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들이 다녀간 뒤 집이나 사무실을 둘러보면 무엇이 없어졌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은 금방 알겠는데, 서류철이나 외장하드처럼 평소 눈에 띄지 않던 물건은 한참 뒤에야 빈자리가 보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목록을 만들어 건네도록 정해 두었고, 그 뒤의 보관과 처분, 돌려받는 절차까지 조문으로 이어 놓았습니다. 순서대로 짚었습니다.
현장에서 받아야 하는 종이 한 장
출발점은 제129조입니다.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문장이 짧아서 지나치기 쉽지만 두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목록을 만들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건네라는 것입니다. 만들어 기록에 편철하는 것만으로는 조문이 요구하는 바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받는 사람의 범위도 넓게 잡혀 있습니다. 소유자가 자리에 없더라도 그 물건을 지니고 있던 사람이나 맡아 두고 있던 사람이 받을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집행이 이루어졌다면 직원이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목록을 받지 못하셨다면 그 사실부터 적어 두십시오.
압수목록
가져간 물건을 하나씩 적어 건네는 서면입니다. 품명과 수량, 특징이 구분될 수 있도록 적혀야 뒤에 환부를 청구하거나 처분에 불복할 때 대상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목록이 부실하면 무엇이 막히나
목록은 형식적인 서류가 아닙니다.
돌려 달라고 청구할 때도, 처분에 불복할 때도 대상을 특정해야 합니다. 서류 일체나 전자기기 일체처럼 뭉뚱그려 적혀 있으면 어느 물건을 두고 다투는지가 흐려집니다. 저장매체를 가져간 사안에서는 그 안의 어떤 파일이 실제 대상이었는지까지 문제가 됩니다.
제106조 제3항은 저장매체가 대상인 경우에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때에만 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매체째 가져간 사안이라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함께 기록되어 있어야 합니다.
제198조 제3항도 같은 방향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작성하거나 취득한 서류와 물건의 목록을 빠짐없이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 단계 | 조문 | 내용 |
|---|---|---|
| 목록 교부 | 제129조 | 소유자·소지자·보관자 등에게 목록을 작성해 건넵니다 |
| 보관과 폐기 | 제130조 | 간수자를 두거나 승낙을 얻어 맡기고, 위험한 것은 폐기합니다 |
| 보존 조치 | 제131조 | 상실이나 파손을 막기 위한 상당한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
| 대가보관 | 제132조 | 매각해 대금을 대신 보관합니다 |
| 환부와 가환부 | 제133조 | 사건이 끝나기 전이라도 돌려주거나 임시로 내어 줍니다 |
| 피해자 환부 | 제134조 | 장물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이유가 명백하면 환부합니다 |
| 사전 통지 | 제135조 | 위 세 조문의 결정 전에 검사·피해자·피고인·변호인에게 알립니다 |
가져간 물건은 어디에 두는가
제130조가 보관과 폐기를 맡습니다.
제1항은 운반이나 보관에 불편한 물건에 대해 간수자를 두거나, 소유자나 적당한 사람의 승낙을 얻어 보관하게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큰 기계나 차량처럼 옮기기 어려운 물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2항은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물건을 폐기할 수 있도록 했고, 제3항은 법령상 생산과 제조, 소지, 소유, 유통이 금지된 물건 가운데 부패의 염려가 있거나 보관이 어려운 것을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아 폐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의라는 요건이 붙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십시오. 동의 없이 없앴다면 그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돌려받는 두 가지 방법
완전히 돌려주는 것과 임시로 내어 주는 것이 다릅니다.
제133조 제1항은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물건을 사건이 끝나기 전이라도 결정으로 환부하도록 하고, 증거에 쓸 물건은 청구에 따라 가환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2항은 증거에만 쓸 목적으로 압수한 물건 가운데 소유자나 소지자가 계속 써야 하는 것은 사진 촬영 등 원형을 남기는 조치를 하고 신속히 가환부하도록 정했습니다.
