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전화가 오거나 출석요구서가 도착하면 대부분 날짜부터 정합니다. 무슨 사건인지, 어떤 신분으로 부르는지도 모른 채 조사실에 앉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첫 조사에서 남긴 진술은 이후 절차 전체의 출발점이 됩니다. 검찰도 법원도 그 조서를 먼저 읽고 판단을 시작합니다. 출석 전에 확인할 것, 조사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미루는 것과 준비하는 것은 다릅니다.
출석요구를 받으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본인이 어떤 신분으로 불려 가는지입니다. 피의자와 참고인은 절차도 권리도 다릅니다. 참고인으로 시작했다가 조사 도중 피의자로 바뀌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전화를 받았다면 그 자리에서 어느 관서의 누구인지, 사건번호와 죄명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십시오. 확인하지 않고 날짜부터 정하면 준비할 시간을 스스로 줄이게 됩니다.
출석요구 자체는 강제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는 수사에 필요한 때에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이 조사는 임의수사의 성격을 가집니다. 그래서 통보받은 날짜에 반드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사유와 가능한 날짜를 함께 제시하면 일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불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는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 구분 | 참고인 | 피의자 |
|---|---|---|
| 조사의 성격 | 사건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 | 혐의를 전제로 한 신문 |
| 진술거부권 고지 | 법이 정한 고지 절차는 피의자신문을 전제로 합니다 | 신문을 시작하기 전에 고지받습니다 |
| 변호인 참여 | 실무상 동석을 요청합니다 | 신청이 있으면 참여하게 하여야 합니다 |
|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 출석과 진술이 임의에 맡겨집니다 | 이유 없이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
죄명을 알아야 준비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죄명이 사기인지 횡령인지에 따라 다투는 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기라면 돈을 받을 당시의 기망과 변제 의사가 쟁점이 되고, 횡령이라면 그 돈을 누구를 위해 보관하고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죄명을 알면 어떤 요건이 문제 되는지가 보이고,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도 정해집니다.
수사관이 미리 알려 주지 않는다면 출석 당일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다시 확인하십시오.
고소장을 미리 볼 수 있는지 묻는 분이 많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는 열람이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다만 조사에서 받는 질문의 순서와 방향을 보면 상대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를 상당 부분 알 수 있습니다. 기소된 뒤에는 증거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으므로, 수사 단계에서는 질문의 내용을 기억해 두는 것이 사실상의 정보 수집입니다.
출석 전에 무엇을 정리해 두어야 하나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적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날짜와 장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 오간 돈과 대화를 한 줄씩 채워 넣으십시오.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은 분명하지 않다고 그대로 표시해 둡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모르는 부분을 추측으로 메운 진술입니다. 그 한 문장이 계좌 내역이나 통화 기록과 어긋나는 순간,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집니다. 아래 항목은 출석 전에 확보해 두십시오.
- 계좌 거래내역과 이체 확인증
- 메신저와 문자 대화 전체
- 통화 기록과 녹취가 있다면 그 파일
- 계약서, 각서, 영수증
- 현장이나 물건을 찍어 둔 사진
메신저는 저장 기간이 짧고 기기를 바꾸면 복구가 어렵습니다. 불리해 보이는 자료도 함께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대가 이미 제출했을 수 있고, 빠진 부분이 뒤늦게 드러나면 숨긴 것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출석 전날까지 확인할 것
· 어느 관서의 누구에게, 어떤 사건번호로 불려 가는지
· 죄명과 본인의 신분
· 날짜별로 정리한 사실관계 표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의 표시
· 메신저와 통화 기록의 백업 여부
· 변호인 참여를 신청할 것인지
조사실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
진술거부권은 조사 전에 고지받는 권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신문에 앞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알려 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부에 대해 행사할 수도 있고, 특정 질문에만 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리를 행사했다는 사정 자체가 불리한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고지 없이 받아 낸 진술은 증거로 쓰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 참여도 조사 전에 신청하면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신청이 있으면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참여한 변호인은 부당한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조사 중에 의견을 밝힐 수 있습니다. 사선 선임이 어렵다면 국선변호인 제도를 확인해 보십시오.
