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에서 험한 말을 들었는데 이것이 모욕인지 명예훼손인지 몰라 고소장을 쓰다 만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당황한 분들도 있습니다. 두 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하나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말했는가, 아니면 경멸의 감정만 드러냈는가. 이 구별이 고소 방법과 형량, 방어의 논리를 전부 바꿉니다.
무엇을 말했는지가 죄명을 정한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제311조의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나온 같은 분노라도 어느 쪽으로 표현되었느냐에 따라 죄명이 달라집니다.
| 구분 | 명예훼손 | 모욕 |
|---|---|---|
| 근거 | 형법 제307조 | 형법 제311조 |
| 표현의 성격 |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구체적 사실 | 진위를 가릴 수 없는 경멸적 평가 |
| 법정형 |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 |
| 고소 | 반의사불벌죄 | 친고죄 |
| 주된 방어 | 진실한 사실과 공공의 이익 | 정당한 비판의 범위 |
적시한 사실이 허위이면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명예훼손은 5년 이하의 징역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사실인지 허위인지가 형을 가르는 큰 축입니다.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경계
사실의 적시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증거로 진위를 가릴 수 있는가입니다.
누구와 바람을 피웠다, 돈을 떼먹었다, 전과가 있다는 말은 모두 사실의 적시입니다.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다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욕설이나 비하하는 별명, 인격을 깎아내리는 평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 감정의 표현이므로 모욕이 됩니다. 이 사람이 정말 쓰레기인지를 증거로 가릴 수는 없습니다. 가릴 수 없는 표현은 명예훼손의 사실이 되지 못합니다.
사실의 적시
구체적인 일을 드러내어 그 진위를 다툴 수 있게 만드는 표현입니다. 의견이나 평가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지만, 의견의 형식을 빌려 사실을 암시하면 사실의 적시로 봅니다.
그래서 의견이라는 껍데기만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내 생각에 그 사람은 돈을 훔친 것 같다는 문장은 형식만 의견이고 절도라는 사실을 암시하므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문장 하나가 아니라 표현의 전체 맥락을 봅니다.
한 사람에게만 말해도 공연성이 되나
두 죄 모두 공연성을 요구하는데,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밀실에서 단둘이 나눈 말은 처벌되지 않는다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합니다. 단둘이 나눈 대화라도 그 사람이 다시 퍼뜨릴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고, 이를 전파가능성이라고 부릅니다. 친한 동료 한 명에게만 털어놓았다는 사정이 곧바로 방어가 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도 함께 따집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특정된 것으로 봅니다. 온라인에서는 닉네임과 실제 인물의 연결이 알려져 있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닉네임만 적었다고 언제나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표현이라면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집단 전체를 두고 한 말이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다만 집단의 규모가 작아 구성원이 곧바로 지목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실이면 괜찮은가, 모욕은 무엇으로 다투나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남긴 후기, 공적 인물의 비리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두 요건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진실이라도 공익이 없으면 처벌됩니다. 사적인 원한으로 남의 과거를 들추는 행위가 그런 경우입니다.
모욕에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적시된 사실이 없으니, 진실이라는 항변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대신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다툽니다. 표현이 다소 거칠어도 상황과 맥락에서 허용되는 정도의 비판이라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이 범위를 좁게 보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은 왜 더 무거운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형법만 보고 있으면 온라인 사건의 무게를 잘못 가늠하게 됩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거짓의 사실이면 7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형법의 명예훼손보다 무겁습니다.
다만 비방할 목적이 요건입니다. 공익을 위한 게시라면 이 목적이 부정될 수 있고, 그 지점이 실무의 다툼터가 됩니다. 같은 글을 두고 폭로인지 고발인지를 가리는 작업입니다.
온라인 모욕에는 이런 특칙이 없습니다. 그래서 형법의 모욕죄로 처벌하되, 글이 퍼진 범위가 넓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지워도 이미 옮겨진 글은 남습니다.
