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를 다 못 냈다는 이유로 정비소가 차를 내주지 않자 열쇠를 빼앗아 몰고 나왔다는 상담이 있습니다. 등록증에 내 이름이 적혀 있으니 가져온 것뿐이라고 생각하시지만, 형법은 남이 쥐고 있는 내 물건을 완력으로 되찾는 행위를 따로 벌합니다.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아니라 그 물건을 누가 쥐고 있었는지가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요건이 붙어 있고 강도나 권리행사방해와는 어디서 갈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유자인데도 강취가 되는 까닭
형법 제325조 제1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점유에 속하는 자기의 물건을 강취한 사람을 벌합니다. 문언이 특이합니다. 자기의 물건이라고 적어 놓고도 강취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 조문이 지키는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점유입니다.
물건을 쥐고 있는 상태는 그 자체로 법질서가 보장하는 상태이고, 그 상태를 바꾸려면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 조문의 전제입니다. 소유자라는 지위는 물건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근거가 될 뿐, 직접 손을 대어도 좋다는 허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등기부나 등록원부를 내밀어도 성립 판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점유강취죄
남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소유 물건을 폭행이나 협박으로 빼앗아 오는 행위를 벌하는 규정입니다.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를 모아 둔 장에 들어 있고, 법정형에 자격정지가 선택형으로 붙어 있다는 점에서 재산범죄와 결이 다릅니다.
어떤 점유가 보호를 받나
상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반문이 있습니다. 상대가 돈을 안 갚아 붙들고 있는 것인데 그런 점유도 보호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조문은 점유의 근거를 가리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쓰고 있는 가전, 수리업자가 대금을 받을 때까지 붙들어 둔 기계, 질권자가 맡아 둔 물건, 전당포에 넘긴 귀금속이 모두 타인의 점유에 해당합니다. 계약 기간이 지났다거나 상대에게 유치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유할 권원이 있는지는 민사에서 가릴 문제입니다.
다만 점유 자체가 폭력이나 절취로 막 시작된 경우처럼 보호할 값어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국면은 따로 검토됩니다. 그 판단은 사실관계에 크게 좌우되므로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빼앗지 않고 조용히 가져왔다면
제325조 제2항이 이 국면을 받습니다. 타인의 점유에 속하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하는 과정에서 그 물건의 탈환에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범죄의 흔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한 때에도 제1항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순서가 뒤바뀐 구조입니다.
주차장에서 몰래 차를 빼내다가 관리인에게 붙잡히자 밀치고 달아난 사안이 여기에 들어옵니다. 세 가지 목적 가운데 하나라도 인정되면 준점유강취가 되고, 아무 목적도 없이 단순히 실랑이가 붙은 것이라면 다른 조문의 문제로 남습니다. 목적이 있었는지는 폭행이 시작된 시점과 그 직전의 말에서 드러납니다. 그래서 현장 진술의 순서가 결과를 바꿉니다.
| 조문 | 받는 상황과 법정형 |
|---|---|
| 제323조 | 완력 없이 취거나 은닉, 손괴로 권리행사를 막은 경우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700만원 이하입니다. |
| 제324조 제1항 | 폭행이나 협박으로 권리행사를 막거나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경우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입니다. |
| 제325조 제1항 | 완력으로 자기 물건을 되찾아 온 경우로, 징역 7년 이하 또는 자격정지 10년 이하입니다. |
| 제325조 제2항 | 가져온 뒤 탈환 항거 등의 목적으로 완력을 쓴 경우로, 제1항과 같습니다. |
| 제326조 | 제324조나 제325조를 범해 생명에 위험이 생긴 경우로, 징역 10년 이하입니다. |
| 제333조 | 남의 재물을 완력으로 빼앗은 경우로, 징역 3년 이상입니다. |
강도와 견주면 어디가 다른가
두 조문은 문장 구조가 닮았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물건의 임자입니다.