참고인으로 갔는데 질문의 방향이 본인의 행위를 향하기 시작한다면 그 지점이 중요합니다. 신분을 확인하고, 조사를 멈춘 뒤 변호인을 선임하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신분이 바뀌는 시점에 권리를 다시 고지해야 합니다. 이 지점을 놓치면 준비 없이 피의자 진술을 남기게 됩니다.
조사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 인적사항 확인
- 권리 고지
- 사건 경위에 대한 질문과 답변
- 작성된 조서의 열람
- 정정 요구와 서명, 날인
처음에는 인적사항을 확인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1조는 신문에 앞서 성명과 연령, 주거와 직업 등을 물어 피의자임을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권리를 고지하고,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됩니다.
질문은 시간 순서대로 오지 않습니다. 앞뒤를 오가는 질문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미리 만들어 둔 표가 도움이 됩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고,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통역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통역 비용은 국가가 부담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이해로 답한 진술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됩니다.
장시간 조사는 제한되어 있고 중간에 휴식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피로한 상태에서 한 진술은 임의성을 다투는 근거가 되기도 하므로, 조사가 시작된 시각과 끝난 시각을 기억해 두십시오.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할 일
조서는 말한 그대로가 아니라 요약되어 기재됩니다. 그 과정에서 뉘앙스가 달라지는 일이 흔합니다. “빌린 돈”이라고 말한 것이 “받은 돈”으로 적히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는 작성된 조서를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어야 하고, 피의자가 증감이나 변경을 청구하면 그 진술을 조서에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천천히 읽고 다른 부분은 그 자리에서 정정을 요구하십시오. 정정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를 조서에 남겨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명은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거부한 사유가 조서에 기재됩니다.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서명 전에 바로잡는 것이 먼저이고, 그래도 반영되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어느 쪽이든 서명한 뒤에 번복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합니다.
주의
읽어 보지 않고 서명한 조서는 나중에 뒤집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조서에 서명하고 나온 뒤에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해도, 기록에는 서명한 문장만 남아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하면
조사 중에 휴대전화를 내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소유자나 소지자,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임의제출은 거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임의제출과 압수
임의제출은 소유자나 소지자가 스스로 물건을 내주는 것이고, 압수영장에 의한 압수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강제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앞의 것은 거부할 수 있고 뒤의 것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출을 요구받은 자리에서 어느 쪽인지부터 물어야 합니다.
제출하기로 했다면 무엇을 어느 범위까지 제출하는지를 기록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사건과 관련된 특정 기간의 대화만 제출하는 것인지, 기기 전체를 넘기는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합의한 범위를 넘어선 탐색으로 얻은 자료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다툼은 나중에 하더라도, 범위를 적어 두는 일은 그 자리에서 해야 합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무엇이 남나
경찰은 수사를 마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송치하지 않는 결정을 합니다. 불송치되면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송치되면 검찰이 다시 판단합니다. 사건은 한 번의 조사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의견서와 자료를 낼 수 있습니다.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한 부분은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만 수사관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결정이 나기 전에 내야 의미가 있습니다.
합의는 방향을 정한 뒤에 움직여야 합니다. 인정할 사건이라면 이른 단계의 피해 회복이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다툴 사건에서 서둘러 합의금을 건네면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정리
출석요구는 결론이 아니라 절차의 시작입니다.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방어입니다.
죄명과 신분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적고, 자료를 백업한 뒤에 나가십시오. 조사실에서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를 어떻게 쓸지 미리 정해 두고, 조서는 끝까지 읽고 정정을 요구한 다음 서명하십시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조사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달라집니다.
연락을 무시하거나 계속 미루는 것, 죄명을 모른 채 출석하는 것,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답하는 것, 조서를 읽지 않고 서명하는 것,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 흔한 실수는 대개 이 다섯 가지이고, 대부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생깁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41조, 제243조의2, 제244조, 제244조의3, 제2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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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출석요구를 받은 날짜에 꼭 가야 하나요?
강제가 아니므로 일정을 협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무슨 사건인지 미리 알 수 있나요?
사건번호와 죄명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 열람은 수사 중에는 제한되지만, 죄명만 알아도 준비 방향이 정해집니다.
진술거부권을 쓰면 불리해지나요?
행사 자체가 불리한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일부 질문에만 행사할 수도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판단하면 됩니다.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조서는 요약되어 기재되므로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읽고 사실과 다른 부분은 정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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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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