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을 받았을 뿐인데 조사 대상이 되었다는 공직자 상담이 해마다 들어옵니다.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시지만, 형법의 뇌물 조문은 청탁이 있었는지를 기본 요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대신 받은 이익이 그 사람의 직무와 이어져 있었는지를 봅니다. 이 연결고리를 어떤 틀로 판단하는지, 그리고 제3자에게 건너간 경우나 다른 공무원의 일을 주선한 경우에는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조문별로 풀어 보겠습니다.
청탁이 없어도 성립하는 구조
형법 제129조 제1항이 주체로 적어 둔 것은 공무원과 중재인입니다. 그 사람이 맡고 있는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받거나, 달라고 하거나, 나중에 주기로 약속한 국면을 모두 문언 안에 넣었습니다. 이 죄의 중심은 그 관련성 한 마디에 있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청탁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 무엇을 해 달라는 부탁이 없었다거나 실제로 편의를 봐준 일이 없다는 설명은 성립 단계에서 힘을 쓰지 못합니다. 이익이 직무와 이어져 있었다는 점만 인정되면 문언은 채워집니다. 부탁의 유무는 뒤에 볼 다른 조문에서, 그리고 양형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직무에 관하여
받은 이익이 그 공무원이 맡은 사무의 범위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사건 하나와 일대일로 맞물릴 필요는 없고, 법령과 직제가 그 지위에 맡겨 둔 사무 전반이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담당자가 아니었다는 항변만으로는 연결이 끊기지 않습니다.
맡은 일의 범위는 어디까지 넓어지나
연결고리를 따질 때 먼저 펼쳐 보는 것은 직제 규정과 사무분장표입니다. 그 지위에 어떤 사무가 배정되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그 사건을 실제로 처리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법령상 그 사무를 다룰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면 연결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재선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는지, 의견을 낼 통로가 있었는지도 함께 봅니다. 반대로 소속 기관이 전혀 다른 사무만 맡고 있었다면 그 지점에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이때는 위임전결 규정과 업무분장 변경 이력이 자료가 됩니다.
자리에 오르기 전이나 떠난 뒤라면
시점이 어긋난 경우를 조문이 따로 받고 있습니다.
제129조 제2항은 아직 임용되지 않은 사람을 겨냥합니다. 앞으로 맡게 될 사무를 두고 부탁을 받으면서 이익을 챙긴 다음, 실제로 그 직에 취임한 국면입니다. 여기에는 부탁이 요건으로 명시되어 있고 취임까지 있었어야 합니다. 받기만 하고 임용이 무산되었다면 이 항은 비켜갑니다.
퇴직 뒤에 받은 경우는 제131조 제3항입니다. 재직 중에 청탁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한 뒤, 물러난 다음에 이익을 받은 국면을 겨냥합니다. 그러므로 퇴직 시점만 앞세워 무관하다고 보시면 곤란합니다.
| 조문 | 겨냥하는 국면과 법정형 |
|---|---|
| 제129조 제1항 | 직무에 관하여 이익을 받은 기본 국면으로, 징역 5년 이하 또는 자격정지 10년 이하입니다. |
| 제129조 제2항 | 임용 전에 청탁을 받고 받은 뒤 그 자리에 오른 경우로, 징역 3년 이하 또는 자격정지 7년 이하입니다. |
| 제130조 |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가게 한 경우로, 제129조 제1항과 같습니다. |
| 제131조 제1항 | 받은 뒤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간 경우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
| 제132조 |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사무를 주선한 경우로, 징역 3년 이하 또는 자격정지 7년 이하입니다. |
| 제133조 제1항 | 건넨 쪽을 벌하는 조문으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입니다. |
돈이 나에게 오지 않았다면
이익이 배우자나 자녀, 후원 단체, 관련 회사로 건너간 사안이 있습니다. 제130조가 이 국면을 받습니다.