제333조의 강도는 타인의 재물을 대상으로 하고, 제325조는 자기의 물건을 대상으로 합니다. 물건이 내 것이면 강도가 되지 않고, 남의 것이면 점유강취가 되지 않습니다. 표에서 보시듯 형의 무게는 크게 벌어집니다. 죄명 하나에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건에서 첫 번째 쟁점은 언제나 소유관계입니다. 할부금이 남은 차량, 소유권유보부로 산 기계, 명의를 빌려 등록한 물건처럼 소유가 깔끔하지 않은 경우에는 죄명이 통째로 바뀔 수 있습니다. 계약서와 등록원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치게 했다면 무엇이 더해지나
제325조 제3항은 제1항과 제2항의 미수를 벌합니다. 되찾으려다 실패한 경우도 처벌 범위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물건을 끝내 가져오지 못했으니 없던 일이 된다는 설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결과가 무거워지면 조문이 바뀝니다. 제326조는 제324조나 제325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를 따로 받습니다. 목을 조르거나 달리는 차 앞으로 밀친 것처럼 생명에 위험이 닿은 국면입니다.
상해에 이르렀다면 상해에 관한 죄가 함께 검토되고, 여러 조문에 한꺼번에 걸리면 형이 무거운 쪽이 기준이 됩니다.
확인할 것
- 물건의 소유자가 정말 본인인지, 할부나 소유권유보 약정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 상대가 그 물건을 쥐게 된 경위와 시점
- 되찾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는지, 먼저 손을 댄 쪽이 누구인지
- 가져온 뒤에 실랑이가 붙었다면 그때 오간 말과 행동의 순서
- 내용증명이나 인도 요구를 미리 보낸 기록이 남아 있는지
합법적으로 되찾는 길은 어디에 있나
형사 위험을 피하면서 물건을 찾는 길은 결국 절차입니다.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필요하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것이 기본 경로입니다. 상대가 붙들어 둘 근거로 유치권이나 동시이행을 들고 있다면 그 액수를 공탁하고 받아 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길이지만 형사 사건을 만들지 않습니다. 물건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면 보전 신청을 먼저 넣는 순서도 고려됩니다.
제23조가 정한 자구행위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습니다. 법률에서 정한 절차로는 청구권을 보전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 행위를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입니다. 인정 폭이 매우 좁습니다. 법원에 갈 시간이 있었던 사안이라면 이 조문은 닿지 않습니다.
결국 다툴 축은 세 가지로 모입니다. 소유관계, 폭행이 어느 시점에 있었는지, 그리고 절차를 밟을 여지가 있었는지입니다. 현장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므로 손을 대기 전에 변호사와 상의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제325조는 남이 점유하는 자기 물건을 완력으로 빼앗아 온 경우와, 가져온 뒤 탈환을 막거나 체포를 면하거나 흔적을 지울 목적으로 완력을 쓴 경우를 함께 받습니다. 지키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점유입니다.
미수도 처벌되고, 생명에 위험이 생기면 제326조로 넘어갑니다. 남의 물건이면 강도의 문제가 되므로 소유관계가 죄명을 가릅니다.
되찾는 길은 소송과 가처분이며, 자구행위로 정당화되는 폭은 매우 좁습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25조, 제323조, 제324조, 제326조, 제333조, 제23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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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등록증에 제 이름이 있는 차를 가져왔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소유자라는 사정만으로는 완력을 써서 되찾을 권한이 생기지 않습니다. 상대가 점유하게 된 경위를 따지기에 앞서 점유 상태 자체가 보호 대상이므로, 인도를 구하는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상대가 붙들어 둘 권리가 없는데도 같은가요?
권원이 있는지는 민사에서 가릴 문제이고, 그 다툼이 있다는 사정이 형사 성립을 막아 주지는 않습니다. 유치할 근거가 없다고 보신다면 그 액수를 공탁하고 인도를 구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몸싸움이 물건을 가져온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가져온 뒤에 힘을 쓴 경우는 제2항이 받습니다. 다만 탈환 항거나 체포 면탈, 흔적 인멸이라는 목적이 있어야 하므로 실랑이가 붙은 경위와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할부금이 남은 물건이면 어떻게 되나요?
소유권이 아직 판매자에게 남아 있는 구조라면 대상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게 되어 죄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의 소유권유보 조항과 등록원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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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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