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사람을 풀어 달라고 법원에 내는 서면은 대개 보석 청구서입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에는 보석보다 앞에 놓인 조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 법원이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는 제93조입니다. 두 제도는 결과가 석방이라는 점에서 같아 보이지만, 요건과 청구권자, 법원의 재량, 풀려난 뒤에 남는 것, 검사가 다투는 방법이 모두 다릅니다. 어느 쪽을 골라야 하는지를 가리려면 이 차이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두 제도는 어디서 갈라지나
갈림길은 구속 사유의 존부입니다.
제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를 요건으로 삼습니다. 애초에 사유가 없었거나, 있었지만 나중에 사라진 경우입니다. 증거가 모두 확보되어 인멸의 염려가 없어졌거나, 주거가 새로 확정되었거나, 혐의의 상당성 자체가 흔들린 상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석은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구속 사유가 남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조건을 붙여 몸을 풀어 주는 제도이며, 도망의 염려가 조금 남아 있더라도 보증금과 주거 제한으로 덮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유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면서 보석을 청구하면 논리가 어긋납니다.
구속취소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 법원이 직권 또는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하는 제도입니다. 조건이나 보증금 없이 구속영장의 효력을 없애며, 검사의 즉시항고가 허용된다는 점에서 보석과 다릅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나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항목 | 구속취소 (제93조) | 보석 (제94조 이하) |
|---|---|---|
| 요건 | 구속 사유가 없거나 소멸 | 사유가 남아 있어도 가능 |
| 청구권자 | 검사, 피고인, 변호인, 제30조 제2항의 자 | 피고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고용주 |
| 법원의 재량 | 취소하여야 한다 | 제95조 예외 6가지, 제96조 임의적 보석 |
| 조건, 보증금 | 없음 | 제98조의 조건 중 하나 이상 |
| 검사의 불복 | 즉시항고, 집행 정지 | 보통항고, 집행 정지 없음 |
| 수사 단계 | 제209조로 피의자에게 준용 | 피고인만 |
제93조가 가리키는 제30조 제2항의 자는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과 형제자매입니다. 가족, 동거인, 고용주는 구속취소 쪽 목록에 없습니다. 검사가 스스로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법원은 거절할 수 있나
구속취소의 술어는 취소하여야 한다입니다. 사유의 소멸이 인정되면 법원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툼은 취소 여부가 아니라 사유가 정말 사라졌느냐에 집중됩니다.
보석은 층이 있습니다. 제95조는 여섯 가지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허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96조는 그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장기 10년이 넘는 죄나 누범, 상습범처럼 제95조의 예외에 걸리는 사건에서는 제96조의 재량에 기대야 합니다.
그래서 무거운 죄일수록 구속취소 쪽 논리가 힘을 얻기도 합니다. 구속취소는 죄의 무게를 묻지 않고 사유의 소멸만 묻기 때문입니다.
풀려난 뒤에는 무엇이 남나
보석으로 나온 사람에게는 조건이 따라다닙니다. 제98조는 출석 서약, 보증금, 주거 제한, 피해자 접근 금지, 출국 금지 서약 등 아홉 가지 가운데 하나 이상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조건을 어기면 대가가 있습니다.
제102조 제2항은 도망, 증거인멸의 염려, 소환 불응, 조건 위반 등이 있을 때 보석을 취소할 수 있게 하고, 제3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조건을 위반한 피고인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20일 이내의 감치를 정합니다. 제103조는 취소 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속취소에는 이런 꼬리가 없습니다. 영장의 효력이 사라지고 끝입니다. 그만큼 사유의 소멸을 엄격하게 봅니다.
검사는 어떻게 다투나
제97조가 두 제도의 절차를 나란히 정합니다. 보석 결정 전에는 재판장이 검사의 의견을 물어야 하고, 구속취소 결정에서도 검사의 청구에 의하거나 급속을 요하는 경우 외에는 같습니다.
