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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19일조회 0

신분이 없는 사람도 같은 형을 받나

회사 돈을 관리하는 직원이 그 돈에 손을 댄 자리에 바깥 사람이 함께 있었다면, 그 바깥 사람은 어떤 죄명으로 적힐까요. 형법에는 아무나 저지를 수 없는 범죄가 여럿 있습니다. 보관을 맡은 사람,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 공무원처럼 일정한 자리에 있는 사람만 주어가 되는 조문입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옆에서 거들었을 때 어디까지 함께 묶이는지를 형법은 조문 하나로 정리해 두었는데, 본문과 단서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아무나 저지를 수 없는 죄가 있다

형법의 많은 조문은 행위자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남을 다치게 하거나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는 누구라도 주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조문은 다릅니다.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를 주어로 삼고, 같은 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주어로 삼습니다. 보관을 맡은 적이 없는 사람은 같은 돈을 가져가도 이 조문의 주어 자리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런 구조를 신분범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신분범은 다시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한쪽은 그 자리에 있어야 비로소 범죄가 만들어지는 유형이고, 다른 한쪽은 범죄 자체는 어차피 성립하되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형이 올라가는 유형입니다.

신분
형법에서 말하는 신분은 사회적 지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남의 재물을 맡고 있다는 사실관계, 어떤 일을 업무로 반복하고 있다는 상태, 피해자와 직계존속으로 이어져 있다는 관계처럼, 그 사람에게 붙어 있는 조건 전반을 가리킵니다.

본문이 열어 주는 문

제33조는 문장 하나에 본문과 단서를 나란히 담았습니다. 앞쪽 문장이 먼저 문을 엽니다.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그 신분이 없는 사람이 가담하면, 그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가 적용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공동정범과 교사범, 종범을 정한 세 조문입니다. 즉 바깥 사람도 그 죄의 공범으로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이 장치가 없다면 결과가 이상해집니다. 보관자 아닌 사람이 계획을 짜고 실행을 주도해도 횡령 조문의 주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죄도 붙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본문은 그 빈틈을 메웁니다.

그래서 성립 단계에서는 신분의 유무를 따지지 않습니다. 문턱은 본문이 낮춰 두었습니다.

단서가 다시 닫는 문

문제는 뒤쪽입니다.

단서는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 없는 사람을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성립은 인정하되 형은 따라 올라가지 않게 막아 둔 것입니다.

이 단서가 겨냥하는 대상은 두 번째 갈래, 즉 신분이 형을 올리는 유형입니다. 제355조와 제356조의 관계가 대표적입니다. 업무상 임무를 맡고 있다는 사정 하나로 형의 상한이 두 배로 올라가는데, 그 업무를 맡은 적이 없는 가담자에게까지 그 상한을 적용하면 올린 이유가 사라집니다.

결국 조문 하나가 두 단계로 작동합니다. 앞에서 공범 관계를 인정하고, 뒤에서 형의 눈금을 되돌립니다.

가담 유형성립과 형의 눈금
신분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에 바깥 사람이 가담본문에 따라 공동정범·교사범·종범으로 성립합니다. 형도 그 죄의 범위에서 정해집니다.
신분이 형을 올리는 죄에 바깥 사람이 가담성립은 인정되지만 단서가 걸립니다. 올라간 형으로는 벌하지 못합니다.
신분자가 바깥 사람의 범행에 거꾸로 가담자기에게 붙은 신분이 그대로 평가되므로 무거운 쪽 조문이 그 사람에게 적용됩니다.
처벌되지 않는 사람을 이용한 경우제34조의 간접정범 문제로 넘어갑니다. 교사나 방조의 예에 따라 처벌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어떻게 적히나

조문만 읽으면 추상적이지만 사건 기록에서는 죄명 한 줄로 드러납니다.

  • 경리 담당자가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외부인이 계좌와 출금을 맡은 사안에서, 외부인은 업무상횡령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더라도 형은 제355조 제1항의 범위에서 정해질 여지가 있습니다.
  •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과 함께 금품을 받은 사안에서는, 뇌물 관련 조문의 공범 성립과 별도로 그 사람에게 붙은 몫이 따로 계산됩니다.
  • 제250조 제2항은 자기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를 따로 두었는데, 그 관계가 없는 가담자에게는 제2항의 형이 그대로 옮겨 가지 않습니다.
  • 반대로 업무를 맡은 사람이 바깥 사람의 계획에 끌려 들어간 사안이라면, 그 사람에게는 무거운 쪽 조문이 붙습니다.

정리하면 죄명은 함께 가고 형은 따로 갑니다. 기소장에 같은 죄명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형까지 같아진다고 읽으시면 곤란합니다.

조사에서 무엇을 다투게 되나

이 쟁점은 사실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다투어지지 않습니다. 돈이 오갔다는 점, 자리에 있었다는 점은 대개 자료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투는 지점은 세 곳입니다. 첫째, 문제 된 조문이 정말 신분을 요구하는 구조인지입니다. 둘째, 그 신분이 형을 만들어 내는 조건인지 아니면 형을 올리는 조건인지입니다. 셋째, 본인에게 그 조건이 붙어 있었는지입니다. 세 번째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흔들립니다. 정식 발령은 없었지만 사실상 자금을 관리해 왔다면 보관자로 평가될 수 있고, 한 번뿐인 거래도 반복성이 인정되면 업무로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함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맡고 있었는지가 자료의 중심이 됩니다. 계좌의 명의와 실제 관리자, 결재선, 인수인계 기록, 급여 항목이 모두 쓰입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죄명과 형이 갈라지는 구조이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어느 단계에서 다툴지를 먼저 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주의
단서가 적용되어 형의 눈금이 내려가더라도 유죄는 유죄입니다. 전과가 남고 몰수와 추징도 별도로 검토됩니다. 형이 가벼워진다는 설명만 듣고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정하시면, 나중에 성립 자체를 다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정리

제33조는 두 문장으로 된 조문입니다. 본문은 신분 없는 사람도 공범으로 끌어들이고, 단서는 그 사람에게 올라간 형이 옮겨 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래서 실무의 순서가 정해집니다. 먼저 그 조문이 신분을 요구하는지 보고, 다음으로 그 신분이 범죄를 만드는지 형을 올리는지 가릅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그 조건이 실제로 붙어 있었는지를 자료로 확인합니다.

직함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기록에 남은 역할이 판단을 끌고 갑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3조, 제30조, 제31조, 제32조, 제34조, 제355조, 제356조, 제250조

관련 안내: 부산 형사변호사 · 형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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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공범으로 적혔는데 저는 회사 직원이 아닙니다. 그래도 같은 죄명인가요?

제33조 본문이 성립을 인정하므로 죄명은 함께 붙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신분이 형을 올리는 조건이었다면 단서가 작동해 올라간 형까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형이 가벼워진다면 굳이 다툴 필요가 없지 않나요?

눈금이 내려가는 것과 무죄는 다릅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전과가 남고 몰수와 추징도 따로 검토되므로, 성립 단계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정식 발령이 없었는데도 보관자로 볼 수 있나요?

서류상 직함보다 실제로 자금을 다루었는지를 봅니다. 계좌 관리, 결재 권한, 인수인계 기록처럼 역할을 보여 주는 자료가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신분이 있는 사람이 바깥 사람의 범행을 도운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본인에게 붙은 조건은 그대로 평가되므로 무거운 쪽 조문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단서는 신분 없는 사람을 보호하는 장치이지 신분 있는 사람을 내려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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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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