영업에 쓰는 장비나 업무용 서버처럼 없으면 생업이 멈추는 물건은 이 조항을 근거로 반환을 구하게 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제218조의2가 따로 있습니다. 사본을 확보한 경우처럼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물건은 공소제기 전이라도 청구가 있으면 돌려주도록 되어 있고, 거부당하면 법원에 결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것
· 압수목록을 받았는지, 품목이 개별적으로 적혀 있는지
· 저장매체를 통째로 가져간 이유가 기록에 남아 있는지
· 사본이 확보된 뒤에도 원본을 계속 두고 있는지
· 생업에 필요한 물건이 섞여 있는지
· 폐기나 매각이 예정된 물건이 있는지
거부당하면 어디에 가나
불복의 통로는 제417조입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구금, 압수,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에 불복하면 관할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의 참여에 관한 처분도 같은 조문에 들어 있습니다.
돌려받을 사람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조문에 있습니다. 제486조는 환부를 받을 사람의 소재가 불명하거나 그 밖의 사유로 환부할 수 없을 때 검사가 관보에 공고하도록 하고, 공고 후 3개월 안에 청구가 없으면 국고에 귀속한다고 정했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연락처가 바뀌었다면 수사기관에 알려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한편 제219조와 제218조의2, 제417조에는 2026년 10월 2일 시행 예정인 개정 내용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기관의 명칭과 협의 방식이 정비되는 것이며, 지금 진행 중인 사건에는 현행 조문이 적용됩니다.
지금 해 둘 일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목록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받지 못했다면 언제 누구에게 요청했는지를 남깁니다
- 목록의 품목과 실제로 없어진 물건을 하나씩 대조해 빠진 것과 더해진 것을 표시합니다
- 생업이나 치료에 필요한 물건은 그 사정을 적은 서면과 함께 반환을 청구합니다
- 저장매체는 사본 확보 여부를 물어 원본 반환의 시점을 확인합니다
- 거부 회신을 받으면 그 서면을 보관해 두었다가 불복 절차의 자료로 씁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대목은 반환을 구하는 범위입니다. 전부를 한꺼번에 요구하면 회신이 늦어지고, 꼭 필요한 것만 짚으면 회신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물건을 먼저 세울지는 사건의 쟁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제129조는 압수한 뒤 목록을 만들어 건네도록 정합니다. 그 종이가 뒤따르는 모든 절차의 출발점이 됩니다.
제130조부터 제135조까지는 보관과 폐기, 대가보관, 환부와 가환부, 그리고 그 결정 전의 통지를 차례로 배치해 두었습니다. 수사 단계의 반환은 제218조의2가 맡습니다.
거부당했을 때는 제417조의 불복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받아 갈 사람을 찾지 못한 물건은 제486조의 공고를 거쳐 3개월이 지나면 국고로 넘어갑니다. 목록을 받는 일부터 챙기십시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29조, 제130조, 제131조, 제132조, 제133조, 제134조, 제135조, 제106조, 제198조, 제218조의2, 제219조, 제417조, 제486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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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집행이 끝났는데 목록을 받지 못했습니다. 요구할 수 있나요?
제129조는 목록을 작성해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교부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한 날짜와 상대방을 기록으로 남겨 두시면 이후 절차에서 자료가 됩니다.
업무용 노트북을 가져갔는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방법이 있나요?
증거에 쓸 물건은 제133조에 따라 가환부를 청구할 수 있고, 수사 단계라면 제218조의2에 따른 반환 청구가 가능합니다. 사본이 확보되었는지를 함께 확인해 보십시오.
압수된 물건을 수사기관이 없앨 수도 있나요?
제130조 제2항은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물건의 폐기를 정하고, 제3항은 법령상 유통이 금지된 물건 가운데 부패나 보관 곤란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아 폐기하도록 했습니다.
반환 청구를 거부당하면 그대로 끝인가요?
제417조가 불복 절차를 두고 있어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거부 회신 서면을 보관해 두었다가 그대로 자료로 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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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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