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나 성매매, 도박처럼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손님인 척 접근하는 방법이 쓰입니다. 여기까지는 널리 인정되는 수사 기법입니다. 문제는 그 접근이 어느 선을 넘었을 때입니다. 애초에 범행을 생각하지 않던 사람을 끌어들여 범죄를 만들어 냈다면, 국가가 처벌할 범죄를 스스로 제조한 셈이 됩니다. 허용되는 유인과 그렇지 않은 유인이 어디서 갈리는지, 갈린 뒤에는 어떤 결론이 따라오는지를 정리했습니다.
함정수사라는 말은 무엇을 가리키나
법전에 이 이름을 단 조문은 없고, 실무와 학설이 쌓아 올린 개념입니다.
수사기관이나 그 의뢰를 받은 사람이 신분을 숨기고 상대에게 범행을 권하거나 기회를 만들어 준 뒤, 상대가 실행에 나아가면 검거하는 방식을 통틀어 그렇게 부릅니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에서 주로 등장합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출발점이 되는 조문은 하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는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강제처분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고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만 해야 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임의수사라 해도 목적과 수단 사이의 균형을 벗어나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이미 범행을 마음먹고 있던 사람에게 기회만 만들어 준 경우를 기회제공형이라 하고, 범행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 마음을 일으켜 실행하게 만든 경우를 범의유발형이라 합니다. 위법 여부의 갈림길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회를 준 것인가 마음을 심은 것인가
구별의 축은 범의가 어디서 생겼는가입니다.
이미 팔 물건을 갖추고 손님을 찾던 사람에게 수사관이 손님인 척 접근해 거래에 응했다고 해 봅시다. 없던 범행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시점만 앞당겨진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적법한 수사로 다루어집니다.
반대쪽은 다릅니다.
거절하는 사람에게 반복해 연락하고, 궁핍한 사정을 파고들어 대가를 크게 올리고, 안전하다고 안심시켜 결심을 만들어 냈다면 그 범행의 출발점은 수사기관 쪽입니다. 국가가 범죄를 적발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낸 것에 가깝습니다. 처벌의 근거가 흔들리는 지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름표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연락의 횟수와 어조, 상대가 보인 망설임의 정도에 따라 평가가 뒤집힙니다.
실제로는 무엇을 모아 판단하나
하나의 기준이 결론을 정하지는 않고, 실무는 여러 사정을 함께 봅니다.
| 구분 | 내용 |
|---|---|
| 범죄의 성질 | 은밀하게 이루어져 통상의 방법으로는 적발이 어려운 유형인지를 봅니다. |
| 유인자의 지위 | 수사관인지, 수사기관의 부탁을 받은 사인인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인지가 갈립니다. |
| 접근의 경위 | 누가 먼저 말을 꺼냈고 몇 차례 반복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
| 수단의 강도 | 통상의 거래를 넘는 대가나 기망, 협박에 가까운 압박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
| 상대의 반응 | 거절과 망설임이 있었는지, 곧바로 응했는지가 범의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
전력도 재료가 됩니다. 같은 유형의 처벌 전력이 있고 이미 거래망을 갖고 있었다면 범의가 미리 있었다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수사기관이 그 점을 먼저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다만 오래전 일이고 그 사이 생활이 달라졌다면 전력의 무게는 줄어듭니다.
사인이 끌어들인 경우는 어떻게 보나
수사관이 직접 나서지 않은 사건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제보자나 협조자가 먼저 접근해 거래를 만든 뒤 수사기관에 알리는 구조입니다. 이때는 그 사람이 수사기관의 손발로 움직인 것인지부터 따집니다. 지시나 요청을 받고 움직였다면 수사기관이 한 것과 같게 평가되고, 아무 관련 없이 개인적 동기로 끌어들인 것이라면 수사의 위법 문제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협조자와 수사기관 사이에 오간 연락이 쟁점이 됩니다.
협조의 대가로 자신의 사건에서 이익을 기대한 정황이 있다면 그 사람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워집니다. 유인의 강도와 진술의 신빙성이 함께 흔들립니다. 협조자의 사건 관련성을 확인해 달라는 신청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어떻게 되나
결론은 증거 하나를 빼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범의를 유발한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초해 제기된 공소는 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로 사건을 끝내는 것이 실무의 처리 방식입니다.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소송이 종료됩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이 지점을 더 분명히 했습니다. 공소기각 판결의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가 따로 들어갔습니다. 해석으로 끌어내던 결론이 조문에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물론 이 문턱은 높아서, 기회제공에 그쳤다고 판단되면 그대로 본안 심리로 넘어갑니다.
확인할 것
· 처음 연락한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경로로 접촉했는지
· 거절하거나 미룬 적이 있는지와 그 시점
· 제안된 대가가 통상의 거래 수준을 넘었는지
· 상대가 안전하다고 안심시킨 말이 남아 있는지
· 협조자가 수사기관과 주고받은 연락의 흔적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할 것
이 주장은 말로만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접촉의 순서가 자료로 드러나야 합니다. 순서를 보여 주는 것이 곧 범의의 출처를 보여 주는 일입니다.
- 첫 연락의 시점과 방향을 통화기록과 메시지로 확인합니다.
- 거절하거나 답하지 않은 구간을 날짜별로 표시합니다.
- 제안된 금액과 조건이 통상의 시세와 어떻게 다른지 정리합니다.
- 상대가 위험을 덜어 준 표현을 원문 그대로 갈무리합니다.
- 협조자의 신분과 사건 관련성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를 서면으로 냅니다.
순서를 뒤집어 말하면 불리해집니다. 먼저 제안했다는 진술이 한 번 조서에 들어가면 뒤에 바로잡기가 어렵습니다.
주의
대화 기록을 지우는 일이 가장 위험합니다. 유인의 경위를 보여 줄 유일한 자료가 사라지고, 증거를 없앴다는 평가만 남습니다. 상대의 연락처와 대화방은 그대로 두고 화면 갈무리와 백업부터 해 두십시오.
정리
함정수사는 이름 자체로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범행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마음을 심어 준 경우에 위법해집니다. 기회만 만들어 준 것인지 결심을 만들어 낸 것인지는 접근의 경위와 횟수, 제시된 대가, 상대가 보인 망설임을 모아 판단합니다. 수사는 형사소송법 제199조가 말하는 필요 최소한도 안에서만 정당화됩니다.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증거 하나가 빠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공소기각으로 사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그 사유를 조문에 명시했습니다. 다툴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첫 조사 전에 접촉 기록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32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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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먼저 연락이 왔는데도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하던데요.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는 여러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미 거래를 준비하고 있었다면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그 시점에 범행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통화기록과 대화 내용으로 보여 주셔야 합니다.
제보자가 경찰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수사기관의 지시나 요청을 받고 움직였다면 수사기관이 한 것과 같게 평가됩니다. 아무 관련 없이 개인적 동기로 접근한 경우라면 수사의 위법 문제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으므로 연락의 흔적을 확인해 달라는 신청이 필요합니다.
위법한 함정수사가 인정되면 무죄가 되나요?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의 판결로 절차가 끝나는 것이 실무의 처리 방식입니다.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소송이 종료되는 형태이며, 2026년 10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를 공소기각 사유로 명시했습니다.
여러 번 거절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나요?
통화기록의 발신 방향과 응답하지 않은 구간, 미룬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그대로 자료가 됩니다. 대화방을 지우면 가장 중요한 근거가 사라지므로 삭제하지 마시고 화면 갈무리와 백업부터 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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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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