고소 기간과 합의가 다르다
실무에서 가장 치명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죄명을 잘못 고르면 절차 자체가 막힙니다.
모욕은 형법 제312조 제1항의 친고죄입니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아무리 명백해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시작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고소 기간에 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욕과 크게 다릅니다.
합의의 모양도 달라집니다. 모욕은 고소 취소로, 명예훼손은 처벌불원 의사로 사건이 끝나며, 두 죄 모두 합의가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피해자라면 순서가 있습니다.
- 표현의 원본을 화면 그대로 저장하고, 게시 일시와 게시자, 볼 수 있었던 사람의 범위를 적어 둡니다.
- 죄명을 먼저 가늠합니다. 구체적 사실이 있으면 명예훼손, 없으면 모욕입니다.
- 모욕에 해당한다면 6개월의 고소 기간을 달력에 표시합니다.
-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검토합니다.
민법 제750조가 손해배상의 근거이고, 제764조는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함께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 절차와 민사 절차는 따로 굴러갑니다. 형사에서 합의했다고 민사가 저절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확인할 것
· 그 표현에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이 들어 있는지
· 볼 수 있었던 사람이 누구였고 몇 명이었는지
·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주변에서 누구인지 알 수 있었는지
· 모욕이라면 범인을 알게 된 날이 언제인지
고소를 당한 쪽이라면 죄명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명예훼손이면 적시한 사실의 진실성과 공공의 이익을, 모욕이면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다투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공연성과 피해자 특정이 인정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하고, 표현이 나온 경위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방어의 재료가 죄명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경계에 있는 표현은 어떻게 갈리나
사기꾼이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맥락에서 구체적인 거래나 사건을 가리키면 사기를 쳤다는 사실의 암시로 보아 명예훼손이 되고, 감정을 쏟아낸 비난에 그치면 모욕입니다.
직장에서는 평가가 문제됩니다. 무능하다, 게으르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경멸적 평가여서 모욕의 영역에 놓입니다. 다만 근무 태도에 관한 정당한 비판으로 인정되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같은 단어도 누가 어디서 어떤 맥락으로 썼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그러니 표현 하나만 떼어 내 판단하면 틀립니다. 앞뒤 대화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그 말이 나오게 된 경위까지 함께 놓고 보아야 합니다.
정리
명예훼손은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고, 모욕은 사실 없이 경멸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의견의 형식이라도 사실을 암시하면 명예훼손이 됩니다. 두 죄 모두 전파가능성으로 공연성이 넓게 인정됩니다.
명예훼손은 진실과 공익으로, 모욕은 정당한 비판의 범위로 다툽니다. 인터넷 게시는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어 형이 무거워집니다.
모욕은 친고죄라 6개월의 고소 기간이 있고,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죄명을 잘못 짚으면 기간을 놓치거나 엉뚱한 방어를 준비하게 됩니다. 그러니 무슨 말을 들었는지부터 그대로 적어 두는 것이 시작입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07조, 제308조, 제309조, 제310조, 제311조, 제312조, 제20조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232조 · 민법 제750조, 제751조, 제76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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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단체방에서 욕을 들었는데 어느 죄로 고소하나요?
구체적 사실 없이 욕설과 비하만 있었다면 모욕죄입니다. 친고죄이므로 범인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며 원본 캡처와 게시자, 열람 범위를 기록해 둡니다.
사실을 말했는데 명예훼손이 되나요?
됩니다.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해도 성립하며 진실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처벌되지 않습니다. 사적인 원한으로 남의 과거를 폭로하면 진실이라도 처벌됩니다.
한 사람에게만 말했는데 공연성이 있나요?
그 사람이 퍼뜨릴 가능성이 있으면 전파가능성 이론에 따라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비밀을 지킬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면 대체로 인정됩니다.
인터넷 댓글로 쓴 것은 더 무거운가요?
비방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했다면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어 3년 이하, 허위면 7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법보다 무겁습니다. 온라인 모욕은 형법 모욕죄로 처벌되지만 양형에서 무겁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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