조문의 구조가 앞의 것과 다릅니다. 여기에는 정당한 범위를 벗어난 부탁이 있었을 것이 요건으로 적혀 있고, 그 부탁을 받고서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 가도록 시키거나 그렇게 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약속한 경우가 대상입니다. 요건이 하나 더 달려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즉 내가 직접 받은 사안보다 요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제3자에게 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이 청탁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려 합니다. 무엇을 부탁받았고 그것이 왜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는지가 기록에 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3자가 사실상 본인의 계산으로 관리되는 통로였다면 제129조 쪽으로 정리되기도 합니다. 명의만 다를 뿐 실질이 같은 경우입니다.
내 일이 아닌 사안을 주선했다면
제132조는 조금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이익을 받은 때를 벌하는 조문입니다.
여기서는 본인의 사무와 연결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지위를 이용했다는 점이 요건입니다.
단순히 아는 사이라 말을 전한 것과, 직위에서 나오는 영향력을 지렛대로 삼은 것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같은 기관에 있었는지, 지휘나 협력 관계가 있었는지, 상대 공무원이 부담을 느낄 만한 위치였는지가 판단의 재료입니다. 퇴직한 사람이 한 주선은 이 조문의 주체에서 벗어나 다른 법률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확인할 것
- 받은 시점에 어떤 직위에 있었고 그 자리에 배정된 사무가 무엇이었는지
- 이익을 준 사람이 그 사무와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 금액과 전달 방식, 그리고 같은 사람에게서 반복해 받은 이력이 있는지
- 제3자에게 갔다면 그 사람과 본인 사이의 자금 관계
- 사교적 의례로 설명할 수 있는 관행과 액수의 범위
받은 것은 어떻게 회수되나
제134조는 이미 건네진 것뿐 아니라 건네려고 준비해 둔 금품까지 몰수 대상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사정을 알면서 받아 쥔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도 포함됩니다. 물건으로 거두어들일 수 없으면 값으로 환산해 추징합니다.
법원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원칙입니다.
이미 써 버린 뒤라 해도 부담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벌금과는 별개로 남는 몫입니다. 건넨 쪽 역시 제133조가 받으며, 넘겨줄 생각으로 남에게 금품을 맡겨 둔 경우와 그 사정을 알면서 보관해 준 사람도 같은 조문의 대상입니다.
조사에 응하기 전에 금전의 성격을 스스로 규정해 진술하시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자료를 먼저 정리하신 뒤 변호사와 함께 설명의 틀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정리
뇌물 조문의 출발점은 청탁이 아니라 받은 이익과 직무 사이의 연결입니다. 담당자가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연결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직제와 사무분장이 판단의 바탕이 됩니다.
임용 전이라면 청탁과 실제 임용이 요건으로 더해지고, 제3자에게 건너간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이 필요합니다. 다른 공무원의 사무를 주선한 국면은 지위 이용을 요건으로 삼는 별도의 조문이 받습니다.
받은 것은 몰수하거나 추징하며 건넨 쪽도 함께 처벌됩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29조, 제130조, 제131조, 제132조, 제133조, 제134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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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명절 선물처럼 관행으로 받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
액수와 빈도, 준 사람이 담당 사무와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사교적 의례의 범위를 넘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같은 상대에게서 반복해 받은 이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제가 담당한 사건이 아니었는데도 연결이 인정되나요?
실제로 그 사건을 처리했는지보다 그 자리에 배정된 사무의 범위가 기준이 됩니다. 결재선이나 의견 제시 통로가 없었다면 다툴 여지가 있으니 직제와 위임전결 규정을 확보해 두십시오.
돈이 배우자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제3자에게 건너간 국면은 부정한 청탁이 요건으로 더해지는 조문이 받습니다. 다만 그 계좌가 사실상 본인이 관리하던 통로라면 직접 받은 것과 같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미 쓴 돈도 추징되나요?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해져 있어 소비 여부가 결과를 바꾸지 않습니다. 금액 산정에서 다툴 부분이 있는지를 자금 흐름 자료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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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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