결정 뒤가 다릅니다. 제97조 제4항은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하여 검사가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제405조에 따라 그 기간은 7일이고, 제410조는 즉시항고의 제기기간 내와 제기가 있는 때에 재판의 집행을 정지시킵니다. 취소 결정이 나도 곧바로 풀려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석 허가 결정에는 즉시항고 규정이 없습니다. 제403조 제2항이 보석에 관한 결정을 항고 대상에 넣고 있으므로 보통항고는 가능하지만, 제409조에 따라 보통항고에는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습니다.
주의
구속취소 결정은 검사의 즉시항고로 집행이 멈출 수 있습니다. 결정문을 받았다고 바로 석방을 기대하기보다, 검사의 항고 여부와 7일의 기간이 지났는지를 확인하십시오.
수사 단계에서도 쓸 수 있나
구속취소는 가능합니다. 제209조가 제93조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준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소 전에 사유가 소멸했다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보석은 다릅니다. 제94조가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이라고 적어 두었으므로 기소 전 피의자에게는 열리지 않습니다. 피의자에게는 제214조의2의 구속적부심사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수사 단계의 구속취소로 나온 사람에게는 제208조의 재구속 제한이 붙습니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하나
순서대로 따져 보시면 답이 좁혀집니다. 다섯 단계입니다.
- 영장에 적힌 구속 사유가 지금도 남아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 사유가 사라졌다면 그 사실을 보여 줄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사유가 남아 있다면 제95조의 예외에 해당하는 죄인지 살핍니다
- 예외에 해당하면 제96조의 상당한 이유를 구성할 사정을 모읍니다
-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주거 제한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두 청구를 함께 낼 수도 있지만, 사유가 소멸했다는 주장과 조건으로 덮겠다는 주장이 부딪히지 않도록 서면의 구조를 짜야 합니다.
확인할 것
· 영장에 기재된 구속 사유의 호수
· 그 사유가 소멸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의 유무
· 법정형이 장기 10년을 넘는지, 누범이나 상습범인지
· 보증금과 주거 제한을 감당할 수 있는지
· 검사의 즉시항고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정리
구속취소는 사유가 없거나 사라졌을 때 법원이 취소하여야 하는 제도이고, 보석은 사유가 남아 있어도 조건을 붙여 석방하는 제도입니다.
구속취소에는 보증금도 조건도 없지만 검사의 즉시항고로 집행이 멈출 수 있습니다. 보석은 조건과 몰취의 위험이 따르는 대신 허가 즉시 풀려납니다.
수사 단계의 피의자는 구속취소만 쓸 수 있고, 보석은 기소된 뒤의 피고인에게만 열립니다. 영장에 적힌 사유가 지금도 살아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고, 그 답에 따라 서면의 종류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93조, 제94조, 제95조, 제96조, 제97조, 제98조, 제102조, 제103조, 제209조, 제403조, 제405조, 제410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부산 해운대 사무소 · 영남권/제주 중심, 서울·경기·충청·호남·강원 의뢰 대응
상담 신청하시면 담당자가 연락드려 상담료를 안내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증거가 다 압수됐는데 증거인멸 염려로 구속돼 있습니다. 어느 쪽을 내야 하나요?
사유가 소멸했다는 주장이므로 제93조의 구속취소가 정면에 맞습니다. 압수 목록과 관련자 접촉이 차단된 사정을 자료로 붙이고, 예비적으로 보석을 함께 구하는 구성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구속취소 결정이 났는데 아직 못 나옵니다.
제97조 제4항에 따라 검사가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제410조는 그 기간 내와 제기가 있는 때에 집행을 정지시킵니다. 7일의 제기기간이 지났는지, 검사가 항고장을 냈는지를 법원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기소 전인데 보석을 청구할 수 있습니까?
제94조는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이라고 정하고 있어 기소 전 피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의자는 제209조로 준용되는 구속취소나 제214조의2의 구속적부심사를 이용합니다.
보석으로 나온 뒤 조건을 어기면 어떻게 됩니까?
제102조에 따라 보석이 취소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는 위반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20일 이내의 감치가 따릅니다. 제103조에 따라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가 몰취될 수 있으므로 조건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 두셔야 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해운대 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대표 변호사 한병철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초안은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고, 담당 변호사가 검토·수정한 뒤 게시합니다.
형사 분야 전문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전문변호사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