 넷입니다.
- 검사
-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
-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의 법정대리인
-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의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
제4호는 본인이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청구한 유족 쪽에 그 권한을 준 것입니다. 나머지 세 경우에는 무죄 선고를 받은 당사자가 직접 정합니다.
공시를 택할지 어떻게 정하나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사건이 이미 알려진 정도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보도가 나갔거나 직장과 거래처에 소문이 퍼진 경우라면 공시가 회복의 수단이 됩니다. 반대로 조용히 진행된 사건이라면 공시가 오히려 정보를 확산시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에 따른 비용보상도 함께 검토됩니다. 공시가 평판을 겨냥한다면 비용보상은 실제로 나간 돈을 겨냥합니다.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나란히 놓고 판단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확인할 것
·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경로와 범위
· 공시로 회복하려는 관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 가족이나 미성년 자녀에게 미칠 영향
· 재심 사건이라면 청구인이 누구인지
· 무죄가 일부에 그치는지 전부인지
정리
제58조 제2항은 무죄판결에 공시를 원칙으로 붙여 두고,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붙이지 않습니다. 제1항은 유죄판결에서 피해자의 청구로 움직이며 비용을 피고인이 집니다. 방향이 서로 반대입니다.
재심은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제440조는 관보와 법원소재지의 신문지라는 매체까지 지정하고,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밝힐 사람을 청구인이 누구였는지에 따라 나눕니다. 어느 경우든 선고 전에 의사를 정해 두어야 하고, 선고가 끝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무죄를 다투고 계시다면 그 뒤의 회복 방법까지 변론 단계에서 변호사와 함께 설계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58조 ·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325조, 제326조, 제424조, 제440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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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무죄를 받으면 공시는 자동으로 이루어집니까?
제58조 제2항은 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도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거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를 단서로 빼 두었습니다. 재판부가 선고 전에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변론이 끝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공시를 하면 어디에 어떻게 실리는 것입니까?
제58조는 공시의 취지를 선고한다고만 정하고 매체를 지정하지 않았으며, 재심의 경우에는 제440조가 관보와 그 법원소재지의 신문지를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일반 사건의 공고 방법은 집행 단계에서 정해지므로 담당 재판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조용히 끝내고 싶은데 공시를 거절해도 불이익이 없습니까?
동의하지 않으면 공시 취지의 선고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이고 무죄판결 자체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면 거절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므로, 알려진 범위를 먼저 정리해 보십시오.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공고는 누가 정합니까?
제440조 단서는 제424조 제4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청구한 경우 재심을 청구한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배우자나 직계친족, 형제자매로서 청구하신 분이 그 판단의 주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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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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