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판결문을 받아 든 날, 그는 판결문보다 기록 사본을 더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법정에서 재생한 영상녹화 속 참고인은 분명히 모른다고 답했는데, 조서에는 그가 범행을 봤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편의점 CCTV도 사건 직전 몇 분이 잘린 채 송치되어 있었습니다. 누가 왜 그렇게 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2026년 3월 형법에 새로 들어온 법왜곡죄가 바로 이런 질문을 향합니다. 이 죄가 누구를, 어떤 행위를 겨냥하는지, 그리고 피해를 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짚어 봅니다.
누구의 어떤 행위를 벌하나
주체가 셋으로 한정됩니다. 형사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그리고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마지막 범주에는 경찰뿐 아니라 수사 직무를 맡은 다른 공무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행위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 법령의 적용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을 알면서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과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준 경우
- 사건의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그 사정을 알면서 재판이나 수사에 쓴 경우
- 폭행, 협박, 위계 등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모으거나, 적법한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앞머리 사례의 조서와 CCTV라면 두 번째 갈래부터 따져 보게 됩니다.
목적 요건은 왜 결정적인가
행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문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목적범입니다.
그래서 조서에 적힌 내용이 진술과 달랐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죄가 곧바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받아 적는 과정의 실수, 요약하면서 생긴 뉘앙스 차이는 목적과 거리가 멉니다. 반대로 특정인을 기소되게 하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정황, 예컨대 유리한 부분만 골라 삭제했다거나 수정 전 파일이 따로 남아 있는 사정이 있다면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첫 번째 갈래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법령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범위 안에서 한 재량적 판단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판결이나 불기소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이나 검사를 이 죄로 묻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형은 얼마나 무겁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입니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을 함께 매기는 구조이고, 벌금형은 없습니다.
비슷한 자리에 있던 기존 조문과 견주면 무게가 분명해집니다.
| 조문 | 주요 행위 | 법정형 |
|---|---|---|
| 법왜곡 | 수사·재판 중 증거 조작, 위법 증거수집, 법령 고의 오적용 |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 |
| 증거인멸 등 |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 인멸, 위조, 변조, 사용 |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모해 목적이면 10년 이하 징역) |
| 직권남용 |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 방해 |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 폭행, 가혹행위 | 수사 직무 중 피의자 등에 대한 폭행, 가혹행위 | 5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 |
증거인멸죄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 조항입니다. 법왜곡죄는 수사와 재판을 맡은 사람이 그 권한 안에서 증거를 비틀었을 때를 따로 떼어 더 무겁게 다룹니다.
시행 전에 있었던 일도 이 죄로 물을 수 있나
물을 수 없습니다.
형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정합니다. 법왜곡죄가 생기기 전에 이루어진 조작이라면 이 조문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은 많은 분이 기대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대목입니다.
그렇다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전 행위에는 증거인멸,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처럼 당시에 이미 있던 조문이 검토됩니다. 언제 무엇이 이루어졌는지 시점을 쪼개 보는 작업이 먼저 필요한 이유입니다. 조서 작성일, 영상 편집일, 송치일이 서로 다르면 조문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두 번째 갈래는 조작하는 행위와 별도로 조작된 증거를 알면서 사용하는 행위도 적어 두었습니다. 조작은 신설 전에 있었더라도 그 증거를 사정을 알면서 신설 뒤 재판에 내밀었다면, 그 사용 행위가 따로 검토될 여지가 있습니다.
피해를 본 사람은 어떤 절차를 밟나
우선 고소입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고소와 고발은 사법경찰관에게 서면이나 구술로 합니다. 문제 된 사람이 경찰관이라면 같은 관서가 아닌 곳에 내는 편이 낫다는 판단도 해 볼 만합니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재정신청이 남아 있습니다. 고소권자로서 고소를 한 사람은 불기소 통지를 받은 뒤 고등법원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직권남용 등 일부 공무원 범죄는 고발인에게도 이 길을 열어 두었는데, 법왜곡죄가 그 범위에 들어가는지는 조문 번호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피해 당사자라면 고소인 지위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재심과의 연결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라면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원판결이나 그 기초가 된 조사, 수사에 관여한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었다는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왜곡죄 판결이 확정되면 그 자체가 재심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부터 모아야 하나
이 사건은 비교에서 시작합니다. 원래 있던 것과 기록에 남은 것을 나란히 놓아야 차이가 보입니다.
- 조서와 영상녹화물, 녹음 파일의 해당 부분 대조표
- CCTV 원본 보관처와 송치된 파일의 길이, 생성 시각
- 참고인이 실제로 한 말을 확인해 줄 진술서
- 판결문에서 해당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재판이 끝났다면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해 증거목록과 제출 경위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누가 어떤 파일을 언제 기록에 넣었는지가 적힌 서류가 목적을 가르는 자료가 됩니다.
원본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영상 보관처가 민간 업체라면 보존 요청부터 서두르십시오.
정리
법왜곡죄는 수사와 재판을 맡은 사람이 타인을 해치거나 돕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거나 법령을 일부러 비틀어 적용한 경우를 겨냥합니다. 형은 징역과 자격정지를 함께 매기는 무거운 구조입니다.
문턱도 높습니다.
목적과 인식이 증명되어야 하고, 신설 전의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소장에는 감정 섞인 표현보다 무엇이 언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표로 정리해 붙이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조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행위 시점에 따라 어느 조문으로 다툴지 변호사와 함께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조, 제123조, 제123조의2, 제125조, 제155조 · 형사소송법 제237조, 제260조, 제420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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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수사관이 조서를 잘못 적은 것도 법왜곡죄가 됩니까?
실수나 요약 과정의 차이만으로는 어렵습니다. 타인을 해하거나 이롭게 할 목적과 그 사정을 알면서 한 행위라는 점이 함께 증명되어야 합니다.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판사를 이 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까?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제외됩니다. 결론에 대한 불만은 상소로 다투는 것이 원칙입니다.
신설 전에 조작된 증거는 어떻게 다툽니까?
법왜곡죄는 적용되지 않지만 증거인멸,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처럼 당시에 있던 조문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 죄가 인정되면 제 사건 재심이 가능합니까?
수사나 재판에 관여한 사람의 직무상 범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되면 재심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확정 여부와 관여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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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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